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탈옥은 불법? 속보이는 통신심의규정 개정안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규정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방통심의위는 (구)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을 그대로 사용해 왔는데, 이 규정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방통심의위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이미 헌법 소원이 제기된 상태에고, 이에 대한 개정안을 2009년 12월 16일에 열린 공청회에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9월 13일)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보통신심의규정(통신심의규정)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전달했습니다.

이 단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규정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그동안 지적되어 온 위헌성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현행보다 문제가 되는 조항들이 더 늘어났으며, 심의규정은 법률에서 위임하고 있는 범위를 보다 구체화하는 내용이어야 마땅함에도 이번 개정안이 심의위의 권한을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부분은 위 시민단체 의견서에 잘 제시되어 있으니 생략하고, 제가 이번 의견서에 있는 심의규정 개정안을 보다가 의아하게 느낀 부분은 두군데 입니다. 아니, 의아하다기 보다는… 너무 속들여다보인다고나 할까요. 첫번째는, 유통이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정보에 집시법에서 의해 금지된 집회정보를 포함시킨 것.

기본적으로 집회에 관한 권리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 (헌법 21조) 그로 인해 집회나 시위에 관한 내용은 기본적으로 ‘신고제’로 운영되며,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풀 수도 없으니, 일부 집회에 한해 경찰이 예외적으로 ‘금지’해야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현실은 실질적으로 갖은 방법을 통해 집회를 봉쇄, 금지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심의규정을 적용하게 된다면, 아예 집회나 시위 정보는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로 인해 시민사회단체에서 인터넷을 통해 집합행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처음부터 금지하고, 자발적인 ‘모이자’형식의 글도 불법(?) 정보로 만들 우려가 높습니다.

… 왜 저런 규정을 넣었는지, 정말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지 않나요? ^^

여기에 하나 더, 인터넷 컴퓨터 하드웨어 커뮤니티는 앞으로 문닫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_-; 하드웨어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루팅이나 오버클러킹을 말하는 정보는 모두 불법 정보로 분류될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위의 불법 정보에 이런 것도 들어갔거든요.

우리가 쓰는 컴퓨터나 휴대폰 가운데 전자파 적합등록을 받지 않은 기기는 없을 겁니다.(링크) 전자파 적합등록 대상기기 관련 법률(링크)에 따르면, 형광등도 받아야 하는 것이 전자파 적합등록입니다…-_-;

그런데 그런 기기의 성능을 개조, 변조, 복제하는 내용의 정보는 무조건 불법 정보로 보겠다네요. 단순히 개정안만 가지고 해석하자면, 안걸릴 것이 없습니다. 안드로이드폰 루팅 정보? 불법입니다. 아이폰 탈옥 정보? 불법입니다. 아마 규정대로라면 오버 클록이나, 노트북 업그레이드에 대한 내용도 걸릴 걸요?

… 저 정도로 막막한 규정이면 안걸릴 기기 변조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천하귀남님 블로그 같은 경우 그냥 불법정보 블로그로 몰려버리겠네요…-_-;;

전반적으로 이번 심의규정 개정안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가만히 읽다보면, 이건 뭐랄까, 우리가 다 심의하고 검열하고 판단하겠다…는 욕망이 규정안에 너무 발현되어 있어서 당황스럽습니다. 경찰 검찰은 따로 있는데, 방송심의위가 인터넷 공간의 무소불위 법집행기관이라도 된 것처럼 주렁주렁 주저리 주저리 개정안을 만들어 놨습니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에 게임물 등급 심의위원회 사태를 겪어봐서 이젠 다들 아시겠지만…

한번 법으로 결정되고 나면 빼도 박도 못합니다. -_-;

자고로 위원회라는 것은 융통성이 0인 기관이라, 뭐를 하든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어쩔 수…’ 라고 말하면서 도망가는 집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심의할 것들, 불법 정보의 규정을 폭넓게 잡아놓고, 게다가 자신들이 나중에 ‘추가’할 수 있다고 해놓으며, 거기에 ‘~등’이란 말로 대상 규정을 모호하게까지 만들어 놓은 것은…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_-;;

그리고 이미 방통심의위원회는, 자의적 심의로 인해 여러차례 물의를 빚은 바가 있습니다.

이 심의규정 개정안이 언제 발의될 지는 모르지만… 지금 막지 않으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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