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스타일의 진수 – 여섯 단어 소설

어제 소개한 「마이크로 스타일」이라는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소설 장르가 있습니다. ‘여섯 단어 소설‘-이라는 이 장르는, 말 그대로 딱 영문자 여섯 단어만 사용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해냅니다. 딱 여섯단어로 우리를 사로잡고, 상상하게 만들고, 기억하게 만드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 내 마음은 SF에, 두 팔은 베트남에
  • 아기 신발 팝니다 (사용한 적 없음)
  • “내꺼야.” “아냐, 내꺼야.” 철컥. 탕!. “내꺼라고!”

위의 문장이 너무 미국식이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면, 한국식으론 이런 말도 되겠지요.

  • 변화는 반드시 찾아온다. 키보드 위에서는 아니다.

이야기는 짧지만 그 안에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 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은 댓구법, 또는 반전.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충돌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야 재미가 생깁니다. 마치 영화 속 과거 회상장면에서, 플래쉬가 번쩍이는 것처럼 여러가지 이미지가 번쩍 번쩍 흘러가는 느낌으로. 일종의 하이쿠-라고나 할까요.

  • 너무 울어, 텅 비어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바쇼)

트위터 같은 곳에서 서로 주고받는 말 속에 이런 형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lisahoffmann : 나는 트위터에서, 다른 곳에서는 만나지 못햇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amandachapel : 마치 버스 정류장에서 죽치는 것처럼?

이런 마이크로 스타일의 메시지들은 위트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래도 사실, 한국어로 과연 여섯 단어 소설이나 그런 것들이 가능할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 잘하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라는 생각이 드는 글을 페이스북에서 만납니다.

꿈.
초등학교 동창.
신혼여행.
키스.

그리고 동창의 남편.

어때요? 우리도 한번 해볼만 하지 않나요?

그런데 찾다보니, 이런 형식은 의외로 하이쿠 전통이 있는(?) 일본의 2ch 유머로 많이 차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제목 : 스포츠 용품점.

야구 배트를 사려고 가게에 들어섰는데, 점원이 나를 보자마자 대답했다.

<애니메이션 전문점은 5층입니다>

반면 6 단어 소설은 아니지만, 우리는 일종의 관용구를 이용해 언어 놀이를 즐기는 방법이 꽤 발달해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 다들 아실 “그래도 안생겨요” 라거나- “그런데 난 ..잖아? 안될거야 아마”라거나-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한명의 여자친구
수만명의 남자친구
마나카, 린코, 네네

…그런데 난 여자잖아? 안될꺼야 아마.

역시 마이크로메세지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OTZ.

* 토요일까지 일하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적는 포스팅.

*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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