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프로 레티나를 잠깐 만져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녀석에 대해서는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 많았기에 이것 저것 물어볼 수가 있었는데, 만져보면서 생각난 것은… 그동안 맥북 프로의 레티나 디스 플레이에 대해, 어쩌면 우리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는 것.
우선 논쟁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미리 정리해 둡니다. 화면에 보이는 정보량(윈도우에서 해상도)가 달라지면 폰트 크기도 작아집니다. 이건 확인 했습니다. 단 레티나 해상도를 그대로 놓고, 어떻게 보여줄 지를 맥os에서 결정하는 방식인 만큼, 정보량과 상관없이 화면은 또렷하게 보입니다. (다만 애플에서 만든 것이 아닌, 써드 파티의 소프트웨어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지 못할 경우 조금 흐릿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저처럼 눈이 나쁜 사람들은 1920 해상도급뿐만 아니라, 1600 해상도급에서도 머리를 노트북쪽으로 조금 가까이 갖다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웹페이지 2개를 나란히 띄우고 문서를 작성하거나 하는 일은, 가능은 하지만 권하진 못합니다.
그럼 맥북 프로 레티나의 고해상도를 놀리게 되는 것 아니냐구요? 굳이 레티나를 살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단순 고해상도가 필요했다면 맥북 프로 레티나를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맥북 프로 레티나의 진가가 드러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멀티미디어 작업, 다시 말해 사진 작업(어퍼처)나 영상 작업(파이널 컷 프로)입니다. 맥북 프로 레티나는, 바로 이 작업의 전문가들을 위해 나온 노트북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니까 이 아이의 권장 정보량(해상도)는 여전히 1440입니다. 15인치에선 이 정도가 확실히 적당합니다. 하지만 같은 1440이라도, 맥북 프로 레티나와 일반 맥북 프로 사이에는, 화면의 질 때문에 작업 방법에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 작업시, 레티나에선 썸네일이 일반 사진급입니다. 때문에 사진 품질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일히 사진을 열어서 확인하는 수고를 덜어줍니다. 파이널 컷 작업에선 최고 9개의 클립을 동시에 돌리면서, 실시간으로 컷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프리뷰로 돌아가는 영상이 hd급 화질로 돌아갑니다.
게다가 그런 열받는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이 아이는 놀랄만큼 발열없이, 조용하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이 녀석은, 진정한 의미로 ‘프로용’인 제품입니다. 고성능 하드웨어와 레티나 디스플레이, ssd가 맞물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편한 작업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맥북 프로 레티나는 그런 의미에서 아이패드와는 다릅니다. 아이패드가 편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맥북 프로 레티나는 전문가들이 작업할 때 좀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적어요. 포토샵은 조금 있으면 레티나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라이트룸등 프로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아직 레티나를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맥 앱스토어를 통해 조만간 많은 앱이 지원하게 될 것이라 말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직 없는 것은 없는 겁니다.
하지만 … 그래도 만져보고나면, 끌립니다. 이전 맥북 프로 해상도에 별 불만 없었건만, 이 녀석을 보고 났더니 왠지 뿌옇게 보입니다. -_-; 반사가 적고 시야각 문제가 해결된 디스플레이도 맘에 들고, 혼자 다이어트에 성공한 날씬함과 가벼운 무게도 멋집니다. … 그러니, 맥북 프로를 살 계획이셨던 분들은, 행여나 실수로라도 이 녀석을 만지시는 일이 없기를. 만지시는 순간, 일반 맥북 프로는 눈에 안들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