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그런 기사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최근 발표된 갤럭시노트5나 아이폰6s를 비롯해 스마트폰, 아니 앞으로 발표될 모든 스마트폰에 관한 기사를 보실 때마다, 항상 붙는 제목. “xx 스마트폰, 혁신은 없었다” 뭐 이런 비슷한 제목을 말이죠.
앞으로도 이런 기사를 정말 많이 보실지도 모르니, 오늘 제가 아예 못박아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스마트폰이란 기기에 더 이상 혁신은 없을테니, 기대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이죠. 진짜입니다. 아마 더이상, 스마트폰에 혁신은 없을 거에요.
파괴적 혁신과 점진적 혁신의 사이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미래는 알 수가 없는 것이고, 어떤 가능성에 대해선 항상 열려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현 단계에서 분명히, 어떤 새로운 기술적 혁신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얘기하기 전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요. 흔히 기술적 혁신을 이야기할 때 그 혁신의 형태를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파괴적 혁신이라고 해서 일반 휴대 전화를 사용하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 태어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점진적 혁신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완성된 제품을 계속해서 개량해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파괴적 혁신은 이런 겁니다. 저 같은 이용자들이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존에 익숙하던 것을 버리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것으로 갈아타는 거죠. 옛날에 주판을 사용하던 방법과 컴퓨터를 사용하던 방법이 다르고, 휴대 전화 사용법과 스마트폰 사용법도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런데도 옮겨 타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파괴적 혁신이 그만한 가치를 줬다라는 겁니다.
반대로 점진적 혁신은 예전에 뚱뚱하던 브라운관 TV 에서 날씬한 LCD TV로 바꾸는 것과 비슷한데요. 분명히 더 좋아지긴 했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지는 못하는 혁신을 말합니다. 브라운관 TV나 LCD TV나, 사람들이 TV를 시청하는 모습은 똑같은 것처럼요.
제가 여기서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말하는 혁신, 바로 앞에 말한 혁신, 파괴적 혁신을 가리킵니다. 사람들의 습관을 바꿀 정도의 혁신은 더 이상 없을 거라는 것이죠.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은 바뀌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3가지입니다. 하나는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 두번째는 기술적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세번째는 제품의 상향 평준화, 표준화가 이뤄졌다는 것.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이미 분명해졌습니다. 원래 이런 기술 제품 시장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이렇게 나뉘다는 것은 다들 아실 거고…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3년부터 성장세가 꺽이면서 성숙기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흥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품들,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제품들은 대부분 도입기와 성장기 초기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도입기 때는 당연합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올 만한 제품이 나왔으니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성장기 때는 회사들이 주요 개발 인력과 비용을 여기에 투자하게 됩니다. 빨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야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게 됩니다. 그래서 놀랄만한 제품보다는, 저렴한 제품을 많이 파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게 되는 거죠.
벽에 가로 막힌 기술과 벽이 되어버린 일반화
기술은 지금 잠시 벽에 가로막힌 느낌입니다. 새로운 배터리 소재는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고, 퀄컴의 불타는(?) AP는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을 제외한 다른 제조사들을 침몰시켜 버렸습니다. 신형 디스플레이는 아직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상태고, 새로운 소재의 개발도 늦춰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표준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원래 초기에 등장하는 제품과 사람들이 기대하는 제품 사이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성숙기는 이런 차이를 메꿔나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요.
제품이 발매되고 몇 년이 지나다 보니, 어떤 디자인의 제품이 많이 팔리는 지, 어떤 크기의 제품을 좋아하는 지, 어느 정도의 반응 속도를 원하는 지가 어느 정도 표준이 되고, 그렇게 표준이 생기니 제조사에서는 잘 팔릴만한 제품을 주로 만들게 된다는 것이죠.
달리 말하면 처음과는 달리 새로운 실험과 도전들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런 점이 굉장히 아쉽죠. 휴대폰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른 제품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이려고 한번 달아봤다가 성공한 기능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예를 들어 초기 휴대폰에는 문자 메세지 기능이 없었습니다. 최초의 휴대폰이 출시되고 나서 11년이 지나서야 들어갔죠. 최초의 카메라 폰에 달린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 들어간 기능이었고요.
아이폰이 출시 되기 전까지 손가락은 화면을 더럽힌다, 정확하지가 않다, 손가락으로 누를 때 화면을 가린다는 이유로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사용할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어요.
시장이 성숙기로 넘어가면서 스마트폰 제조 회사들에겐 분명히 힘든 시기일 수도 있지만, 그럴 때 일수록 이런 실험과 도전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혁신은 없을까?
물론 진짜 진짜로 없을 거냐고 물으신 다면, 제 대답은… 저도 모르죠-입니다. 솔직하게 말해 정말로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여러가지 혁신적인 트렌드의 제품들도, 알아보면 대부분 1970년대쯤에 개념이 만들어져서 1990년대에 시제품들이 발표됐다가 사그라들어 버린, 그런 것들을 다시 끄집어 올린 것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가상현실, 인공지능, 3D 프린터 등 많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의 미래를 말할 때 이야기되는 접는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사물인터넷등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기술 보다는,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더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가만히 보면 대부분의 대중적 혁신들은 미디어의 쓰임새가 변화하면서, 그 쓰임새를 따라가려다 이뤄진 것을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TV는 아시다시피 ‘영상이 보이는 라디오’로 시작했고요. 인터넷 홈페이지는 일종의 전자 도서관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은 들고 다니면서 SNS와 인터넷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었죠. 처음에는 작은 필요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가, 계속 새로운 사용 방법이 만들어진겁니다.
지금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가만히 보면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고, 이미지 검색 이용자와 셀카 사진을 찍는 이용자도 많이 늘었고, 결제를 한다거나 택시를 부른다거나 하는 용도로 쓰시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비싼 스마트폰 가격에 불만이 있다거나 잦은 고장과 오류에 실망하는 분들도 있고, 아직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 당분간 스마트폰의 혁신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법’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서 나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것을 스마트폰의 혁신이라 부를지 아니면 서비스…의 혁신이라 부를 지는, 사람들에게 따라 다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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