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구글에선, 옛날 컴퓨터처럼 부품을 조립해서 만들 수 있는, 모듈화된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시제품도 내놓지 못하고 무산된 프로젝트지요. 그날 이후, 조립식 스마트폰에 대한 꿈은 완전히 꺽인 줄 알았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구글도 못했는데, 그걸 누가 해요?
… 아, 했네요. 페어폰이 했네요.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했네요. 해냈어요. 세상에.
페어폰은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무려 2013년에 1세대 기기, 2015년에 2세대 기기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페어폰 3은, 3세대에 해당하는 기종입니다. 스냅드래곤 681에 5.6인치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모리는 4GB, 저장공간은 64GB, 가격은 450유로. 2019년 10월 중순 출하 예정.
하지만 이런 스펙은 페어폰3를 제대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폰의 진짜 가치는, 부품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으니까요.
예, 페어폰은 조립식 스마트폰은 아직 아니지만, 부품을 다른 부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카메라, 스피커,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7 개 카테고리의 부품을 구입, 변경 가능합니다. 카메라는 50 유로, 배터리는 30 유로 정도이며, 가장 많이 구입하는 부품은 메인보드와 배터리라고.
게다가, 부품을 교체해서 성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 카메라는 나중에 더 좋은 카메라 부품으로 바꿔쓸 수 있죠. 수익은 날까요? 2017년 누적 판매 대수는 약 135,000 대고, 매출은액 1170만 유로입니다. 이 중 예비 부품 판매가 62만 6천유로. 현재 페어폰2는 재고 소진 상태.
전체를 조립할 수는 없지만, 각 부품을 교체하는 아이디어도 재밌고, 그 아이디어로 아직까지 투자 받아 살아남은 것도 신기합니다. 예비 부품 판매가 아직은 5% 정도지만, 앞으로 이런 폰이 잘되면 부품 판매로도 꽤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아이와 함께 만드는 스마트폰 키트- 같은 형태로 나와도 좋구요.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이 정도면 예전에 노트북 자가 수리 할 때랑 별 차이가 없는건데요. 성능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하나 사서 오래오래 쓸 수 있는 폰을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정보는 페어폰 홈페이지(링크)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