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최근에야 연구되고 있는 대상으로 지난 몇 년간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졌음에도(Richard, 2005: 345) 아직까지는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지 않다. 블로그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크게 ‘구전 마케팅 대상'(Wright, 2006), ‘정체성 표현의 도구(김정희원, 2006; 윤명희, 2007)’, ‘민주주의 확장을 위한 수단’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블로그를 ‘민주주의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연구는 ‘1인 미디어’로서 블로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Blood, 2003: 김익현, 2005: 김영주, 2005)과 ‘민주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블로그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뉜다. 대개 하버마스의 ‘공론장’과 ‘숙의 민주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블로고스피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데, 실제 연구에서 드러난 블로고스피어의 모습은 하버마스의 이상적 공론장 모델을 적용하기에는 부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로그를 주제로 삼은 연구들
톰슨은 전쟁을 다루는 블로그들에 올려진 블로그 글과 덧글에 나타난 반응을 중심으로 탐색적 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에 따르면 블로그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존재하며 전반적으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직 공론장이 되기엔 미흡하다(Thomson, 2003).
카시크와 라마찬드란이 네트워크 분석 방법으로 수행한 연구의 결과도 비슷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블로고스피어에서 이뤄지는 네트워크 연결은 제대로 된 토론이라 보기 어려운 반면, 블로그 안에서 덧글로 이뤄지는 소통은 매우 성숙한 의사소통이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Karthik & Ramachandran, 2006).
마크스테드는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정리해 온라인 상황과 비교해보는데, 온라인 공론장의 상황이 하버마스가 지적한 현대의 공론장 상황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광고에 지배당하고, 서로 배타적인 그룹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Markstedt, 2007).
블로그의 등장으로 인해 변하고 있는 것들
반면 민주주의적 의사소통과는 상관없이 블로고스피어의 영향력은 실제로 커지고 있으며, 미디어 도입 단계를 벗어나 대중 확산 단계에 이미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Nguyen, 2006). 대중 확산 단계에서 나타난 것이 ‘슬래쉬닷 효과(Slashdot effect)’로 불리는 현상이다. 이것은 블로그로 인해 인터넷 공간의 관심사가 결정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Richard, 2005).
정보 필터링을 통해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힘이 생기자, 블로그는 ‘사회적 문제 제기’나 ‘언론의 감시자’로서 주목 받게 된다(Ceren, 2006). 이에 대해 마라티는 블로고스피어는 공론장이라기보다 공공적인 논쟁장(Public Arena)에 더 가깝다면서, 어떤 이슈를 제기하고 여론화시키는 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Maratea, 2008). 그리고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이슈 제기자’로서의 장점은 가상 커뮤니티와 힘을 합쳐,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저항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Castells, 2008).
만약 블로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블로그의 이슈 제기적 성격을 기반으로 가상 공동체와 결합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Getup!’이란 호주 시민단체의 블로그가 운영되는 모습을 살펴본 후이저와 리틀의 연구는 주목할 만 하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블로그는 미디어에 의해 파괴된 공론장을 복원하는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다(Huijser & Little, 2008).
데스로처스의 연구는 블로그와 공동체가 만날 때 전혀 새로운 형태의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블로그를 통한 토론이 굳이 정치적 의제 설정에 한정될 필요가 없음도 확인시켜 준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를 둔 엄마들이 블로그를 시작하고, 그 블로그에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쏟아낼 때,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공동체가 형성되고 심지어는 ‘모성애’의 개념조차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DesRochers, 2007).
