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에는 있지만 나경원에겐 없었던 그 것 – 마이크로 스타일

섹스팅은 성적인 메시지가 담긴 문자나 사진을 보내는 것이다.
명백히, 입사지원서를 보내는 적절한 방식은 아니다.

– @FakeAPStylebook

1. “우리는 놀라우리만치 짧아진 메시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그런 다음 이렇게 선언한다. “이런 마이크로 메시지는 단어 하나 하나에 의존하며 …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 「마이크로 스타일」은 씌여졌다. 한순간 관심을 끌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해내는 글쓰기의 현장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

부제로 ‘소셜미디어 시대의 글쓰기 가이드’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실은 SNS보다 훨씬 광범위한 마이크로 메시지에 대한 책이다. 따지자면 문장이 아니라 단어-에 더 집착한 달까. 필자의 블로그 이름이 ‘이름 조사관(Name Inspector)) ‘인 것처럼, 여기서 다루는 마이크로 메시지는 브랜드명 같은 ‘이름’에서 시작해 광고카피, 기사 제목, 트위터글까지 마이크로한 것이라면 다 가리지 않는다.

2. 인터넷 시대 마이크로 메시지 힘은 매우 강력하다. 너무 읽을 것이 많아진 사람들은 긴 메시지를 다 읽을 시간이 없다. 대신 하나의 톡쏘는 단어나 문장은 아주 쉽고 빠르게 퍼진다.

김어준 등의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가 가지고 있는 힘도 거기에 있다. 방송은 2시간 정도로 짧지 않지만 거기서 전하는 메세지는 간결하다. 그 짧은 단어와 간결한 문장속에 고발과 풍자가 담겨 있다. 그래서 지극히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구리지가 않고, 쉽게 퍼진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간결함 속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또다른 내공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서 유명해지길 원하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받아내고 널리 퍼지는 메세지는 그리 많지가 않다. 촌철살인의 한 마디, 또는 한 문장. 그런 글을 어떻게하면 쓸 수 있을까.

3. 『마이크로 스타일』은 이런 마이크로 메시지를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씌여진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존슨이 제시하는 것은 단순하다. 좋은 마이크로 메시지를 만들고 싶으면, 언어를 즐겁게 가지고 놀아라-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 ‘센스 있게 말하라’는 말이다. 허탈한가? 괜찮다. 언어학을 전공한 저자가 설마 거기에서 얘기를 끝내겠는가.

그 다음 언어를 가지고 노는 구체적인 현장 가이드를 제시하는 데, 읽다보면 헉- 소리가 난다. 아이쿠. 이거 뭐 언어학의 간단한 역사부터 시작해서 의미를 다루는 법, 소리를 다루는 법, 구조를 다루는 법, 사회적 맥락속에 쓰는 법까지 쭈르륵 흝어놓는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가고 싶으면 4부만 읽어도 좋다. 하지만 가급적, 처음부터 차근 차근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1부는 단어와 문장을 구성하는 마이크로 스타일의 기본적인 규칙에 대한 것이다. 2부에선 소리에 대해 다룬다. 우리 말이 아니라 영어의 소리에 대해 다루니까.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는 없겠지만, 어떻게 소리나는지-에 대해선 한번쯤 관심가져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부는 그렇게 만들어진 단어나 문장을 좀더 재밌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으로 4부는 마이크로 메시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를 생각하며 글을 쓰라는 이야기다.

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장(?)들이 개인의 경험이 아닌, 언어학에 바탕을 둔 것들이라 신뢰가 간다. 게다가 다양한 예문들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배운 것을 SNS 메세지에 바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4.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작가가 얘기하는 것은, 단어와 문장을 통해 즐거움을 주라는 말이다. 압축적이면서도 풍부한 문장(응?). 한마디를 들어도 향기가 나고,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 문장. 또는 촌철살인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말을. 우리가 흔히 ‘센스’라고 부르는 그 무엇.

나경원 후보를 비롯한, 그들에게 없었던 것도 이런 센스다. 그들은 주로 상대방에게 ‘딱지’를 붙이고, ‘조롱하는’ 문장을 일삼는다.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계속 그런 딱지 붙이기와 조롱하기에 골몰한다. 재밌는가? 재밌을 것이다. 같은 편에겐.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뭐 알고보면, 우리(?)중에도 그런 사람이 꽤 있는 편이지만.

그나저나, 말이 쉽지 실천은 다르다. 이건 누가 평가해 주기도 어려운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마이크로 스타일로 쓰는 방법을 안다고 한들, 과연 그렇게 쓸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멀리 찾을 것 없다. 당장 당신이 읽는 이 글만해도 그렇지 않은가.

마이크로스타일 –
크리스토퍼 존슨 지음, 노정태 옮김/반비

*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기분좋게 속여라! 성공 웹카피 전략”을 권해 드립니다. 다만, 이 책은 이미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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