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당 보고서를 읽어볼 수가 없어서 진짜 위 기사에 있는 말을 한 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일단 기사에서 따옴표로 직접 인용된 문장을 가져와 보면 이렇습니다.
“지금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뿐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와 전자 프로그램 가이드(EPG) 채널, 스마트TV·스마트폰도 방송 채널의 영역에 속하며, 그 안에서 편성행위가 나타난다”
오마이갓. 정말 이런 말을 했을까요. 아니면 은유일까요. 하나의 단말기가 방송 채널의 영역에 속하다니! 저 말을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이런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텔레비젼이나 DVD도 방송 채널의 영역에 속하며 그 안에서 편성행위가 나타난다”고. 이런 말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 물론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앱) 장터가 하나의 ‘채널’이고, 각각의 앱은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앱 장터 안에서 앱을 배열하는 행위를 편성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스마트 미디어도 방송이라면 공익을 위해 편성에 규제를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고 합니다. 방송에서 채널-이라고 하는 것은 ‘MBC’, ‘KBS1′, “XTM’ 뭐 이런 것을 말합니다. 프로그램은 그 안에서 전송하는 드라마나 뉴스, 연예 프로그램 같은 것을 가리키는 거구요. 자, 그런데 이제 앱스토어도 그런 채널이라고 합니다. 맞아요. 앱스토어 1면에는 추천앱 같은 것들이 뜹니다. 그건 분명히 누군가가 편집한거지요. …그런데, 그러니까 그게 방송-이라구요?
설마 농담이겠지…까지는 아니고, 기자가 잘못 이해해서 적은 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KISDI 주성희 연구위원이 쓴 글을 보고 아연실색했습니다. 그 글에서 주 연구위원은 말하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신유형 서비스를 방송이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② 방송이 갖는 영향력은 편성에서 비롯된다.
③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도 시청자들이 특정 콘텐츠에 접근이 더 용이하도록 편성을 하고 있다.
④ 따라서 스마트 미디어를 방송으로 여기는 것은 편성, 채널 구성에 대한 방송사업자의 관여 정도(+기타 영향력 지표)를 출발점으로 해야한다.
다시 말해 ‘편집된 정보를 전달해 소비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매체’가 방송이니, 편성 행위가 방송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다-라는 말입니다. 이제보니 이런 것이 농담이 아니라, KISDI 연구원들의 시각이었군요.
맞아요. 그런데 세상에 안 그런 매체도 있나요? 그렇게 따지면 이 블로그도 방송입니다. 영향력은 없겠지만(웃음). 네이버 1면이나 이글루스 1면도 걸리겠네요. 매체에서 전달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한정짓지 않았으니까요. 이거 아프리카 방송이나 곰TV도 방송 매체 될 기세군요…
…그런데요, 세상에서 (인터넷 검열이라고 엄청 욕먹고 있는, 덕분에 룰즈섹에게 털린) 이탈리아(의 AGCom)를 빼면, 대체 어느 나라가 스마트 미디어 매체를, 그것도 앱스토어를 방송으로 보고 규제한다고 합니까…-_-;; 이건 개별 미디어의 기본적인 속성조차 무시한 발언입니다.
다시 성 연구원의 글로 돌아오면,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이렇게 얘기합니다. 스마트 미디어도 다 방송이지만 공중파처럼 규제를 하는 것은 무리이니, 실시간(일방향) 서비스인지 아닌지, 보도기능이 있는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인지 아닌지에 따라 4가지 범주로 나눠서 따로따로 규제하자구요. 그리고 어떤 채널이던 최소한 ▲어린이·청소년 등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를 보호 / ▲국내제작 대중음악이나 애니메이션 등 문화 정체성을 담보하는지 등 2가지 요소는 규제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 동영상,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 메인에도 심의하고 징계를 먹일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주장이 이쯤되면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그 진위가 의심스러워질 지경입니다. 한마디로 인터넷 쇼핑몰 맨 앞에 뭐가 실리는 지도 규제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으니까요(홈페이지 1면에 놓는 물건 = 잘팔고 싶어서 광고하는 물건. 이거 모르는 사람 있나요?).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죠? 예. 예전에 한나라당이 인터넷 포탈이 자기네에게 부정적이라며, 네이버나 다음 1면을 규제 대상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을 때와 다름 없는 논리입니다. 그게 스마트 미디어에까지 확대된 거죠.
물론 아직 성 연구위원 주장대로 “새로운 편성 개념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첫끗발이 참… 개끗발입니다. 덕분에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욕도 좀 먹었지요?
어떤 내용이든 스마트 미디어에는 다 보여져야 한다-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스마트 미디어는 방송일수도 있으니, 일단 방송 규제 대상에 넣고보자-는 식의 주장이 곱게 들리진 않습니다. 이미 한국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황당한 자의적 사후규제(인터넷 글 블라인드 처리) 방침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뭘 더 어쩌자구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개념부터 황당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면 진짜 뭘 어쩌자는 겁니까(솔직히 말합니다. 아직 발표문을 안읽어봤기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전 지금 성 연구위원의 수준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데,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싶다면 보다 스마트 미디어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기를 권합니다. 날림으로 아니면 말고-하지 말고요.
이후 최종적으로 나올 스마트 미디어 편성정책에 대한 보고서, 한번 두고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