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왓치유(원제 : Caught in the Net)는 체코에서 2020년 초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세 성인 여배우를 12살 아이인 것처럼 꾸미고, 12살 아이다운 세트장을 만들어 앉힌 다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접속했을 때 일어나는 일을 기록했다.
정말 딱 그것뿐이다. 나중에 몇몇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영화 대부분은 그저 온라인 채팅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말 그것 뿐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떼기 어렵다. 알고는 있지만 보지 못했던, 세상의 치부를 목격한 기분이랄까. xxx 들. 욕이 절로 나왔다.
그저 (가짜) 계정을 만들어 등록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날아온 십여 개의 메시지. 촬영 기간이었던 열흘 간, 세 소녀(를 가장한 배우)에게 접촉을 시도한 사람은 2,458명. 대부분 남성이었고, 어른이었으며, 아이에게 하면 안 되는 요구를 했다. 온라인 성관계를 원하거나 성기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고, 아이와 동물이 나오는 포르노 영상 링크를 보내며 보라고 했다.
나체 사진을 요구하는 건 다반사고, 요구에 맞춰 (누드 배우의 몸에 출연 배우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보내면, 그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협박한다. 그냥 저 나라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구나-하고 생각하면 좋은데, 그럴 수가 없다. 우린 이미 N번방 사건을 경험했으니까. 이런 일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거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위왓치유는 체코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영상에 등장한 사람 중 범죄 혐의가 뚜렷한 9명(남성 8명, 여성 1명)에 대해 체코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밝혀진 신상을 보면, 이들은 21세~62세고, 전과가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영상에는 현실에서 어린이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도 나온다. 배우에게 아동 포르노를 보낸 남자다. 영화 스텝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봤기에 잡혔는데, 막상 주위 사람은 그가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 심지어 영화 상영이 시작된 다음에도 계속 같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한다.
… 다시 말해, 나를 욕하게 만든 그들은, 그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단 말이다.
다른 건 평범한데,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다. 이 영화에 나온 사람들은, 타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너와 나는 떨어져 있고, 너는 나에게 어떤 해를 끼칠 수 없으니(영화에선 영악하게, 가해자가 피해자를 달래는 말로 쓴다. 나는 너를 해칠 수 없다고), 자기 마음대로 사람을 도구 취급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배우를 직접 만났다가 음료수를 뒤집어쓴 남자는, 그런 꼴을 당했음에도 두 달 뒤에 다시 연락했다고 한다. “아직 화났니?” 하는 메시지와 함께. 배우가 연기하는 12살 소녀에게 나체 사진을 보낼 것을 요구한 다음, 그걸 인터넷에 올리고 협박한 사람이.
황당한 건, 이런 평범하게 나쁜 인간들이 저지른 일의 대가를, 결국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는 거다. 우린 악성 댓글과 뜬소문에 시달리다 떠난 여러 연예인의 이름을 알고 있다. 분쟁을 일으키는 특정 회원 때문에 망한 게시판을 본 사람도 많을 거다. 글이나 영상을 보지도 않고 쌍욕 먼저 박는 악플러는 뭐 … 널리고 널렸다.
아이들에게만 향하는 문제도 아니다. 퓨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온라인 괴롭힘을 당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무례한 행동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관계를 파괴한다. 무례한 사람을 용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무례하지 않은 사람들이 떠난다.
#위왓치유도 시작할 땐 이런 영화가 될지 몰랐다.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곳은 ‘온라인 아동 학대 방지’를 목적으로, 유럽 이동통신사에서 만든 바이럴 영상이었다(#위왓치유와 똑같은 상황으로 만들었다.). 후원자/회사가 없어서 감독이 대출 받아 만들다가,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해 겨우 완성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도 정말 많이 놀랐다고 한다.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으면 다음 날 또 새로운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희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단 한 명, 아주 평범하게 연락한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자기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나쁜 요구를 거부하라고 한다.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하면서.
응. 이들은 소녀만 범죄 대상으로 보지 않으니까. 어른도 피해 갈 수 없는데, 소년이라고 다를까.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사람은, 사람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자기 즐거움이니까.
그런 사람 때문에 #위왓치유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청소년 버전을 따로 제작해, 사이버 폭력 대응 교재로 쓰고 있다고 한다. 출연 배우들도 상영하는 학교에 가서, 청소년/소녀들과 자신이 겪은 경험과 대처법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무례함의 비용을 쓴 크리스틴 포래스는 BIFF라는 방법을 제안한다. 누가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면 ① 간단명료하게(Brief) ② 정보 중심으로(informative) ③ 우호적이면서도(Friendly) ④ 단호하게(Firm) 대처하라고. 이게 힘들면 당연히 도움을 청해야 하고, 도움을 청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혼나지 않아야 한다고.
다시 말해, 평범하게 나쁜 인간들, 트롤, 악플러에게는 냉정하게 대처하되, 관용을 베풀지 말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쉬울까. 그렇지 않기에, 잘 안보이는 넷 세상의 치부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단순하지만 명확한 룰이 세워지고, 나쁜 짓을 함부로 하지 못할 테니까. 아니, 아예 처음부터 그러지 못하게 설계가 될 테니까.
* 불쾌한 내용이 많아서 모두에게 권할 영화는 못됩니다. 아이를 두신 부모라면 봐두면 좋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행해지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과정을 잘 몰라서 조심스럽게 말합니다만, 학생들이 배울 미디어 리터러시 과정에,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