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튠즈, 비틀즈 음악 판매가 의미하는 것

애플에서 ‘당신이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란 설레발을 쳐댄 이벤트가, 단순히 ‘비틀즈 음원 판매 개시’로 막을 내렸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것 하나로 끝. -_-; … 기다린 제가 다 섭섭해질 지경. 그럴만도 한 것이, 비틀즈는 대단한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제겐, 그리고 한국의 어떤 세대-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계를 지켜보게 되면(?) 많이 달라지긴 하지만. (비틀즈는 미국에서만 1억7천7백만장, 전세계에서 10억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명실공히 최고의 그룹입니다. 대중음악산업을 하나로 요약하자면, 비틀즈-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선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징 같은 그룹이기도 합니다. 사실 미국 문화에 끼친 영향은 말로 다 표현 못하지요.)

▲ 잡스에겐 잊지 못할 날이겠지..

그건 그렇고, 이제와서 비틀즈(의 애플레코드, EMI)는 왜 애플(의 아이튠즈)에서 음원을 팔려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가 봐야할 지점은 여기, WHY?에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의견은 분분합니다. 어떤 분은 그냥 시큰둥-하고, 어떤 분은 무려 10년이 걸린 일, 잡스가 대단해! 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음악이 더 중요하다는 잡스의 철학이 관철된 과정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냥 美 베이비 부머 세대의 향수 자극이나, 그동안 애플 vs 애플 레코드의 지난한 협상이 끝내 이뤄진 것에 대한 감동이다-라는 분들도 계시구요.

일단 팩트만 살펴보겠습니다.

1. 애플과 비틀즈는 3차례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 소송은 1978년에 시작, 1981년에 애플 컴퓨터는 음악 산업에 안들어간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두번째 소송은 1991년에 애플사가 2700만달러를 애플레코드에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세번째 소송은 2003년 아이튠즈를 둘러싸고 제기되었습니다. 이 소송은 2007년 마무리 되었는데, 약 5억~10억달러를 애플컴퓨터가 애플레코드에 지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 애플 레코드는 신기술에 매우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반면 애플 컴퓨터와의 분쟁을 새로운 앨범 홍보 수단으로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애플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입니다.

3. 아이튠즈는 2003년에 만들어졌으며, 2008년부터 미국내 음반 판매량 1위가 되었습니다. 2010년 2월 기준 100억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는, 명실 공히 세계 최대의 음원 판매 채널입니다. 평균 하루 400만곡의 다운로드가 일어납니다. 등록된 음원은 약 1200만개. 전 세계 디지털 음원 판매의 약 70%(미국내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4. 반면 아이튠즈로 벌어들이는 애플의 수익은 수년간 ‘breakeven’, 다시 말해 더 좋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상태라고 애플 컴퓨터의 임원들은 이야기해 왔습니다. 실제로 아이튠즈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수년간 크게 증가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거기에 신규 음악 서비스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5. 비틀즈 음악은 음원으로 제공하지 않았지만, 밴드 개개인의 음악은 음원으로 이미 제공되고 있습니다. 2005년 오노 요코는 존 레논의 솔로 앨범을 음원으로 발매하는 것에 동의한 바 있습니다.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의 음악도 디지털 음원으로 이미 들을 수 있습니다. 
 
6. 비틀즈 음악의 음원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음반회사 EMI는 2009년 부도 위기에 몰린 바 있습니다(링크).

이런 사실들에서 제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EMI와 애플 컴퓨터는 둘 다, 새로운 성장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했습니다. EMI는 살아남기 위해, 아이튠즈는 성장하기 위해. 여기에 비틀즈란 초거물이 끼어들어오면, EMI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고, 아이튠즈에는 ‘비틀즈’란 밴드를 매개로 그동안 아이튠즈에 대해 전혀 관심없던 이들조차 아이튠즈로 끌어들일, 그런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거기에 모든 음원은 아이튠즈로 통한다-라는 이미지 효과까지(실제로 애플은 비틀즈를 끌어들임으로써 대부분의 대중음악산업계(?)의 음원유통을 평정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양사의 필요가 맞아 떨어져서 이뤄진 비틀즈 음원 사용에 대한 거래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많은 이들의 추억을 자극하며 팔리게 될 것입니다.

“We love the Beatles and are honored and thrilled to welcome them to iTunes … It has been a long and winding road to get here. Thanks to the Beatles and EMI, we are now realising a dream we’ve had since we launched iTunes 10 years ago.”

– 스티브 잡스

이로서 분명해 진 것은, 애플은 이전처럼 ‘하드웨어 판매’에만 자신을 의존하지 않고, 뭔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서기 시작했거나, 최소한 거기에 대한 비중을 점점 늘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애플의 소니 인수설-이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소니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저작권들을 생각해보자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 애플은 지금, 나머지 1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 을 어쩌면, 콘텐츠에서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앞으로 ‘콘텐츠 소비형’ 하드웨어 판매에 저작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을 지도 모르구요. 아니 어쩌면 지금도 열심히 협상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요. 
뭐, 지금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오늘 낮 12시부터 시작될 아이패드 예판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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