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Phone (1)은 Something이 될 수 있을까?

Nothing Phone (1)은 Something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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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이 재미없어진 지는 꽤 됐다. 사고 싶은 제품이 안 보인다는 말이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장악했고, 저가부터 고가까지 전체 출하량은 삼성이 가장 많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산 제품과 기타 지역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다. 의외로 피처폰(일반 휴대폰)도 연간 2억 대 이상 판매된다.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이 13억~14억대 정도 되니, 적지 않은 편이다. 이런 구도가 벌써 십 년째 지속되고 있다.

원래 기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한두 개 기업이 과독점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스마트폰도 그럴 줄은 몰랐다. 정말 많은 사람이 쓰는 탓이다. 2022년 기준 80억 명에 가까운 세계 인구 중에, 스마트폰 이용자는 65억 명에 달한다. 전체 휴대폰 이용자는 72억 명이 좀 넘는다. 인류가 만든 기술 제품 중에, 이렇게 많이 쓰는 제품은 처음이다.

이 큰 시장을 삼성과 애플, OS로 따지면 구글과 애플 두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몇몇 회사가 주도하니, 수많은 제품이 다 비슷해 보인다. 점점 새 제품을 사는 주기도 길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니, 제조사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함정을 만들어 둔다. OS와 보안 업데이트에 기간 제한을 둔다거나, 지원을 끊는다거나, 구형 제품을 느리게 만든다거나 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독점 서비스를 출시한다거나, 앱스토어 등에 광고를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추가 수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낫씽 폰원(Nothing Phone (1))은 이런 상황에 질린 소비자를 노리고 출시된 스마트폰이다. 앞에서 보면 아이폰을 닮았지만, 뒤는 다르다. 뒤판을 투명하게 만들고, 그 안에 수백 개가 넘는 LED를 넣었다. 이걸 제조사에선 글리프 인터페이스(Glyph Interface)라고 부른다. 알람이나 메시지, 충전 상태 등을 고유 패턴으로 정해두면, 알람이 올 때 LED가 반짝이며 알려준다. 뉴욕 지하철 노선도로 유명한 마시모 비넬리의 디자인이 생각날 만큼 세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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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씽폰에 건 기대와 실망

 

새로운 것에 굶주렸던 탓일까. 낫씽폰이 사전 공개되자, 많은 기술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이번엔 정말 아이폰과 갤럭시S를 넘어설 새로운 폰이 나와달라고 바라는 사람도 많았다. 근거도 있다. 다른 회사라면 모르겠지만, 낫씽폰을 만든 낫씽(Nothing)은 원플러스 공동 창립자 칼 페이가 만든 회사다. 원플러스는 북미에서 가성비 높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낫씽에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투자했고, 낫씽폰 디자인엔 전 다이슨 수석 디자이너 아담 베이츠 및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과대광고라고 여긴 사람도 있다. 혁신을 내세우다 주저앉은 스마트폰을 숱하게 봤기 때문이다. 칼 페이의 전 직장인 원플러스도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 공식 발표 전에 공개된 기술 사양은 그런 의심을 부채질했다.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778G+를 쓴다. 플래그십이 아닌 중상급 기종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카메라도 후면에 광각과 초광각 카메라 두 개만 달았다. 아이폰과 갤럭시S를 이기기엔 뭔가 부족하다.

실제로 공개된 낫씽폰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글리프 인터페이스를 빼면 빼어난 곳이 보이지 않는 스마트폰. 수많은 미디어와 유튜버에게 제품을 제공했지만, 자기 돈 주고 사라면 과연 샀을까? 싶어지는 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아이폰이나 구글 픽셀폰보다 조금 나쁜 평가를 받았다. 북미 지역에는 출시도 하지 않았다. 글리프 인터페이스는 예쁘지만, 실용성이 떨어졌다. 누가 일부러 폰을 뒤집어서 놓을까? 게다가 뒷면을 빼면, 다른 흔한 중국산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았다. 런던에 있는 회사가 만들었다며!

그렇게 망하는가 싶었는데, 출시 한 달이 지난 지금, 처음과는 다른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과대광고는 맞다. 글리프 인터페이스는 남이 보기엔 멋있지만 내가 잘 보지 않는다. 다만 뒷면이 떡밥이었다면, 낫씽폰은 다른 중국산 스마트폰과 다르다. 작년에 출시한 낫씽 이어원 블루투스 이어폰을 보는 것 같다. 다른 제품보다 뛰어나진 않지만 모난 데가 없는 제품. 가격과 디자인, 성능을 잘 엮은 성실한 스마트폰, 그게 바로 낫씽폰이다-라고. 디자인이 예쁜 폰에서, 기본기가 충실한 스마트폰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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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좋은 모범생 스마트폰

 

