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블로거 등이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현금, 제품)을 받고 추천, 보증을 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상업적 표시, 광고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매 건별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확히 해야함.
- 인터넷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등 다수의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모두 해당됨
- 이 사실을 은폐할 경우 광고주에게 책임을 묻게 됨
우선 환영합니다. IT 블로거들이 많이 하는 제품 체험단의 경우, 리뷰를 제품에 대한 추천, 보증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IT 블로거들은 제품 체험단 리뷰시 체험단을 통해 작성하는 리뷰임을 명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별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맛집, 화장품 등의 블로거들은 “해당 제품에 대해 좋은 말만 하는게 아닌데 어째서 광고냐”라는 항의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그것과 상관없이, 어째서 쓰게됐는 지는 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작하며 : 피장파장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아시다시피 이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불거진 문제입니다. ‘트루맛쑈’에서 지적받은 음식 블로거는 말할 것도 없고, IT 블로거들도 몇년전 특정 회사의 마케팅에 참여했다 폭격을 당한 적이 있으며, 화장품 블로거들 사이에서 폭로전이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사실 ‘블로그 마케팅’에 관련한 문제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금액이 구체적으로 밝혀졌고, 그것이 매우 크며, 사람에게 유해했기에 보다 큰 주목을 받게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듯이 이런 ‘제3자 마케팅’의 문제는 블로그도, 인터넷 카페도, 언론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카페, 특히 휴대폰등 IT 부분에선 비상업적 대형 커뮤니티를 찾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언론이 광고 내놓으라고 기사 쓰는 거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구요(자사 쇼핑몰에서 파는 상품을 홍보하는 기사도 여럿보았습니다.).
그렇지만 ‘피장파장의 오류’는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두명이 그런 것 가지고 전체가 오해 받는 것도 억울하지만, 그들이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 잠깐 제가 쓰는 단어의 뜻을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원래 파워 블로거(또는 알파, 메이저 블로거)와 프로 블로거는 다릅니다. 파워 블로거는 말 그대로 영향력이 강한 블로거들을 의미합니다. 반면 프로 블로거는 블로깅을 통해 수익을 얻는 블로거(국내에서는 수익 블로거라고도 부릅니다.)들을 말합니다. 국내에선 ‘네이버’에서 파워블로그-_-를 자사가 뽑은 우수 블로그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는 바람에, 현재는 ‘네이버에서 파워 블로그 딱지를 받은 블로거’로 ‘파워 블로거’라는 말이 쓰입니다.
베비로즈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문제는 그들이 돈에 눈이 멀어 잘 알지도 못하는 제품에 대해 리뷰를 쓸 때 발생한다. 그러한 제품 중 일부가 수준 이하의 상품일 경우 독자들을 우롱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하자가 있는 제품을 홍보하거나 부정확한 리뷰를 씀으로써 블로거는 독자들을 배신하고, 그것이 들통날 때 블로거의 평판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 대런 로우즈 & 크리스 개럿, 『프로 블로거』, p32
프로 블로거들이 수익을 얻는 방법은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뉩니다. 직접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광고
- 후원(스폰서)
- 제휴 수수료(판매 링크)
- 유급 리뷰
위의 제휴 수수료는 알라딘 TTB 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간접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원고 기고
- 책 판매
- 강연
- 컨설팅
지금 문제가 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동구매’의 문제, 다른 하나는 수수료가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는 문제입니다. 우선 공동구매-라고 불리는 형태 자체는 문제 없습니다. 다음, 지금 몇 분의 와이프 로거들이 말하는 공동구매는 공동구매가 아닌, 단순한 중계-판매행위입니다. 다시 말해 ‘블로그를 통한 공동 구매’가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얻은 인지도를 이용해, 특정 업체의 물건을 홍보, 판매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판매하는 것이 나쁜가요? 아뇨. 그럴수도 있죠. 그 분들은 직업적으로 블로깅을 하시는 프로 블로거들입니다. 수수료를 받은 것이 나쁜가요? 아뇨. 수수료가 높아서 문제가 되었지, 수수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신 분들 없으실 겁니다(정말 있으시다면, 그 순수함에 박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요? 아래 세 가지입니다.
- 리뷰 글과 광고 글을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 판매행위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지 않고, 공동구매란 말로 포장했습니다.
- 잘 모르는 상품, 팔지 말아야할 상품을 팔았습니다.