블로그 + 커뮤니티가 블로고스피어의 미래다
블로고스피어는 매년 규모가 확장되며 시시각각 성격이 변해가고 있다. 블로그를 통한 정치적 참여와 공론장 형성, 의제 설정에 대한 연구도 블로고스피어의 성장을 뒤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블로고스피어는 아직,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아쉽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는 블로그의 기술적 속성을 전제로 한 민주주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대부분 들어맞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는 기존에 이뤄진 인터넷에 대한 연구와도 동일한 것으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는 인간의 삶에 분명히 영향을 끼치지만, 그 기술 자체가 낙관적 전망의 근거가 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반면 블로그를 이용해 구성되는 공동체적 속성에 기반을 둔 영향력은 계속 커져가고 있으며, 몇몇 연구는 커뮤니티와 결합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블로그는 시민들의 자기 정체성 표현과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새로운 소통방식과 집합행동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아직까지 블로고스피어는 계속 변화하며 성장하는 중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와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기는 지금 걷는 법을 새로 배우려고 하고 있다. 두 다리로 걷는 방법은 똑같겠지만, 두 다리로 걸으며 무엇을 하게 될지는, 앞으로 블로고스피어의 구성원들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떤 합의를 만들며, 어떻게 살아가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만약 블로그가 민주주의를 진화시킬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은 바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바탕을 둔 커뮤니티의 구성에 달려있다고, 나는 믿는다.
* 이 글은 제가 썼던 논문의 ‘선행연구’에 담겨있는 내용을 옮겨온 글입니다.
* 이 글에서 제시된 논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 논문은 각 대학의 외부학술정보 DB 를 통해서, 외국 논문은 구글 스콜라 검색을 통해서 다운 받으 실 수 있습니다.
- Blood, Rebacca, The weblog handbook: practical advice on creation and maintaining your blog, Basic Books, 2002(정명진 옮김, 『블로그』, 전자신문사, 2003)
- Castel, Manuel, “The New Public Sphere: Global Civil Society, Communication Networks, and Global Governance” The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Vol. 616, No. 1, 78-93 (2008)
- Ceren, Omri. “Oppositional Politics: Activism and the Structure of the Blogosphere” Paper presented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Dresden International Congress Centre, Dresden, Germany, Jun 16, 2006
- DesRochers, Lori. “The Radical Act of Mommy Blogging: Redefining Motherhood Through the Blogosphere” Paper presented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Association for Education in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The Renaissance, Washington, DC, Aug 08, 2007
- Huijser, Henk and Little, Janine “Democracy Under Fire: the uses and abuses of democracy in the public”, Transformations, Issue No. 16, 2008.
- Karthik K and Ramachandran, B.S., “The Evolution of Media Industries and the Public Sphere: Does The Blogosphere Serve as a Public Sphere?” Washington, DC, Oct 31, 2006
- Maratea, Ray.“The e-Rise and Fall of Social Problems: The Blogosphere as a Public Arena” Caliber, 55(1), Feb, 2008, pp.139~160
- Markstedt, Helena. “Is there a public sphere online?” Course work for Theories and Concepts in Media and Communication, MC408, January, 2007
- Nguyen, An. “Journalism in the wake of participatory publishing” Australian Journalism Review, 28(1), 2006, pp.47~59
- Richard, Elisabeth. “Managing issues in Network Age: Blogosphere, SlashDot Effect and Coping Strategies for Puclic Servants”,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E-government: ICEG, Ottwa, Canada, Academic Conferences Limited, 2005
- Thompson, Garry. “Weblogs, warblogs, the public sphere, and bubbles”, Transformations, Issue No. 7, Sep, 2003
- Wright, Jeremy, Blog marketing, McGraw-Hill, 2006 (이순희 옮김, 『블로그 마케팅(홍대리가 블로그를 만든 까닭은?)』, 용오름, 2006)
- 김영주, 『블로그 : 1인 미디어의 가능성과 한계』,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
- 김익현, 『블로그 파워 : 풀뿌리 저널리즘의 위력, 블로그』,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
- * 김정희원, 「네트워크 사회의 개인성과 사이버 공동체에 관한 연구」, 연세대 석사학위 논문, 2006(해당 대학 홈페이지에서 다운 불가)
- 윤명희, 「블로그의 사회적 유형분석」, 한국사회학 제41집 1호,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