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지난 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던 스노우보드 월드컵을 둘러싸고 원희룡 의원과 오세훈 시장이 설전을 벌였다는데, 이 얘기부터 알려달라.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원희룡 의원이었다. 광화문 광장에 스키 점프대가 설치된 것을 두고 지방 선거를 눈 앞에 둔 서울시의 전시행정이라고 말하며, 광화문 광장은 ‘세계 최대의 중앙 분리대’라고 직설적인 비판을 한 것이다. 그러자 오세훈 시장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이번 스키 점프대 설치는 서울시의 도시 마케팅을 위한 것이라며, 결코 선거를 위해서 치루는 행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의원이 다시 블로그 글을 통해 오 시장의 글을 반박했다. 그렇게 서울시가 브랜드 마케팅에 너무 치우치는 것이 바로 문제라며, 민생을 소홀히 하면 서울 시민의 삶이 힘들어진다고 주장한 것이다. 원희룡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오세훈 변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이끌어냈던 당사자라서, 이 두 사람의 블로그 논쟁이 더 낯설기도 했다.
정치인 두 사람이 블로그를 통해 서로 싸운다, 이제까지 보기 힘들었던 장면 같다.
맞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진 것 같다. 젊은 연예인들은 이제 일상적으로 미니홈피나 팬카페에 글을 써서 자신의 근황을 알린다. 얼마 전 ‘좌파’ 발언으로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었던 영화배우 윤계상씨가 자신의 사과문을 올린 곳도 바로 인터넷 팬카페였다. 작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미국의 폴 크루그먼이 가장 먼저 수상 소감을 밝힌 곳도 역시 자신의 블로그였고.
요즘 이렇게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개인 미디어로 이용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블로그가 개인 미디어로 이용되는 이유는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일단 기자회견을 하는 것보다 간편하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인터넷에 퍼지며, 자신이 한 말이 편집당할 우려가 없다. 특히 TV나 라디오, 신문에 등장하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바로바로 할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치인들은 블로그를 별로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아직까지 정치인들은 블로그가 필요 없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사실 그 점이 안타깝다.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블로그를 이용하지 않는다. 매일 블로그 글을 쓰느라 고생하는 것보다, 매스미디어에 한번 등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어떤 익명의 다수를 상대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
매스미디어나 블로그나 익명의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똑같지만, 블로그에서는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바로 알 수 있다. 이건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스스로 욕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블로그 개설을 좀 꺼리는 것 같다.
반면 외국에선 사회 저명 인사들이 블로그를 이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되어 있다. 앞서 말한 폴 크루그먼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작가나 정치인들, 심지어는 과학자들도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독자들은 그 블로그에서 작가나 정치인들과 직접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올해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뽑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25명 가운데, 블로거가 다섯명이나 포함되었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없어서 안타깝니다.
최근엔 트위터를 통해서도 많은 이슈가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대체 트위터가 뭔가?
간단하게 말해 미니 블로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서비스인데, 140글자 이내의 짧은 글을 올려서 친구들과 새로운 소식이나 살아가는 근황을 나눌 수 있게 만들어진 서비스다. 블로그가 어느 정도 생각 정리된 글을 올리는 곳이라면, 트위터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최근에 김주하 아나운서나 김연아 선수, 박용만 회장, 영화배우 박중훈이나 소설가 이외수 등이 사용해서 많이 유명해졌다. 한국에서 비슷한 서비스로는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가입해서 많이 알려진 미투데이가 있다. 그냥 여러명과 공개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뭔지는 대충 알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단순한 서비스에서 어떻게 이슈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
단순한 서비스이긴 하지만, 트위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아주 가깝게 줄여준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 가입한 기자가 있고, 그 기자의 기사에 불만이 있다면, 트위터에서는 그 사람의 아이디만 알고 있으면 바로 전달이 가능하다. 예전에도 이메일등을 통해 유명인들에게 메일을 보낼 수는 있었지만, 솔직히 그 메일을 그가 읽었을지, 전달이 되긴 됐는지 알 수 없어서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트위터에서는 그런 메시지들이 확실히 전달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도 모두 볼 수 있다.
트위터같은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슈는 바로 이 과정에서 생긴다. 예를 들어 며칠전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울 버스 정보’ 프로그램이 일부 작동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 고등학생이 짠 것으로,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제공하는 교통 정보를 이용해 버스 정류장 번호와 자신이 기다리는 버스 번호를 입력하면, 몇 분 후에 그 버스가 도착하는 지를 알 수 있는 편리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 프로그램의 작동이 잘 안되자 이용자들이 그 사실을 트위터에 알렸고, 트위터에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몇몇 블로거들이 자신의 글에서 그 내용을 이슈화하면서 트위터에 있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글을 보냈다. 알고보니 경기도에서 허가받지 않은 이용이라며 교통정보 제공을 차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그 다음날 바로 서울시에서는 서울시에서는 앞으로도 교통 정보를 차단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발표했고, 경기도에서도 입장을 바꿔서 계속 교통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렇게 예전에는 문턱이 높았던 자치단체와 시민들간의 간격을 단숨에 낮춰주는 것, 그것이 바로 트위터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가진 힘이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직접 소통하려는 시민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민원을 넣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기업이나 지자체들이 앞서 말한 정치인들처럼 아예 이용을 안 하게 되진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있다. 아예 입 막고 못 보게 하고 아무 것도 안 들으면 세상은 참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니까. 그렇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을 모르고 있는 것보단 알고 있는 것이 낫고,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시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정치인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결국 기업이나 정치도 사람을 상대로 하는 직업이고, 그 사람들이 바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민들일 테니까.
무엇보다 인터넷에선 선출판 후여과 방식이라 불리는 나름의 검증 체계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먼저 글을 쓴 다음, 나중에 좋은 글인지 아닌 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체크 받는 방식인데, 이 방식을 통해 어떤 글이 이슈가 될지 아닐지가 사실상 결정된다. 아무렇게나 내가 떠든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다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무리한 요구나 주장일 경우, 다른 사람들의 많은 비판과 비난에 직면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반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경우 문제가 잘 해결되는 일들도 많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이슈가 되고 잘 해결된 경우로 어떤 것이 있을까?
온두라스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된 한지수씨 사건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한지수씨 사건은 온두라스에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러 간 한국 여성이, 같은 숙소에 묵고 있던 여성이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 살인 사건으로 변해버린 사건이다. 처음에는 참고인 진술만 받고 풀려났는데, 귀국 직전 이집트 공항에서 살인 혐의로 다시 체포되어 온두라스 감옥에서 수감중이었다. 그렇지만 당사자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고, 실제 정황도 의심스러운 점이 많아서 가족과 네티즌들 중심으로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나 외교당국에서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트위터를 통해 한지수씨의 가족들이 정동영 의원과 직접 대화를 주고받고, 이 때문에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사건을 캐묻게 됨으로써, 외교부 장관에게서 신경쓰겠다는 대답을 이끌어내고, 그 때문인지 최근 한지수씨가 보석 허가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이 가족들은 참으로 고된 시간을 견뎌야만 했을 것이고, 사건도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정부의 냉대를 견뎌야 했을 것은 분명하고. 국회의원들도 별로 관심 가져주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변화는 점점 더 많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 YTN 라디오 금요일 오후 8시 40분, 뉴스집중분석 – 클릭! 인터넷 이슈, 12월 18일 원고 입니다. 12월 11일 원고는 시기가 안맞아서 아직 못 올리겠네요… 이것말고도 사례가 많이 있는데, 해외 사례는 방송에서만 따로 언급되었고 원고에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시간이 없어서 방송에 못나갔다는 슬픈 전설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