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애플의 미래를 보다

까놓고 말해도 될까? 솔직히 올해 애플의 미디어 이벤트는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어떤 참신함-이 사라진 것도 이유겠지만, 그것보단 애플이 가지고 있던 어떤 ‘맛’을 잃어버렸다고나 할까. 뭔가 굉장히 조급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사라지기 전에 어떤 확실한 수익 구조(향후 10년을 먹여살릴 사업모델?)를 만들어 놓고 물러나려고 하는 욕심이 보였달까.

결국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번 미디어 이벤트도, 굉장히 싱겁게 끝이 났다. 실적 발표 – iOS5 발표 – 아이클라우드 발표 – 아이팟 모델 약간 업데이트 – 아이폰4s 발표. 어떤 즐거움도 감동도 없었던 무대. 게다가 굉장히 매력 없었던 팀 쿡. 뭐 그 정도였으면 다행이었겠는데… 진짜 슬펐던 건, 이번 애플의 미디어 이벤트에서 ‘아트’가 아니라 ‘비지니스’가 눈에 보였다는 거다.

▲ 사실 이 이미지 봤을때부터 아이폰5는 물건너 갔구나-하고
다들 생각하셨을 듯

우리가 애플을 사랑했던 이유

애플까-인 분들 말고, 그냥 애플 제품 쓰시는 분들 말고, 애플빠-이신 분들만 놓고 한번 얘기해보자. 우리는 그동안 왜 그리 애플을 사랑했는가? 언제나처럼 많은 이유들이 있을 거다. 사용하기 쉽고, 멋지고, 한 마디로 쿨-하다. 솔직히 아이폰과 함께 있으면서 내 삶이 조금 바뀌었다는 느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들 가지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 나는, 하나가 더 좋았다. 애플은, 부순다.

기존의 관성을, 구태의연함을, 권위적인 회사들의 작태를.
영화 <스쿨 오브 락>의 대사에도 나오잖아.
“이 세상의 모든 ‘짱’들을 록으로 엿 먹일 수 있어! 그게 록의 정신이야!”

…나에겐, 이게 애플이었다.

생각해보자. 솔직히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면서 언제 창조적인 제품이니 혁신적인 제품이니 말한 적 있던가? …음,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알기론 별로 없다. 그에겐 언제나 “끝내주는” 제품이 있었을 뿐이다. 그의 관심사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 신기술도, 더 훌륭한 스펙도, 매끈한 디자인도 아닌, 끝내주는 제품. (…정말 그런 제품이었는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로 치자)

그런데 아이폰4S가 과연 그런 제품인가?

예술을 잃어버린 애플

대답은 나와있다. 아이폰4s는 끝내주는 제품이 아니다. 아이폰4s는 그냥 아이패드2나 다름없다.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고 CPU가 빨라진 아이폰4다. 안테나 설계를 다시 고친 것은 당연한거고, 배터리 시간 늘어난 것은 그냥 의미없는 정도고. 인피니티 블레이드2 게임이 아이폰4s에서만 돌아갈 거라는데, 그렇다고 한들 그 게임 하려고 아이폰4s를 살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 아이폰4S 한국에 안들어올것 같다…-_-; (아이폰5가 생각보다 빠르게 출시된다면)

그렇다면 이쯤에서 상식적인 질문을 해보자. 겨우 이 정도 업그레이드하려고 그동안 그렇게 뜸을 들였을까? 매년 연례행사같던 여름 미디어 이벤트에서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아이폰4 발표 이후 1년이 훨씬 넘은 시점에서 발표할 정도로? … 그러지 말란 법도 없지만, 아닐 것 같다.

아이폰5 개발은 이미 끝나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에 발표하지 않은 것일뿐. 개인적인 예상으론 버라이존등의 LTE 네트워크 구축이 어느 정도 끝나는 올해 말 이후(2011년까지 1억8천500만 커버 예정), 그러니까 내년 상반기에 LTE 버전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그게 통신사가 원하는 거고, 그때쯤가면 특허 소송 문제도 좀 풀릴거고, 또 그래야 더 잘팔릴 테니까. 기존의 제품들은 아주 저가형으로 풀어버리고.

