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게임이란 매체를 통해 타인과 소통을 하는 첫 번째 세대다.

자신에게 있어 나쁜 기억따위는 잊어버려라. 진실을 알아서 어떻게 할 것인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포기해라. 후회할 뿐이다. 어느 쪽이든 좋지 않나. 잃은 것이 부인과 아들이라고 해도, 죽인 것이 죄 없는 선량한 일가였다고 해도, 이미 잃어버린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네 놈의 손은 많은 피로 더럽혀져 있다. 진실을 알아도 네 놈의 죄는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를 후회하기 보다, 미래를 바라봐라. 우리들의 동료가 되는 것이다.

과거를 보지 않는 자에게 ‘성장’은 없어. 미사어구로 미래를 말해도, 땅에 발이 붙어 있지 않는다면 ‘진보’는 없다. 마귀여, 사라져라!

– 베이그란트 스토리 中

김어준의 「내 나이 서른, 뭘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란 고민상담 글을 읽었다. 뭘해야 좋을지 몰라서 방황하는 청춘에게, 김어준은 이렇게 내뱉는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우린 그런 거 안 배운다. 대신 성공은 곧 돈이라는 거.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는 거. 그 경쟁에서의 낙오는 인생 실패를 의미한단 거. 그렇게 경제논리로 일관된 협박과 회유로 훈육된다.

– 김어준, 내 나이 서른, 뭘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中

아마 「너, 외롭구나」를 쓴 김형태였다면, 변명하지 말라고, 일단 뭐든 해보고 그런 말하라고 말했을테지만, 다행히 김어준은 그렇게 어른인양 거드럼피지는 않는다. 그 글을 읽다가 문득 ‘나는 뭐에서 인생을 배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인생을 배운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책, 게임, 그리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 그리고 가끔은 영화와 만화도.

살아오면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삶을 대해야 하는지, 그걸 가르쳐준 교육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이 나라의 교육은 애시당초 그런 철학을 가르칠 정도의 품격을 가지지 못했다. 대신 책을 읽으며 꿈을 꿨고, 사람을 통해서 인생을 배웠고, 게임을 통해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깨달았다. 뭐, 나는 그랬다.

풀리지 않는 퍼즐들을 눈 앞에 두고, 문제를 탓하기보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법을 배웠고, 내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길을 찾는 법을 배웠으며,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따라 상대의 반응이 달라진 다는 것을 알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과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모험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알아야하고,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만 하며,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는 것도 역시.

… 우리는, 게임이란 매체를 통해 타인과 소통을 하는 첫번째 세대다.

오늘 문득, 베이그란트 스토리의 공략본을 다시 읽었다. 게임속 장면들이 잊혀지지 않고 머리에 남아 맴돈다. 어제는 삼성 특검이 발표되었던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그들은 어떻게든 외면하고 모른 척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마음씨 곱게 삼성 그룹 회장의 마음속까지 헤아려주는 그 씀씀이가 갸륵하다. 그렇지만 나는 말할 수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성장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미래를 말해도, 현실에 두 발을 딛고 냉정하게 직시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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