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10을 버리고 소니 Z3를 택한 이유

그래서 나는, 구형 스마트폰으로 되돌아갔다

 

우연히 스마트폰을 바꿨다. 예전에 ‘당근 마켓’이란 지역 기반 직거래앱을 깔았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사는 지역이 없어서 지운 적이 있었다. 그 당근 마켓에서 문자가 왔다. 내가 사는 지역 거래가 오픈 됐다고. 별 생각 없이 앱을 깔고 들어가서, 당연한 듯이 디지털 카테고리를 살펴보고 있는데, 왠일로 ‘소니 엑스페리아 Z3’가 굉장히 싸게 올라와 있었다. 올린 지 며칠 됐는데 아직 안팔렸길래 올린 이에게 메세지를 보내니, 조금 지나 답이 왔다. 그리고 다음 날 만나, 폰을 샀다.

 

그 전에 쓰던 스마트폰은 LG V10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갤럭시S7은 출시됐지만 LG G5는 발표만 된 시점이었기에, 나름 최신 스마트폰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2015년 하반기에 출시된 스마트폰을 쓰다가 2014년에 출시된 구형 스마트폰으로 바꾼 셈이다. 물론 출시 당시에는 최신형 플래그십이었겠지만, 2년이 지난 스마트폰이라면 이미 퇴물 취급 받는 것이 스마트폰 시장의 현실.

 

그런데 왜 나는, 옛날 스마트폰으로 바꾼 걸까?

 

LG V10을 포기한 이유

 

나는 새 스마트폰을 잘 사지 않는다. 중고나 자급제 스마트폰을 사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해 쓰는 것이, 1년~2년 동안 들어가는 돈을 모두 합치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LG V10도 화면이 깨진, 하지만 터치는 되는 폰을 싸게 구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고, 카메라 성능도 좋고, 큰 화면도 좋았다. 특히 전면 듀얼 카메라는 셀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배터리. 그동안 LG 에서 만든 숱한 스마트폰을 써봤지만, 이렇게 배터리가 빨리 닳아버리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아무 것도 안했는데 쭉쭉 배터리가 떨어졌다. 이 정도 문제가 있고, 배터리가 교체 가능한 제품이면, 배터리는 당연히 2개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동봉된 배터리는 달랑 하나. 결국 퀵차지를 지원하는 충전기를 사서 무겁게 들고다녀야만 했다. 하이파이 음원이 좋으면 뭐하나, 배터리가 더 빨리 떨어지는 것 같아서 기능 다 끄고 다녔던 것을.

 

다른 문제는 바로 ‘카메라’. LG가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카메라앱이 엄청나게 무거워졌다. 찍으려고 실행 시키면 카메라 화면이 나오고 한 2초는 기다려야 사진이 찍혔다. 카메라 앱을 실행시키면 화면은 뜨는데 셔터가 눌리지 않는다. 정말, 짜증날 정도로 나와 맞지 않았다. 여행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때는, 아예 카메라앱을 켜놓고 살았을 정도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로 찍고 싶은데, 스마트폰을 꺼내 실행시키고 한참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찍고 싶은 것은 지나가고 없다. 아까운 피사체를 놓쳤을 때는 거의 울고 싶었다. 진심, 이 스마트폰을 팔려고 내놓은 것 맞냐고 묻고 싶어졌을 정도로.

 

나는, 별 생각 없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을 원했다고… 기껏 사진 한 장 찍으면서, 그냥 가지고 다니기만 했는데도 스트레스를 받길 원하지 않았단 말이다…(나중에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 대기 상태에서도 배터리가 주는 현상은 줄어들긴 했다.)

 

도쿄 게임쇼에서 소니 Z 시리즈의 방수 기능을 시연하는 모델

 

소니 Z3는 퇴물이 아니었다

 

몇 달간 쓰다가, 지난 번 여행때 화가 폭발할 지경-이 되어버려서(1만밀리 외장 배터리를 다 쓰고도 결국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꺼졌다.), 결국 새로 폰을 하나 구하기로 했다. 후보는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아예 이 기회에 상처받지 말고 그냥 고집 꺽고, 최신 폰을 하나 장만할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다 소니 엑스페리아 Z3를 만난 것이다. 사실 딱히 사고 싶다기 보단, 예전에 써 본 적도 있고, 가격이 정말 싸게 나왔었다.

 

만족했냐고? 그럴리가. 구형 폰은 구형 폰이다. 디자인이야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신형 폰을 쓰다가 구형 폰을 썼는데 더 좋더라-하는 일은 스마트폰 세계에선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다음 폰을 고를 때까지, 징검다리 폰 정도나 써야겠다-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다, 사고나서 한 달 정도 지났을까, Z3가 안드로이드 6.0으로 업데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소니 UI 가 많이 바뀌었다. 세상에, 폰이 새 것처럼 느껴졌다.