그런데 이게 애플인가?
글쎄. 예전의 애플이라면 이런 짓을 하진 않았을 것 같다. 이미 낡을대로 낡은 아이폰3GS까지 2년 약정에 무료라면서 질질 끌고들어가진 않았을게다. iOS5 지원은 지원이되, 2년 약정이면 무료에요- 이런 것은 안했을 것 같다. 그런데 애플이 변했다. 애플은 이제 더이상 도전자-의 느낌이 아니다. 락의 정신(?)이 느껴지지 않는다.

애플은 예술을 잃어가고 있다. 그 자리를 비지니스가 메꾸기 시작했다. 우린 지배적 사업자고, 지금도 날로 성장하고 있어요- 더 싸게 드릴테니 우리 제품 쓰세요. 딱 이런 느낌. 아니 대체 언제부터 애플이 미디어 이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발표한 것에 대한 재탕’ + ‘마이너 업그레이드 제품 소개’로 땜빵했던 적이 있었던가.

쿨함을 잃어버리면 애플은 망한다

아이폰이 소개된지도 이제 5년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그런 제품을 통해 그동안 숱하게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슬슬 지루해져간다. 그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잡스가 이제 사라졌다. 오늘 미디어 이벤트에 나온 팀 쿡은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다. 잡스의 현실 왜곡장이 사라진 지금, 과연 애플은 예전의 쿨-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글쎄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반란군, 위에서 말한 락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는(그것이 일종의 기믹이었다고 해도) 애플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던 애플일까. 그게 사라져도 여전히 애플을 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다 몇년 뒤엔 애플 팬보이도 LG 트윈스 팬들같은 말을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오랫동안 애플의 팬이었다면 믿어도 좋다. 그는 어떤 상황이 와도 절대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하는.

지금의 애플은 좋게 말하면 이행기, 나쁘게 말하면 혼란기에 빠져있다. 아이북스, 애플TV 출시와 더불어 콘텐츠 플랫폼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계획은 이미 틀어졌고, 이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SIri 같은 음성 비서 SW나 아이클라우드같은 서비스를 통해 아이폰 이용자들을 계속 묶어두려는 방향으로 나가려는 기미가 보인다. 하드웨어는 그냥 싸게 보급하고…

따라서, 이번 미디어 이벤트의 핵심은 절대적으로 ‘Siri’였다. 한국에선 다들 신경쓰지 않아서 그렇지(한국어로 지원될 가능성은? 매우 늦게나 될거라고 본다. 유감스럽지만). 이 방향이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는 따로 논의할 문제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 어떻게되든, 쿨-함이 사라지면 애플은 망한다. 근데 자꾸 얘들이 예술가가 아니라 사업가로 보이려고 한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뭐,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지만.

* 애플은 원래 사업가였다-라고 하는 댓글은 반사(..모르는거 아니니까요.)

* SIRI가 프로모션 비디오만큼 제대로 동작할 거라고는 안 믿는 1인(음성 인식 기술엔 안속아요)

*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지급한 돈이 30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애플 매출 구조에선 지극히 낮은 금액이지만, 아이폰4 발표시 10억달러였다고 발표한 것을 생각하면 1년 사이에 무지하게 뛰어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애플 게임센터 이용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 = 아직까지 이용자가 많지는 않다는 이야기. 거기에 더해 애플의 정기 구독 모델 발표이후 수익등등에 대하선 일체 언급이 없다. 더 데일리는 거의 실패. 뭔가 제대로 안먹히고 있다는 이야기. 예전에 발표했던 새로운 광고 시스템도 그렇고, 아이북스 역시 마찬가지.

* 올해 발표한 제품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맥북 에어. 그런데 이건 또 OS 라이언이 맘에 들지 않았다. 묘하게 크고, 무거워… 게다가 뭔가 모르게 계속 유지비용을 강요한다. 마치 스마트폰이라도 되는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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