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디스하는 사람들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가끔씩, 애플을 닥치고 예쁘게 볼 수 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처럼, 아이패드에서 애플이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방향성,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콘텐츠 소비 기기-라는 컨셉이, 한 편으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겠지만, 다른 한 편으론 어떤 분명한 변화, 어떤 이에겐 기적에 가까운 변화를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에 리드 대학을 졸업한 버지니아 캠프벨-할머니는, 자신이 문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든 이후 읽거나 쓸 수가 없었습니다. 장님은 아니었지만, 녹내장으로 인해 제대로 글을 읽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패드가 등장했습니다. 밝은 화면과 함께 간단히 글자 크기를 키울 수 있기에, 시력이 약한 할머니도 글을 읽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글을 읽는 것만 돌려준 것이 아닙니다. 아이패드는 할머니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돌려줬습니다. 이제 할머니는 예전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알고보면 별 것 아닌 기술(?), 별 것 아닌 변화입니다. 애플도 이런 상황까지 상정하고 만들지는 않았겠지요.
…그렇지만 이럴 땐, 정말 닥치고 애플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기기를 만들어줘서 고맙달까요..
물론 욕 먹기라면 애플은 저~리 따돌려 버릴 수 있는 MS도, 닥치고 사랑스러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서울대 이상묵 교수님의 모습을 봤을 때 였습니다. … 한때 이 교수님은, MS가 자신을 구원했다-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도 하셨지요. 과찬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사고로 인해 목 이하가 모두 마비된 교수님은, 휠체어에 붙은 휘슬 마우스(입으로 조작하는 마우스)로 컴퓨터를 조작해, 수업을 진행합니다. 저런 장애인용 장치가 없었다면, 또 없었던 옛날이라면, 교수님은 아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집에만 계셔야 했을 겁니다.
…저 장치를 개발한 것이 MS 입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엔, 정말 닥치고 MS를 사랑해 줄 수 밖에 없었죠.
그것이 허세라고 해도 좋고, 면피성 취지라고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진짜 좋은 도구들은, 정말 방망이 깍는 노인의 마음으로 만들어 집니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용성에 대한 고려, 설사 장애인이라 해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접근성에 대한 고려.
쉽지도 않고, 폼도 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배려를 오롯이 느꼈을 때의 감동은, 어떤 신기술과 멋진 디자인에서 느낀 감동보다 크고, 또 오래갑니다. 녹내장을 가진 99살 할머니가 다시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전신마비된 교수님이 다시 강의를 할 수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런데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가끔은, 저 둘을 닥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늙으면, 제가 사고나면,
결국 제게 필요한 기기를 만들어 줄 회사는, 어쩌면, 저 둘 밖에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