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8 발표, 삼성이 몸을 사렸다

삼성전자가 운명을 걸고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S8이 발표됐다. 모든 것은 이미 알려진 그대로. 그대로 나왔지만, 잘 나왔다. 트렌드를 따라 전체적인 화면을 늘려서 콘텐츠를 즐기기 좋게 만들고, 그에 맞게 터치형 홈버튼을 넣었으며, 최신 AP를 사용하고 더 큰 화면을 가진 제품도 함께 내놨다.

일단 하드웨어는 거기까지다. 이것도 큰 변화라면 변화겠지만, 뭔가 아쉽다. 듀얼 카메라도 없고 배터리 용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고 원래 좋긴 했지만 카메라 성능에서 큰 향상을 이뤄낸 것도 아니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은 갤럭시S8 발표회장에서 보안 기능과 인공지능, 주변 기기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단히 말해, 두드러지게 쓸모있다고 판명나지 않은 이상, 트렌드를 따라가는 기능은 가급적 추가하지 않았다. 굉장히 보수적인 전략이랄까. 새로운 시도를 피하고, 기존에 있던 것을 강화하는 것은 갤럭시S7에서 이미 보여줬던 모습이지만, 이 정도로 조심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뭔가 하나는 있겠지-하고 기대한 탓인지, 아쉽다.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는 것을 아는 탓인지, 삼성은 빅스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 인공 지능 도입이란 것이 늘상 그렇지만, 애플 시리도 그랬지만, 빅스비는 대놓고 내세우기엔 아직 이르다. 개발 업체를 인수한 지도 얼마되지 않았다.  초기 바이럴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유용하게 쓰기엔 너무 이르다. 애시당초 삼성이 이렇게 SW를 내세우는 회사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것은 오히려 주변 기기였다. 큰 화면에 연결해 컴퓨터처럼 쓸 수 있는 것, 원격으로라도 윈도PC를 불러와서 쓸 수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잘만하면 폰과 노트북을 합칠 수 있는 길이 보일 테니까. 360 카메라도 기어VR도 기존 제품의 단점을 잘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갤럭시S8 전용으로 나온 것은 아닐테지만.

그런데 왜 발표가 늦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고, 안전점검에 더 힘을 쏟기도 했겠지만, 신형 AP의 수율이 떨어지는 탓에 미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해 본다. 결국 좋은 제품을 내놓기는 했는데, 조금 맥빠진 모양새가 된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좋은 타이밍이 따로 있었는데 그 타이밍을 맞추지는 못했다.

갤럭시노트7의 경험 탓에, 이제 잘 나왔어도 잘 나왔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게 됐다. 나중에 어떤 일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조심하는 수 밖에. 그래도 현 세대 스마트폰 중에선 굉장히 잘나왔다. 예전까진 어부지리로(?) 애플의 라이벌 격으로 존재했다면, 이젠 당당히(?) 애플과 스마트폰 2강이 될 것 같다. 팔기는 많이 파는데 이익은 애플이 다 점유하는, 그런 시대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인텔의 틱택토 전략을 차용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 비슷하게 초안-개선-개선을 이루는 전략을 쓰게 됐는데, 그래도 좋다. 애플도 결국 이런 전략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스마트폰 세계의 혁신은 힘들고, 위험해 졌다. 덕분에 삼성은 여전히, 재미없는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버릴 기회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이젠 뚝심있게 장기적으로 걸어가는 회사만 살아남을 테니까.

다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는 AS 비용이 비싸고, 스스로 수리하기도 어렵다.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도 꽤 많다. 삼성이 어떤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설계를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문 인식 버튼의 위치는 괴랄해졌다. 터치 홈 버튼은 기존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 아직 모른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살짝 버린 셈이니까.

그렇지만 잘 나오긴 잘나왔다. 다음 제품이 기대될 정도로.

* 애플 사용자들이 옮기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쉽다. 아이폰 다음 모델이 나오면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

* 뎁스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주는 모습은, 좀 평범하다. 많이 고민하며 내놓은 제품은 아닌듯.

* 중국에서만 6G램 S8 모델을 내놓는 이유가 대체 뭘까?

* AP 수율이 정말로 궁금하다.

* 애플은 증강현실을 계속 언급하며 뭔가를 준비하는 모양새인데, 삼성이 준비하는 것은 뭘까? 지금 드러난 것은 몇년 전부터 개발해 왔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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