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열 기자가 놓치고 있는 것
사실 고재열 기자가 해명하고 있는 것은 간단합니다. 트위터에 관심이 생겨 체험해본 기사를 쓰기로 했고, 좀더 몰입하기 위해 팔러 1000명을 모으겠다고 선언했으며, 그러다가 맥주 내기를 제안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이 김철균 청와대 국민소통 비서관…이었을 뿐이다. 그 이후 몇 분이 더 그 내기에 붙었고.
그러다 논쟁이 두 갈래로 생겼습니다. 하나는 왜 팔러 숫자에 집착하느냐-라는 비판이었고, 다른 하나는 왜 청와대 비서관이랑 하는 내기에 나를 동참시켰는가-입니다. 이에 대해 고재열 기자는 이런 모습 역시 의미있는 성장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계속 버텼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끝내 조직표를 동원(?) 팔러 1천명을 채울수 있었구요.
별 것 아니죠? 예, 정말 별 것 아닌 사건입니다. 트위터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 도구를 이용해서 장난을 치건 농담을 하건 토론을 하건, 뭘 하건 그건 그 사람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그렇게 트위터를 체험해서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 트위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트위터에서 시도했던 것들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딱 그 뿐입니다…; 트위터 세계에 대한 여행기가 아니라, 트위터 세계에서 자신이 했던 해프닝에 대한 기록.
트위터란 이름의 4차원 카페
솔직히 이번 사건을 보면서, 조금 씁쓸했던 것은… 다른 분들의 말처럼, 소통을 숫자로 치환하려는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집착은 규모가 영향력을 낳는다는, 트위터를 일종의 미디어로 바라보고 있던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트위터는 매스미디어가 아닙니다…
트위터는 일종의 4차원 카페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쉽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카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안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습니다. 매일 같이 상주하는 사람도 있고, 잠깐 들어왔다가 분위기만 보고 나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카페에 들어와서 자기 일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트위터의 팔로잉은 카페에 들어가 “아는 척”하는 것과 똑같아요. 카페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팔러잉하면서 우리는 “아는 척”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진짜 친해지기도 하고, 알기는 알아도 대면대면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구요.
이 카페에서 인기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세가지입니다. 새롭고 신기한 소식을 많이 아는 소식통이거나,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줘서 이름(@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이미 알고 있던 유명한 친구거나- 사실 카페 바깥의 세상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조금 더 좁혀줬다는 거죠.
TV에서만 보던 김주하 앵커는 “나 여기 못있겠어요” 하고 문열고 나갔다가 “죄송, 실수였어요”하고 다시 문열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모그룹 회장님은 자주 농담을 하고, 연아양은 한번 들어오긴 했는데 별로 말은 안해요. 저쪽에는 느긋한 모습으로 “아이폰이 말이죠~”하시는 이찬진 아저씨도 앉아계시고- 어떤 분은 모임을 만든다, 오프에서 술먹자, 하면서 바지런히 사람 모으며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박중훈씨는 “안성기 선배 만나러 가요~”하면서 문 한번 열고 자랑하고 쓱 나가고, 로봇으로 유명하신 루덴스님은 하루종일 카페를 떠나지 않고 계십니다. 오마이뉴스 로봇은 계속 “이.런.글.이.올.라.왔.습.니.다”하고 떠들고, 한쪽에선 목소리 높이며 토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휴대폰이 보이지 않아요 징징징”하면서 사람들에게 하소연하고 있구요…
이게 트위터입니다. -_-; 누구나 아무때나 들어가서 노닥거릴 수 있는 4차원의 카페. 물론 주로 IT 종사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옆 동네 미투데이란 카페에선 유명 연예인을 초청해서 이벤트하기도 하고, 맨날 지치지도 않고 “너 그거 알아? 이번에 아이폰 진짜로 나온데~”라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 카페이긴 하지만..
소통은 도구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슬쩍 들어와서는, 여기 체험기 쓸려고 하니 1000명만 나랑 아는 척 좀 해주세요-합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카페를 모르고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와선 나랑 아는 척 하자고 하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내기라기에 기쁜 마음에 아는 척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정말 정말 싫어하는 사람과 하는 내기였습니다. … 화내지 않을까요?
이게 성장통이라면 앓고나면 키가 커야겠지요. … 그렇지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트위터가 주목받은 것은 카페에 들어온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우리가 김주하도 알고 이찬진도 알고 김연아도 아는 척 할 수 있게 되서 그런 것이 아니라구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됐으니 당연히 새로운 관계가 생깁니다. 쉽게 글을 올릴 수 있으니 이집트에서 체포되던 활동가들이 체포되기 전에 체포될 것 같다고 글을 올릴 수 있고, 많은 사람이랑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나 새로운 음식 팔아요-“하고 말하면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사먹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대기업에서 고객상담할 직원들도 파견하게 되고- 오프라 윈프라 깉은 사람이 나도 그 카페 단골이에요~ 하고 말도 하는 거거든요.
그런 새로운 관계맺음과 거기서 생겨나는 새로운 집합행동이 트위터를 주목받게 만든 이유입니다. … 그런 소통을 통한 새로운 관계맺음을, 숫자로 치환해 버리면은… 과연 체험기라 할 수 있을까요? 카페를 매스미디어로 생각하고 자신이 발언할 공간이다-라고만 여기면은, 과연 온전한 체험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소통이 도구-로 바뀌게 되면, 과연 그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즐거워할까요? 이 카페에 들어와 어떻게든 인지도 높이려는 정치인들처럼, 친구가 아니라 물건 팔러온 장사꾼 같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지금은, 팔로워 1000명 모으기에 대한 이유를 밝힐 때가 아니라, 트위터에서 이뤄지는 소통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 때가 아닐까요? 🙂
* 사실 이 글은 위에 링크한 글의 말미에 담긴 “이 글이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오히려 그들은 나를 미워할 이유를 더 찾아낼 것이다.”란 문장을 읽고 조금 당황스러워서 적게되었습니다. 이렇게 반론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글의 사용,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
* 1000명 모으기는 트윗터에 몰입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라고 하시면, 저는 1000명을 모으기 위해 트윗질을 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 이런 이야기마저 뒤에서 날아드는 돌팔매라고 생각하시면 저도 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