[근조] 임윤택, 울랄라세션 … 당신이 가장 빛났던 순간

1.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가면 정말 많은 면세점을 볼 수가 있다. 화려한 명품 매장들도 즐비하다. 꼭 인천국제공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조금만 크다는 공항에 가면, 모두 이런 가게들로 가득채워져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무서워서-라고 한다.

예전에 싱가폴에 가는 비행기에서 읽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비행기에 탈 때 알게 모르게 설레임과 불안을 함께 느끼며, 그런 불안을 느끼게 되면 사람 마음은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고.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중 하나가 쇼핑을 하는 것이라고.

모든 여행객들이 쇼핑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래서 히드로 공항에는 공항에 상주하는 ‘상주 종교인’들이 있다. 기도할 수 있는 기도방-도 있다. 그 종교인에게 알랭 드 보통이 묻는다. 대체 여행객들이 당신을 찾아와서 무엇을 묻냐고. 종교인이 대답한다. 화장실-이라고.

선문답 같은 대답에 당황한 알랭 드 보통이 다시 묻자, 그 옆에 있던 견습 신부가 이렇게 대답한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하게 됩니다.
죽음이 우리에게 우리가 마음 속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삶의 길을 따라가도록 용기를 주는 거죠.

2.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책 『도덕 감정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세상의 노고와 소란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라고 물으며- 결국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공감하고, 만족하며, 찬동하면서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목받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라고-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그렇다. 자신이 빛날, 그 한순간을 위해서 살아간다. 그 한순간을 위해서 몇날 며칠을 준비하고, 많은 고난과 춥고 외로운 시기를 감내한다. 그래서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찰나의 존재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도, 바로 그 순간에 빛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한다.

그렇게 빛나는 순간조차, 잊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동료다. 동료가 없다면 누구도 빛날 수 없다. 함께 해주는 이, 칭찬과 비난과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없다면, 어떤 무대도 빛을 잃어버리고 만다. 당신이 있어서 견디고, 당신이 있어서 기쁘다. 나 혼자 만들 수 있는 무대는 없다.

3.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로 32세. 작년 8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얻은, 백일남짓한 딸 리단이를 남겨두고. 사실 아직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지켜본 적이 있던 나로서는, 그가 이만큼이나 열심히 병과 싸웠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죽음을 앞두고 가장 빛났던 인생. 이제 그 순간을 뒤로 하고, 그가 돌아갔다. 그가 사랑하는 동료들을 뒤로 남겨두고, 안녕, 인사를 했다. 당신은 나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가장 빛난다는 것을, 보여줬다. 멋진 동료가 있고,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 당신과 동료들, 울랄라 세션의 멋진 무대를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임윤택, 당신, 멋지게 살았다.
그러니 부디 그곳에서도, 평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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