낫씽폰을 괜찮게 평가하는 사용자는, 딱 필요한 것들만 잘 갖췄다고 이야기한다. 스냅드래곤 778G+는 예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성능에 발열도 심하지 않다. 후면 카메라는 두 개밖에 없지만, 여기에 쓰인 소니 IMX 766 센서는 작년 플래그십 카메라에 들어가던 센서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성에 안 차겠지만, 일상적인 용도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기본 OS에는 불필요한 앱이 깔려있지 않고, 출시 초기 결함은 빠르게 업데이트하며 대처하고 있다. 배터리도 적당히 오래 간다. 화면은 아이폰 프로 맥스만큼 크면서 무게는 200g도 안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을 빼고 보면 개성 없는 모범생이다. 개성은 없는데, 중급 스마트폰에서 이만한 제품을 찾기 쉽지 않다. 경쟁 기종은 아이폰 SE, 구글 픽셀 6a, 갤럭시 A53 같은 제품인데, 이 제품들과 다르다. 중급 기종은 비싼 제품과 차별하려고 뭔가 하나씩 부족하거나, 싸 보이게 만든다. 아이폰 SE는 프로세서는 빠르지만, 구형 디자인에 카메라 성능이 떨어진다. 구글 픽셀 6a는 사진은 잘 찍히지만 값싼 플라스틱 재질을 선택했다. 갤럭시 A53은 전반적으로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했다.

하나하나 따지면 다른 스마트폰이 더 나은 데, 그 중간 어디쯤 낫씽폰이 존재한다. 조화로운 사용자 경험을 주고 싶어 한다. 예전에 한참 잘 나가던, 2019년의 화웨이 스마트폰이 딱 이랬다. 가격 대비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한때 삼성의 아성을 넘볼 수 있었던 이유다. 중요한 숙제도 하나 풀었다. 작은 회사에서 만드는 스마트폰이 가진 가장 큰 문제였던 업데이트 지원을, OS는 3년, 보안은 4년을 약속했다. 중소기업에서 이런 업데이트를 약속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이런 폰이 낫씽폰만 있는 것도 아니다. 2021년 일본 발뮤다에선 발뮤다폰을 출시했다. 토스터와 선풍기를 만드는 그 회사에서 만든 폰이 맞다. 아이폰3GS를 닮은 디자인에 4.9인치라는 작은 화면을 고집한 제품이다. 발뮤다 CEO 테라오가 ‘요즘 스마트폰은 다 똑같아 보여서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하며 만들었다. 중급기 정도의 부품을 쓰면서도 10만 엔이 넘는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어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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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씽폰은 얼마나 팔릴까?

 

발뮤다폰은 얼마나 팔렸을까? 가성비로 따지자면 쓸모없지만, 대신 이용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가 있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21년 연말까지 2만 7천 대 정도를 팔았다. 2022년 상반기 실적 발표회에 나온 내용을 보면 1분기 매출 1억 7,700만엔, 2분기 매출 600만 엔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 8,000만 엔이고, OS 및 전용 앱 업데이트가 계획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연간 평균 3,900만 대가 팔리는 일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1%가 안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스마트폰 시장 구조는 그만큼 견고하고, 그걸 부수며 들어가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부터 쌓아야 한다. 낫씽폰은 어떨까? 작은 회사가 여러 나라에 동시에 런칭할 수 있었던 건 대단하다. 북미에는 못 들어갔지만, 영국과 스페인 같은 유럽이나, 일본, 태국, 홍콩, 대만 같은 나라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로 인터넷 판매다.

스마트폰은 이동통신사와 양판점/대리점을 끼지 않고서는 많이 팔기 어렵다. 낫씽폰은 대단히 가성비가 좋은 폰도 아니다. 디자인이 좋고 균형 잡힌, 사용 경험이 좋은 모범생이다. 사용 경험에 대한 평가도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홍보 전략은 좋았지만, 판매량도 좋으리라 예상하기 힘들다. 솔직히 회사에서도 큰 걸 기대하진 않았을 거다.

결국 되돌아간다. 낫씽폰의 작은 성공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디자인이 가진 가치를 인정하는가에 있다. 글리프 인터페이스가 실제로 쓸모 있진 않아도, 남들에게 과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으니까. 갤럭시 노트에 들어간 스마트 펜을 실제로 쓰는 사람은 적어도, 그게 있어서 갤럭시 노트가 팔렸던 것처럼. 글리프 인터페이스를 멋지다고 생각해야, 구글과 삼성, 애플이라는 이름값을 뛰어넘을 수 있다.

낫씽폰은 그걸 할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요즘 스마트폰 시장은, 지루하고 볼 것이 없으니까. 누가 좀 깨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까. 그게 된다면, 다시 많은 재미있는 제품이 시장을 채울 테니까.

 

  • 여성동아 2022년 10월호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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