네이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파워블로거
이런 일들이 해외에서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알파 블로그-에 해당하는 블로그가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경우는 꽤 드뭅니다. 기껏해야 제품에 대한 제휴 링크-정도만을 제공하며, 이런 것도 하급의 전문 리뷰 사이트에서나 하는 일입니다. 포털의 블로그에 머무는 경우도 드물며,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을 경우 별도로 독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상품을 팔 경우 자신의 상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별도로 개설합니다. 그게 맞는 과정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블로거들은 그런 ‘분리와 독립’ 과정이 없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 포탈을 떠나면, 그들이 말하는 ‘파워블로그’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애시당초 딱지를 붙여준 것부터 네이버였고, 대부분의 트래픽을 네이버의 검색에서 얻습니다. 그 파워블로그란 딱지를 보고 언론에서 연락이 오고, 방송에 나가고, 책을 쓰고, 그것이 다시 블로그의 트래픽을 늘려줍니다. 대신 네이버는 블로거들의 콘텐츠와 그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서 오는 트래픽을 같이 얻구요.
예스, 서로 윈-윈 하는 멋진 관계입니다. 즐겁죠?
다만 손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네이버의 갇혀진 생태계에서, 그 검색 트래픽을 노리고 숱한 광고 블로그와 어뷰징 블로그가 쓰레기 게시물을 쏟아내놓습니다. 덕분에 눈요깃거리는 쉽게 찾아도, 정말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어럽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단어를 검색하면, 블로그쪽에선 쓸모있는 정보를 한개도 얻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네이버에서 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 그리고 알면서도, 이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붙인 딱지가 훈장이 되어 요즘과 같은 사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있다면, 어떤 대책이라도 내놓아야 합니다. 그게 최소한 사람된 도리입니다.
… 아, 죄송, 네이버는 사람이 아니군요.
열정, 파워블로거가 진짜 잃어버린 것
그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 여부를 떠나서, 베비로즈는 블로거로써 꽤 많은 일들을 이뤄내 왔습니다. 잡지를 창간한 것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끝은 정말 허망한 무너짐이었습니다.
여기에 아직 말해지지 않고 있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이번 사태에서 진짜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불행한 사건을 초래한 진짜 잘못은 바로, 당신이 블로그를 시작했던 이유, 그 열정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당신은 블로그를 왜 시작했을까요? 돈을 벌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의외로 그런 분들 많습니다. 만약 단순히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였다면 솔직히 더 할 말은 없습니다. 그저 남을 까기 위해서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오케이. 블로그는 누구나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쓸 수 있는 툴에 불과하니, 누가 어떻게 쓰든 뭐라 그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을, 지금 그 자리까지 만들어 올려준 것은 결코 ‘돈을 벌기 위한 욕망’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살림 팁을 동생에게 알려준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댓글을 달아주었는데 호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댓글에 실시간으로 댓글이 붙고 또 붙고, 그 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
직접 써보고 정말 요긴하다고 생각되는 중소기업 제품을 몇 가지 블로그에 올렸는데, 얼마냐, 어디서 살 수 있냐 등 문의가 쇄도하는 거예요. 그래서 해당 기업들에 직접 전화를 해 공동구매를 제안했죠.”
…
믿을 만한 제품을 시중가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온 주부들이 합세해 무려 2천4백 대가 완판되었다. 연일 이어지는 매진사례, 마침내 소문을 들은 기업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하지만 그녀가 정한 기준을 만족시켜 실제로 공구로 이어지는 제품은 5%도 안 된다. 제품 선정은 ‘직접 써보고 믿을 만한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길게는 8개월까지 테스트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지금 와서 다시 읽는 인터뷰가, 슬프게까지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블로그가 벼슬이 되는 순간, 찾아주는 방문객들을 자신의 파워로 여기는 순간, 자신이 왜 블로그를 만들게 되었고 사람들이 왜 좋아해줬는 지를 잊어버리는 순간, 사람들은 그곳을 찾지 않게 됩니다. 다시 말해 신뢰를 잃어버리는 순간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없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아직 그렇지 않은 블로거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 파워블로그 딱지를 달지도 않았고, 블로그 트래픽을 그리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읽을만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블로거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는, 어뷰징으로가득찬 정보를 사이에서 옥석을 가려내어 쓸모있는 정보를 더 빛나게 만들어주려는, 그런 시도를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메타 블로그 사이트였고, 두번째 시도가 거의 실패로 끝난 다음뷰 추천제도나 네이버 오픈 캐스트였다면, 세번째로 SNS를 통해 많이 읽는 글들을 좋은 글로 가려내려는 시도가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사람들이 읽을만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시도를 시작할 것입니다. 아직 블로고스피어는 가야할 길이 많습니다. 그 길을 걷는 도중에, 이번 사태로 인해 너무 지쳐버리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솔직히, 보통 블로거들이야 이번 사건에 대해 별 신경도 안쓰고 있긴 하지만요.
(그러니까 제발, 저 사람은 2억씩 번다는데 넌 왜 돈도 못버냐는 그런 소리좀 하지 말아주시라능!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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