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억은 기록보다 강하다 – 디지털 혁명의 미래

저를 아는 사람들은 압니다. 제가 뭐든 찍어 대는 것을. 그리고 그보다 친한 사람들은 또 알고 있습니다. 제가 찍지 않은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저는 찍히기를 싫어하는 사람과는 친해지지 못합니다. (응?)

예, 저는 기억의 절반을 외부 저장 장치에다 맡기고 살아갑니다. 생각 같아서는 무선으로 동기화 되는 인공위성을 데이터 뱅크로라도 사용하고 싶은 심정. 그런데 저랑 비슷한 사람이 또 있었나 봅니다. ‘디지털 혁명의 미래’를 쓴 두 사람, 고든 벨과 짐 겜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Total Recall’. 예, 어떤 분은 영화 제목으로 알고 계실, 그 제목이 맞습니다. 영화에서는 ‘완전한 가상 기억’이란 의미로 사용됐죠? 그처럼, 이 책에서는 인간 삶의 모든 것을 ‘전자 기억’으로 남기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문서, 동영상, 음성, 사진 정도지만- 조만간 맥박, 땀, 혈액성분등을 비롯한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자동으로.

그리고 그런 기록들이 쌓이게 되면,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기록들을 쌓아놓고, 필요할 때 검색해서 볼 수 있음으로, 당신의 기억, 생산성, 건강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밖에 교육이나 의료 산업, 학술 연구, 비지니스 모델을 바꿔놓는 것은 물론이구요.

일단 당연히 도움이 될 기업 내부의 정보 기록 저장이나 군사 활동, 학술 연구 성과 공유등은 제쳐놓고 생각하더라도, 당신이 필요할 때당신 곁에서 일어났던 정보를 검색해서 정리해서 볼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까요?

▲ 물론 가짜 기억을 집어넣는 일이 가능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를 들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몇년이 지나, 자동으로 ‘영화’처럼 만들어서 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가 알고 배운 것들을 디지털화해서 자녀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고, 특히 만성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자신의 몸상태 변화를 정확하게 체크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언제 누구랑 어떤 통화를 했더라, 무슨 책을 언제 읽었더라, 자기 전에 안경을 어디에 뒀더라-를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 활동의 많은 것을, 특히 기억에 대한 부분을, ‘자동화’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니까 내가 살아가는 하루의 여러가지 모습을, 자동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자동으로 분류한 다음 자동으로 저장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갑자기 생각 안나는 것이 있다면, 그때는 내 삶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보면 됩니다. … 한 개인의 삶이, 웹서핑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지는 거죠.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기억의 총합을 통해, 가상의 ‘디지털화된 자신’을 만들고 남기는 것에 있습니다만.. 그건 일단 좀 황당하니 제쳐놓기로 하구요- 그런 전망을 빼고 얘기한다고 해도, 누군가가 내 대신 모든 활동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그걸 검색해서 사용가능하도록 저장해 준다면, 우리의 삶 전체가 바뀔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서는 그것이 이미 연구되고 있고, 가능하다고 하다고,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시대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합니다. 당연하죠. 이 책은 그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_-가 쓴 책인걸요.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될까요?

가능합니다. 기술적으론 못할 것이 없고, 문화적-으론 여러가지 저항이 있겠지만, 몇가지 분야에선 자동 기록 및 저장이 이미 일상화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보라구요? CCTV요. 우리 주변에서, 하루종일 쉬지 않고 그 자리를 찍어대고 있는, 바로 그 CCTv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토탈리콜 프로젝트라는 것도, 알고보면 범위가 넓어진 ‘내 눈에 CCTV’ 프로젝트나 그리 다르지 않거든요.

그래도 걱정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저자들은 ‘라이프 로깅’과 ‘라이프 블로깅’은 다르다면서 설득합니다. 다시 말해 이 프로젝트는 ‘빅 브라더’에게 정보를 넘겨주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그런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당신의 개인 정보는 철저히 당신의 것이며, 어떤 것을 기록하고 저장할지 선택하는 것도 바로 당신이 될 거라고.

… 그런데 그것도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나 그렇죠(웃음). 이 나라에선 구글의 하드 디스크도 뚫어버리는 마당에-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미래, 디지털, 정보관리- 이 세가지 키워드에 관심있으신 분들께는 흥미있는 읽을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의 꿈은 특정 분야(의료, 군사, 회계 등)에선 환영받을지 몰라도, 개인-까지 내려가기엔 조금 어렵습니다. 웹으로 올린 자료는 결국 언젠가는 어떻게든 공개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전자 기억’에서 웹이란 부분을 뗄 수가 없다면, 그 규칙은 전자 기억에도 역시 유효합니다.

▲ 오바마딸은 디카 매니아-

*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라이프 로깅(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꽤 재미있고 유용합니다. 기억을 도와주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니까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지금부터 당장 시작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별 것 아닙니다. 찍고, 기록하는 버릇만 들이시면 된답니다. ^^

…그런데 여기에 또 문제가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들도,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도 아직 도저히 풀지 못하는 문제. 기록된 정보를 바로바로 꺼내서 이용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훼손되지 않을 시스템의 구축.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록하면서 꼼꼼히 태그(메타 정보)를 많이 달아주는 건데, 이렇게 되면 라이프 로깅 따윈 하기 싫을 정도로 일이 귀찮아지거든요…

예전에 제가 센스캠(라이프로그용 카메라)에 대해서도 한번 글 썼던 것 같은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ㅜ_ㅜ 아놔 진짜 제겐 제대로된 전자 기억이 필요해요!! 찾았습니다. 「라이프 블로깅 – 내 삶의 모든 것이 기록된다면?」이란 글입니다.

이 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의 미래 –
고든 벨.짐 겜멜 지음, 홍성준 옮김/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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