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셨던 아버지가 눈 앞에서 돌아가시기 전, 하느님한테 매달리며 기도해본 기억이 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느님 아버지 제발, 하느님 아버지 제발, 하고. 일주일 전까지 만났던 녀석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을 때도 그랬다. 그 흙빛이 된 얼굴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내 자신이 미워 죽을 것만 같았다.
돈암이었나, 상계였었나, 하왕이었나, 번동이었나, 전농이었나…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해진 어떤 철거지역이 있었다. 대 낮부터 철거반원들이 들어왔다기에 애들 모아서 뛰어갔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다음이었다. 빈활을 통해서 알게된 꼬마 아이가 형아- 우리집 어떻해- 하는데, 해줄 말이 없어서 멍하니 같이 울었던 기억도 있다.
지킬 수 없었던 것을 가져본 사람들은 알거다. 사람이 얼마나 간절해지는 지를. 어리석고 헛되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릴 수가 없는 희망을. 그러다 끝내, 가슴에 인두로 지진 것처럼 남겨지는 깊은 상처를. 평생의 미안함으로, 평생의 한이 되어 남는 것들을. 그건 정말, 눈 앞에서, 지키고 싶었던 것들이 무너져간 사람만이 알거다…
용산 참사 유족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그때가 생각나 아프다. 저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질 생채기들이 눈에 보여서, 그래서 더 아프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평생 지워질 수 없는 것으로 남을 것이 보여서. 몇년이 지난 어느 날에도, 살아있던 모습 그대로 울고 웃고 떠들다가, 아- 꿈이구나- 생각하고 화들짝 놀라 깨어나게 될 것이 자꾸 보여서.
자꾸, 마음이 아프다…
* 아야님의 「여러분들이 꼭 보셔야할 동영상입니다. 」에 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