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습니다

 

나는 이제 떠나갑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남은 삶을 힘껏 살아가세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하고, 멋진 사람과 연애도 실컷 하세요-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당신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CJ 아시아 영화제에서 만난, 일본판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원판 8월의 크리스마스가 ‘죽어가는 한 청년의 남은 삶과 그 짧은 시간동안에도 맺어지는 관계들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느낌’이라면, 일본판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삶이 얼마남지 않은 청년과 그가 죽어가는 사실을 모르고 사랑하게 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같은 느낌이랄까요.

솔직히 두 영화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똑같은 구도의 화면에 조금 당황했을 정도니까요. 뭐랄까, 이건 리메이크가 아닌 카피잖아-라고 말해도 됐을 정도. 하지만 영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일본판 만의 다른 맛이 계속 느껴지는 것도 분명합니다. 뭐, 스쿠터를 탈 때 항상 안전모를 쓰고 탄다거나, 여주인공의 직업이 주차위반 단속요원이 아니라 임시직 교사라는 것들을 뺀다고 해도 말입니다.

 

 

일본판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격정적이진 않습니다. 원판도 힘이 넘치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뭐랄까요, 그래도 살고싶어- 죽기 싫어-하는 남자 주인공의 느낌이나, 이 사람이 왜 갑자기 연락도 없는 거야, 라면서 관계를 거절당한 것으로 생각하는 여주인공의 마음, 삶이 타들어가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의 안타까움이 전해져 온다면, 일본판은 조금 더 담담합니다.

살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 같은 것도 절절하게 표현되지 않습니다(이상하죠? 화면이나 내용은 거의 동일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신 이 영화에서는, 마지막 편지이긴 하지만, 좋아합니다- 라고 대놓고 말합니다.

 

 

남자주인공 역할인 야마자키 마사요시(山崎まさよし)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은, 힘이 없는 연기가 정말로 아파서 죽어가나보다-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사실 한석규는 아픈 사람치고는 너무 씩씩해 보였답니다-)이고, 단점은 딱 그 정도에서 연기가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여자주인공인 세키 메구미(關めぐみ)는 귀엽습니다. 젊고, 당돌한 역할이기는 하지만, 심은하가 맡았던 역이 왠지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면, 세키 메구미의 연기는 강아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허진호 감독의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은 여전합니다. 허진호 감독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처럼 항상 사랑의 시작과 끝을 끝까지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습니다. 그냥 사랑이 시작되었고, 때가 되어 사랑이 끝났을 뿐입니다.

그 안에는 재벌 2세도, 출생의 비밀도, 욕쟁이 아가씨도 없지만, 그냥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도닥도닥 해줍니다. 마치 오후의 햇살처럼. 그런 원판 8월의 크리스마스의 느낌처럼 일판 8월의 크리스마스도 잔잔한 느낌을 느끼며 끝이 납니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삶은 여전히 지난하게 계속되지만,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갑니다…

자, 만약, 당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사랑을 남기고 싶나요?


이 영화의 마지막, 8월의 크리스마스 주제곡은 나중에라도, 놓치지 말고 한번 감상해 보세요-(밑의 한글 가사는 번역기로 돌린후 의역한 것이니, 대충만 보시기를)

 

  8월의 크리스마스

  흔한 것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지고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네 곁에 있고 싶었어.

  지난 여름을 그리워하는듯 눈송이가 춤을 추며 내려오고 있어.
  울음을 그치지 않는 종소리처럼, 너와 함께 보낸 날들을 상냥하게 감싸 안아줬으면 좋겠어.

  나의 기억도 언젠가는, 먼 하늘로 돌아가는 걸까.
  지난 시간이 보내는 소식처럼 눈송이가 춤을 추며 내려오고 있어.
  유리창 너머 보이는 겨울의 아침에 숨어있는, 네가 보낸 것이면 좋겠어.

  아직 눈물이 조금 남아있지만,
  지금은 조용하게 눈을 감아버릴께.
  추억을 말하는 것처럼 눈송이가 춤을 추며 내려오고 있어.
  슬픔에 잠겨있지 않도록, 미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 보고 있어.

  확실히 네가 있던 그 여름의 하루에
  확실히 내가 있던 8월의 하늘아래

             (작사·작곡 야마자키 마사요시) 

  8月のクリスマス

  ありふれた出来事が こんなにも愛しくなっている

  わずかな時間でも ただ君のそばにいたかった

  あの夏を偲ぶように 粉雪が舞い降りる
  鳴り止まぬ鐘のように 君と過ごした日々を優しく包んでほしい

  僕の記憶もいつか 遠い空に還ってゆくのだろうか

  過去からの便りのように 粉雪は舞い降りて
  ガラス越し 冬の朝  心に秘めた想い 君に届けてほしい

  どれくらいの涙が残ってるだろう
  今は静かに目を閉じるだけで・・・

  思い出を語るように 粉雪が舞い降りる
  悲しみに暮れぬように 微笑を絶やさぬように
  日はめぐり振り返れば

  確かに君がいたあの夏の日に
  確かに僕のいた8月の空の下

             (作詞・作曲 山崎将義) 

■ 관련 링크

● 8월의 크리스마스 일본판_공식 홈페이지 http://www.8xmas.com/

About Author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