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세계화폐의 꿈을 꾸는가

조금 뜬금없다. 비트코인 때문에 생기는 여러가지 이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새로운 화폐다, 오프라인에서도 결제할 수 있다, 옛날에 사뒀으면 때돈을 벌었다- 라는 얘기부터 시작해 이건 일시적 거품이다 아니다 등등까지 갑작스럽게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말은 많은데 분위기는 99년 주식시장 분위기와 비슷하다. 뭔가 확실한 수익이 있는 것은 아닌데, 왠지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 투자하면 조만간 일확천금을 벌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한마디로 날로 먹겠다는 심뽀.

그럼 비트코인 열풍은 투기인가? 라고 하면 또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평소에도 비트코인같은 가상 화폐를 많이 사용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사이버 머니라던가 모바일 상품권, 아니면 신용카드 포인트 같은 것들도 넓은 의미에선 일종의 가상 화폐다. 너무 넓지 않냐고? 그럼 이런 것은 어떨까. 우린 이미 환금성을 가진 사이버 머니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 미국에선 ‘세컨드 라이프’에서 통용되는 ‘린든 달러’라는 것이 있었고, ‘리니지’ 게임에서 사용되는 아덴 역시 환금성을 가지고 있음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사이버 머니에, 여러 온라인샵과 오프라인 샵에서 사용할 수 있고, 유동량이 특정 조직이나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기계적으로 제어되며, 높은 보안성과 함께 중앙 서버가 없기에 차단할 수도 없는 능력이 추가되었다. 그게 바로 비트코인이다. 하나의 독립적인 화폐 시스템. 시세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화폐. 그리고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쉽게 벌 수 있고, 때론 가치가 널뛰듯 춤추는 화폐. 한마디로 오프라인에서도 쓸 수 있는 사이버 머니.

이상할 것 없다. 어차피 모든 화폐는 국가나 기관이 거기에 믿음을 부여했을 뿐이다. 이 종이가 이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그리고 비트코인은 놀랍게도, 그런 ‘믿음’을 획득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알다시피 비트코인 붐이 불게된 것은 올해 4월의 키프로스 금융 위기 사태, 그때 돈을 몰수당할 위기에 몰려있던 러시아 투자자들은, 익명으로 안전하게 돈을 거래할 수 있는 비트코인을 대안 투자처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비트코인을 확 뜨게 만든 것은 미국의 비트 코인 관련 청문회였다. 그 자리에서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급격히 가치가 폭등하게 된다. 버냉키가 졸지에 신용평가기관 역할을 해버렸달까. 아무튼 중국에서 정부차원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독일에서 비트코인을 개인간 거래에 쓰이는 화폐로 정식으로 인정하면서, 이 돈 덩어리를 하루라도 빨리 캐자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왜? 비트코인은 발행기관이 따로 없는 화폐이기 때문이다. 대신 프로그램을 통해 암호를 해독하면 조금씩 비트코인이 만들어지도록 셋팅되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뛰어들면 비트코인을 캘 수 있다. 그런데 이젠 이게 개개인이 하기는 쉽지 않아졌다. 비트코인이 그만큼 많이 풀렸고, 비트코인이 풀린만큼 새로운 비트 코인을 캐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 채굴기와 중국. 돈 되는 일에 물량으로 밀어부치는 일(=작업장)은 중국의 특기. 그래서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의 약 60%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 안전한 화폐이긴 한가? 그렇다. 실제로도 사용되고 있고, 상당히 고도의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었기에, 각자가 생성한 비트코인 지갑(=지갑이 들어있는 저장매체)만 뺏기지 않으면 된다. 게다가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지갑 번호를 알려주면 내가 거기에 얼마 송금하겠다 클릭클릭해주면 끝난다. 수수료도 저렴하고, 전세계 어디에서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가 있다. 한마디로 발행자가 따로 없는 세계 화폐로 쓸 수가 있는 셈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금, 이런 화폐의 필요성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식으로 사용자가 늘어나면, 비트코인의 가치와 신뢰 역시 함께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핑크빛 전망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보다 이 돈은 많이 쓰이고 있지 않다. 정부에 의한 제재나 해킹에 의한 안전성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비트코인이 생각만큼 많이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 돈의 큰 문제다. 지금 뛰어드는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 자산을 늘릴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비트코인이 쓰이지 않고 그저 쌓여있다. 만들기는 돈을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주식이 되어버린 셈이다.

가치가 널뛰기하듯 변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위험성은 이 시스템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로비로 상쇄될 것이다. 세금은 거두면 그만이고, 불법은 잡으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화폐를 써야만 한다. 유일한 살 길이 있다면, 이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며 기존 화폐 시스템을 조금씩 붕괴(?) 시키는 것 뿐. 그래서 최소한 신용카드처럼, 하나의 지불 시스템으로 인정받을 만한 믿음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 그게 가능할까? 글쎄. 결론은 유보한다. 하지만 회의적이라는 것만 밝혀둔다.

아무리 봐도 리니지 아덴-이나 다를 바가 없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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