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3. 서북청년단, 그리고 빨갱이 이데올로기

▲ 서북청년단

3. 서북청년단, 그리고 빨갱이 이데올로기

“초기 해방공간에서 대중적 지지기반이 취약했던 우익세력은 냉전이데올로기에 편승한 반공의 기치 아래 군과 경찰등 억압기구를 장악, 물리적 강제력을 독점해 좌익을 ‘척결’해 나갔으며 특히 북한에서 월남해 반공 사상이 투철한 서청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이상기, 「서북청년회와 해방정국의 암살자들」, 월간 말 1992년 7월호, p87)”. 이들은 이후 제주 4.3 항쟁때 학살을 자행하는 주역이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어떤 이유로 이런 잔인한 학살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되었는가?

이북에서온 사람들

서청 단원들은 대부분 해방 후 북한지역에서 향토치안과 임시행정을 담당했던 조만식이 조직한 조선민주당에 참가했던 우익청년들이었다. 북한에서는 소련 점령 아래 그 비호를 받는 적위대의 출현으로 좌우 충돌사건이 잦은 데다, 우익에 대한 검거선풍을 피해 월남한 까닭에 이들 청년들은 체험적 반공으로 무장, 사상투쟁의 전위대로 나서게 되었다(이상기, 같은 책, p87).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이야기하기에는 이들의 잔인성이나 폭력성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이 저질렀던 행각은 해방공간의 전근대성을 감안해도, 미군에서도 초기에 ‘트러블 메이커’라고 부를만큼 상식에 어긋난 행동들이 많았다. 게다가 당시 한반도는 여전히 유교적 이데올로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은 이런 폭력적인 주체로 변하게 된 것일까?

월남자들이 받아들인 대타자

우선 이들은 북한에서 거세된 사람들이었다. 우익 청년 단체의 구성원 대부분은 1946년 3월초 북한 전역에서 실시된 토지개혁령으로 인해 월남한 수십만명의 청년들이었다. 이들에게 남한은 환상의 대상이었다. 아래의 글은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월남했는 지를 보여준다.

“남한에는 세계 최강의 미군이 진주했다. 미군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사도다. 더욱이 독립운동의 원훈인 이승만 박사와 독립정신의 심벌인 임시정부 김구 주석께서도 서울에 환국하셨다. 일언이폐지하고 남한으로 가서 독립정부의 첨병이 돼 북진대열의 선봉에 서서 이 고향땅에 다시 돌아오자.(이상기, 같은 책, p87)”

이들에게 북쪽의 체재 변화로 인한 변화와 고통은 실재의 위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마주쳐야했던 것은 좌우대립으로 혼란했던 남한의 현실, 프락치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신세라는 자신의 처지였다. 이 상황에서 먹을 것을 주고 잘 곳을 줬던 사람들이 바로 이승만과 한민당의 우익 정치인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그들을 지원했다(1946년 9월 남쪽의 총파업과 10월 대구 영남 지방에서 일어난 항쟁이 기존 월남 청년단체들을 통합해 서북 청년회로 결성시키는 주요 계기가 되었다.).

빨갱이라는 이데올로기

자신이 팔루스가 되기 위해 미국의 욕망을 받아들였던 이승만은, 이제 자신이 팔루스인척 서북청년단원들에게 대타자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친일파를 보호하기 위해 썼던 반공의 가면은, 이제 가면 그 자체가 하나의 팔루스가 되어 사람들에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반공의 가면은 좌익들에게 ‘빨갱이’라는 가면을 씌우고 그들을 적으로 재구성한다.

좌익과 빨갱이의 언어적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 좌익은 이데올로기적, 사상적인데 비해 빨갱이라는 단어는 사회적 범죄자의 이미지를 불러 일으킨다. “빨갱이를 뿌리뽑고, 그 종자를 말려야한다”는 그들의 언어는 무엇을 말하는 가. 그것은 그러한 행위의 대상물로서 “빨갱이”를 인간이 아닌 동식물과 같은 개체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빨갱이는 인간이 아니라 잡초이며 국가의 권력에서 배제된 열등한 인종으로 제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김성례, 국가폭력과 여성체험 : 제주 4·3을 중심으로, 『창작과비평』 102호, 창작과비평사, 1998년 12월호, 논문의 2p)”.

이승만과 우익 정부의 행각은 이들에 대한 ‘살인면허’를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또다른 근본적 요소와 연결시켰다. “우리는 공산주의를 완전 타도하는 투쟁대열에 감연히 나설 것을 만천하에 선언한다!” 라는 서북청년회 결성선언문은 “조국의 완전 독립 쟁취, 균등사회의 건설, 세계평화에의 공헌”이라는 그들의 강령(이상기, 같은 책, p88)과 바로 연결된다. 또 이런 태도는 제주도 4.3 항쟁에 대한 그들의 태도로 다시 이어진다. 당시 미군정 경무부장 조병옥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제주도 전토에 휘발유를 뿌리고 거기에 불을 놓아 30만 도민을 한꺼번에 태워 없애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오성찬, 『한라의 통곡소리(제주 4.3 증언집)』, 소나무, 1988, p295).

다시 말해 빨갱이들이 나쁜 놈이거나, 국가의 위협요인이어서 ‘죽여도 좋은 사람들’이었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빨갱이를 모두 죽이지 않고서는 실현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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