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 기사를 읽다가, ‘일반적인 사무실의 풍경이라고 캡션이 달린 사진을 봤습니다. 이 사진은 매체용 이미지 전문판매회사인 게티 이미지에서 사가지고 온 이미지입니다.
워낙 책상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기사 내용보다도 사무실 책상 사진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이상하게 사진에서 위화감이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깔끔한 사무실 풍경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꿈꿔봤을, 주로 광고나 드라마에 등장할 사무실 풍경인데, 왜 위화감이 느껴졌을까요?
LCD 모니터, 스탠드, 키보드, 전화기, 계산기, 그리고 스케쥴 보드와 은색펜 하나. CD 트레이. 이 것이 저 이미지에 등장한 책상위 물건의 전부입니다. 거기에 귀여운 로봇 장난감이 하나 더 있네요.
예, 대충만 봐도 아시겠지만, 저 이미지는 가짜 사무실의 풍경입니다. 아마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일텐데요. 저 깔끔한 사무실의 정체는, 바로 “코드”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전기선도, 모니터선도, 랜선도, 전화선도 없습니다. 또 하나, 컴퓨터 본체가 보이지 않는데… 이건 모니터 내장형 컴퓨터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러니까 깔끔한 사무실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그냥 상상 속의 공간이란 거죠. 저런 사무실 풍경은 전체 기기가 무선이나 블루투스로 연결되고, 본체는 모니터에 내장되며, 전화는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전화기고, 모니터와 스탠드의 본체에 밧데리가 내장되어 있거나 자가발전, 또는 무선 충전을 하기 전까지는 존재할 수 없는 사무실입니다.
게다가 실제 저런 사무실에서 일하면 심한 소음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무실 전체에 흡음을 위한 장치가 전혀 없고, 천장이 소리가 울리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서, 조그만 소리도 크게 울리며 들리게 됩니다. 동료와의 잡담은 어림도 없죠. 전체 사무실 배색이 하얀색인 것은 사람 정신을 꽤나 사납게 만듭니다. 거기에 햇살을 막을 블라인드도, 이중창 구조도 아닌 커다란 통유리…가 벽면이네요. 냉난방비가 엄청나게 지출되거나, 겨울엔 춥고 여름엔 쪄서 일하는 사람들 골탕먹이기 딱 좋습니다. … 거기에 사진으론, 천장에 등도 보이지 않네요. 🙂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우면서도 가장 부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책상의 높이입니다. 틀림없이 모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저렇게 배치했겠지만… 책상의 높이가, 앉은 사람의 팔꿈치쯤의 높이입니다.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이상적인 책상의 높이입니다. 다만 저럴 경우, 모니터의 높이를 눈높이로 맞추는 장치가 하나 더 필요합니다.
뭐, 어차피 이미지입니다. 상업용으로 써먹을려고 조작한 사진인걸요.이런 사무실을 정말로 꾸미실 분도 없을거구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 딴지를 거는 이유는, 이런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하나의 환상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혀 써먹을 데가 없는 하나의 가짜 환상을. … 물론 다른 이유는, 이런 사무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정리해 놓고 싶은 욕심때문이긴 하지만. 🙂 (블루투스, 무선랜…은 이미 있는 기술이고, 무선 충전 기술도 이미 개발되어 있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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