 

소니 스마트폰의 런처는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입장에선 불편한 점이 상당히 많은 런처였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를 하면서, 이 불편한 점을 상당히 많이 고쳤다. 이젠 바로 바로 앱을 언인스톨할 수도 있고, 앱 검색도 상당히 쉬워졌다. 첫 화면에서 가볍게 위에서 아래로 손가락을 내리면 바로 검색 화면이 뜬다. 검색 하기 전에 뜨는 추천앱 기능도 상당히 유용하다. 농담 아니고, 정말 새 폰을 산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소니 AS 에 엄청나게 데인 적이 있어서, 소니 제품 정말 쓸게 못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이렇게 계속 지원을 받으니 뭔가 마음이 바뀐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이렇게나 간사하다. 정말 딱 좋은 타이밍에 딱 좋은 가격으로 잘 샀다.

 

소니 엑스페리아 Z 울트라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난 몇 달간 사용한 소니 엑스페리아 Z3 스마트폰은, 그동안 스마트폰을 대하던 내 생각을 조금 바꿔놓았다. 어차피 최신 스마트폰은 거기서 거기라고, 어두울 때 얼마나 사진이 잘 찍히냐 그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내게, UI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들어 줬다. 우리는 그냥, 별 생각 없이, 편하게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한다.

 

맞다. 지난 몇 달간 느낀 감정은 ‘편안함’이었다. Z3는 배터리가 오래 간다. V10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오래간다. 이젠 외장 배터리를 들고 다니지도 않고, 배터리 10% 남았다고 경고가 떠도 ‘1시간은 쓰겠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카메라 걱정을 조금 했지만, 적당히 매뉴얼 모드에서 ISO 맞춰 놓고 찍으면 밤에도 괜찮은 화질을 보여준다(자동 모드로 놓으면 ISO 를 쓸데없이 높이는데, 그땐 화질이 눈물 난다.). 카메라 버튼이 따로 나와 있는 것은, 여행하면서 사진 찍을 때 정말 편하다. 방수 기능이 있어서 비와도 불안해하지 않고 찍는 것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반듯한 사각형 디자인인 것도 좋다. 음장 기능이 좋은 것도 만족스럽다. 충전 포트 문제는 호환 충전독을 구입해 해결했다. 굳이 포트 덥개를 열지 않고도 충전 가능해 졌다. 그리고 128G 메모리 카드를 사서 넣어줬기 때문에, 콘텐츠 파일로 인한 용량 부족 문제를 겪지도 않는다.

 

이쯤에서 ‘앞으로 이 폰이랑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전 스마트폰인 만큼, 나에게는 치명적인 그런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전면 카메라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 2014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는 200만 화소 수준이었다. 셀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불편한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내장 메모리가 16G 라는 것. 16G여도 충분히 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구글 관련 앱들을 별로 쓰지 않을때나 그렇다.

 

소니 Z3로 찍은 오사카 밤풍경

 

그래도 당분간은,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구글 포토. 내부 메모리에 무려 2Gb 나 되는 용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외장 메모리로 옮길 수도 없다. 데이터 파일 크기 조정도 안되고. 결국 최소한의 앱만 설치하고, 외장 메모리로 저장 위치를 옮길 수 있는 것은 다 옮겨서 쓰는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15.x Gb를 늘상 잡아 먹는다. 앱을 업데이트 하려고 할 때마다 ‘저장 공간이 부족해…’ 하는 메세지를 보는 것은 스트레스다.

 

AS 문제도 솔직히 걸린다. 뭐 이 부분은 이미 싸게 산 걸로 만족한다. 이미 한번 떨어뜨렸지만 크게 깨지거나 우그러지지 않았기에 마음은 아프지만 고치지 않았다. 고치려 한다면 구입 비용보다 더 나올 것이 뻔하니까. 그러니까 다 좋은데, 세월이 지난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긴 있다. 다른 것은 다 참아도 용량 부족 문제는 가끔 정말 곤란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다 나랑 잘 맞는데 가끔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부분을 자꾸 건드리는 여자친구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당분간은,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할 것 같다. Z3를 나름 나에 맞게 최적화 시켜버린 것도 있고, Z3에 적응하는 사이 신규 스마트폰을 구입할 적당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앞으로 7, 8, 9월 3개월은 새로운 스마트폰들이 또 발표될 시기이기 때문에, 새 폰을 사고 싶어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된다. 폰을 바꿀 타이밍은, 이 폰이 쓸 수 없을만큼 깨지거나 고장이 났을 때다. 분명히 수리 비용이 구입 비용보다 더 들 것이 분명하기에,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적당히 서로 맞춰가며 잘 살아보려고 한다.

 

…일단은 그동안 내가 잊고 있던, 중요한 부분을 일깨워주기도 한, 그런 폰이니까 말이다. 비싼 폰 말고, 최신 폰 말고, 스펙 말고, 내가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최고라는, 너무나 당연해 잊고 있던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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