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앱과 SNS도 심의하겠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지난 토론회는 그저 사전정지작업에 불과했던 겁니다. 지난 9일 열린 박만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장과 기자들간의 간담회에서 방통위는 앞으로 앱과 SNS도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SNS 관련 심의를 검토 중인가.

“SNS 관련 팀을 만들려고 한다. 스마트폰 전담하는 팀을 만들려고 한다. 스마트폰 앱만 심의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심의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정보통신망법의 미비점이 많은데 이걸 보완하면서 할 수 있는데까지 하겠다. 게시물 삭제는 못한다. 필터링을 가진 시스템을 계발하고 있다. 이걸 설치하면 자동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음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수만 개 찾을 수 있다. 실상을 파악하고 법 미비점을 찾아내 입법을 건의할 것이다.”

미디어오늘_박만 방통심의위원장 첫 기자간담회, 통신심의 2만건인데 “SNS 심의도 하겠다”

저기서 스마트폰 전담팀은, 10월말에 있을 종편대비 조직 개편에서 신설하겠다고 하는 부서입니다. 전자신문이 풀어서 해석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출처).

박 위원장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규율하고 있지만 미비점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심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앱스토어를 규제하는데 가장 문제 되는 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다. 그는 “필터링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기사를 읽다보면, 이 아저씨는 질문의 핵심은 빼고 자기 할 말만 하는 타입이기에 좀 짜증나지만… 그건 일단 뒤로 미루기로 합니다. 해괴한 것은 논리는 다른데 결론은 똑같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토론회에선 “앱스토어도 방송으로 볼 수 있기에 앱을 심의해야 한다”였다면, 이번 간담회에선 “앱을 통해 음란물이 유통되기에 앱을 심의해야 한다”입니다. 어쨌거나 결론은 앱을 심의하겠다-입니다.

…그런데, 어떤 음란물이요?

제가 과문해서 한국에서 앱스토어를 통해 노골적인 음란물이 유통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아시는 분이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한번 조사해 보겠습니다.). 음란/도박/마약/스팸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유통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인정합니다. 실제로 박만 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인터넷 심의건수의 99%가 그런 사례라고 합니다. 그런데, 앱스토어를 통해서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으니 따로 심의해야 한다는 근거는?

▲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 거부된 타이거 우즈 풍자 만화(출처)

그 다음,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음란물이 아니라 ‘정치적인 글’에 대한 판단입니다. 트위터 계정 @2MB18BomA 대한 차단 문제나, 표현의 자유 문제, 방송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불평등한 경고 문제등도 그래서 발생했습니다. 전자 자유 프론티어 재단(EFF)에서 지난 9월 6일, 한국에 보낸 공개 서한에 따르면, 한국은 “검열 조차 검열 당하는 나라”입니다. 박 위원장이 말한 “게시자가 이의 신청을 하면 된다”는 주장에 대해 EFF는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대부분 포기하고만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앱과 SNS까지 심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누가 곱게 받아들일까요? 아니 백번 양보해도 아직까지, 스마트폰의 앱이 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인지, 알지를 못하겠습니다. 이러다간 정말, 애플에게 <나는 꼼수다>를 내리라고 명령해 달라고, 방통위에 신청할지도 모르겠네요. (… 이런 사람들이 앱과 팟캐스트를 구분이나 하겠습니까.)

저만 황당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디넷에선 이 소식을 전하며 “방통심의위 = 공안심의위?“란 제목을 단 기사를 내놨고, 전자신문도 사설을 통해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습니다(링크).

스마트 미디어에 대한 개념 정리도 안되어 있고, 아무리 봐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일단 심의부터 하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무엇이 됐든 일단 심의부터 하고 보자고 합니다. 그저 황당하고 웃길 뿐입니다. 이러면서도 앞으로 방통위를, 방송통신과 신문을비롯한 전체 언론을 심판하는, 사법부에 준하는 독립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지요.

진심으로 이야기합니다.
제대로된 논의도 없고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스마트폰 앱 심의 및 SNS 심의를 반대합니다. 진짜 심의를 하고 싶다면, 그 전에 제대로 된 논의부터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 지난 2월, 방통심의위에서는 앱스토어를 검색해 음란물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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