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5가 막을 내렸습니다.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열린 이번 전시회는 크게 모바일 / 지적 재산권 / 가상현실이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보는 입장에서 이번 지스타 2015를 한번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스타 2015 : 모바일, 그리고 게임 문화
먼저 이번 지스타 2015는 중요한 변화가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난 2년간 찾지 못했던 메인 스폰서를 찾았다는 것인데요.지스타 역사상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사인 ‘4시 33분’이 맡았습니다. 게임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지스타 2015에서 모바일 게임이 중심이었냐고 한다면… 그건… ^^;
다른 하나는 게임을 문화와 접목 시키려는 시도,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만드려는 시도가 많이 이뤄졌습니다. 먼저 엔씨 소프트에서는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자사의 게임인 ‘블레이드&소울’의 인기 캐릭터 ‘진서연’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을 선보였습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뮤지컬인데요. 뮤지컬 배우 리사가 주연을 맡은 것을 비롯해, 남경주 교수가 총감독을 맡는등 진짜 뮤지컬 못지않게 각 분야에서 명망 높은 전문가들로 제작진을 꾸린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계속 공연하는 것은 아니고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한 1시간짜리 1회성 공연이었는데요. 무대를 직접 본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나쁘지 않았다-라고 합니다. 와이어 액션을 이용해서 배우들이 날아다니는 것도 좋았고, 마샬아츠부터 풍물패, 게임 캐스터의 등장까지 게임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고민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기대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고 하네요.
한편 넥슨에서는 ‘넥슨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아르피엘, 엘소드, 크로저스 같은 회사의 게임 3개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인데요. 각 게임마다 11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현재 제작사나 성우가 완전히 결정되진 않았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넥슨은 이번 지스타2015에서 팬들이 만든 상품을 전시하는 팬 파크라는 부스를 마련하고, 피파 온라인3 아시안컵 2015라는 이스포츠 대회를 여는 등, 게임 경험을 확장하는데 촛점을 맞춘 행사를 여럿 진행 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여러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을까요? 게임 경험을 대중 문화(?)로 만드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공식적으로는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입장입니다. 딱히 이런 행사를 통해 돈을 벌려는 것은 아니구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게임 사업은 IP(지적 재산권), 그러니까 예전에 원소스멀티유즈라고 있었잖아요? 그런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고, 그것을 활용해 여러 콘텐츠를 만드는 IP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아실거고- 이번엔 그런 다양한 IP 사업을 벌이기 위한 몇 가지 시도, 일종의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는 거죠.
지스타 2015, 눈에 띄는 게임들
반면 아쉽게도 이번 지스타 2015에서, 대형 신작들이 발표되진 않았습니다. 덕분에 어느 것이 인기를 많이 끌었다 그렇게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기도 어려운데요. 그 와중에도 눈에 띄는 게임은 있었습니다.
넥슨은 이번 전시회에서 열다섯가지 게임을 전시했습니다. 그 중 가장 인기를 끈 게임은 역시 ‘서든 어택’의 후속작인 ‘서든 어택2’일 것입니다. 국민 슈팅 게임으로 불릴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기에 후속작도 당연히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보다 사실적인 그래픽과 콘텐츠로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조만간 정식 출시 예정입니다.
엔씨에서는 온라인 액션 게임인 마스터X마스터, 줄여서 MXM에 올인한 모습이었습니다. 엔씨 소프트의 기존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새로운 캐릭터들이 함께 맞붙는(?) 슈팅 액션 게임인데요. 다양한 게임 모드를 통해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내년 상반기 공식 출시 예정입니다.
모바일 게임쪽에선 4시 33분에서 선보인 로스트 킹덤이 있습니다. 상당히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는 모바일 액션 RPG 게임인데요. 선택한 캐릭터에 걸맞는 액션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화려한 게임 화면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올랜드 블룸을 홍보 모델로 채택했습니다.
왓 스튜디오에서 만든 ‘야생의 땅 듀랑고’ 역시 주목할 만한 게임입니다. 공룡과 매머드가 생존해 있는 가상의 공간, 듀랑고라는 땅에 갑자기 떨어진 사람들이 겪는 모험을 다룬, 일종의 서바이벌 MMORPG 게임인데요. 상당히 자유롭게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게임의 미래는 가상 현실인가?
하지만 이번 지스타 2015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누가 뭐래도 가상현실이었습니다. 소니와 엔비디아 등에서 가상 현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했는데요.
먼저 소니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선보였습니다. 진삼국무쌍7VR, 플레이룸VR, 섬머레슨 등 5가지 게임과 함께 가상 현실을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요. 위에 보시는 것은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가상 현실 연애 시물레이션 게임 ‘섬머 레슨’입니다. 게임 장르도 액션, 2인용 게임, 연애 시물레이션, 가상 콘서트, 호러 게임까지 상당히 다양했는데요. 특히 호러 게임은 너무 무서워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엔비디아에서는 HTC의 ‘바이브’와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가상현실 체험을 제공했습니다. 위에 보시는 것은 바다 속 풍경을 보여주는 ‘더 블루’라는 가상현실 콘텐츠인데요. 여기에 더해 활을 쏘거나 로봇을 수리하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상현실 기기를 체험해본 사람들이, 아, 이제 이 정도면 게임할 만 하겠다-라고 다들 입을 모아 얘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체험 시간이 짧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할 만한 진화를 이뤄냈다는 말인데요.
이런 기술 발전과 내년이 되면 쏟아질 가상현실 헤드셋들을 고려하면… 분명 내년이 가상 현실 게임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이 트렌드가 3D 처럼 뜨다가 말지, 아니면 대세가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우리 업계도 그에 대한 준비를 빨리 해야만 하지 않을까요? … 라지만, 현실은… 음… 이거 왜 글을 쓸 때마다 암울한 기분이 되는 걸까요…
* 그나저나 플레이스테이션 VR을 보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내년에 PS4 사야하는 겁니까… 아니면 요즘 일본 소프맙에서 구형 소니 HMD 디스플레이 싸게 팔던데.. 그거나 사둘까요…
About Auth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