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vs pooq, 2차 N스크린 대전의 승자는?

지난 2월에, 「한국의 N스크린 서비스 총정리」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작년부터 쏟아져 나온 N스크린 서비스가, 따로 정리해줘야 할 만큼 많아졌었거든요. 특히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LTE 붐과 더불어, LTE 서비스의 핵심 콘텐츠로 ‘영상’ 콘텐츠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서비스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재정비되었지요.
하지만 그 가운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락 하는 서비스는 딱 2가지입니다. 바로 티빙과 pooq(이하 푹)입니다. SKT 호핀은 SKT가 새로 내놓은 Btv에 밀리고 있고, 다른 이통사의 서비스는 LTE 가입자들 중심으로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가 되버렸습니다. 에브리온 등은 다음TV등과의 제휴를 빼면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스마트 TV 단말기들은 직접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 티빙등의 서비스와 제휴 관계를 맺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네이버 TV 등은 특정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아직 N스크린 TV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티빙은 350만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가장 뛰어난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고, pooq 역시 무료로 지상파 TV를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며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1차 N스크린 서비스 대결은 유료 모델(티빙) vs 무료 모델(푹) vs 유료 부가 서비스 모델(이통사)로 정리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푹이 유료화를 선언한 겁니다.

푹의 유료화 선언, 어떻게 봐야할까?

푹은 2011년 10월, MBC와 SBS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N스크린 서비스입니다. 최근 임시 종료를 한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유료화를 단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솔직히 말해 단순히 유료 서비스의 전환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라고 봐야 합니다. 이름은 그대로이지만, 운영주체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MBC가 운영주체였다면 이번엔 MBC와 SBS가 합작 설립한 콘텐츠 연합 플랫폼이 운영을 맡게 됩니다. 기존에 가입했던 회원들이 모두 자동탈퇴되고 새로 회원가입을 해야하는 것은 그런 까닭입니다.

다시 오픈하는 일시는 올림픽 이전 7월 23일로 잡고 있으며, 재개장 이후 2,900원(월 자동 결제, 스트리밍 한정)부터 11,900원(무제한 다시보기, 한달 이용권)까지의 요금을 받을 예정입니다. 주요 콘텐츠는 지상파 방송 3사 + 30여개의 지상파 계열 채널이며, 7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달간은 무료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티빙과 푹을 간단히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tving(티빙)

pooq(푹)

 출시시기

 2011년 1월(곰tv에서 독립)

 2011년 10월/ 2012년 7월 유료화
 화질  HD급 제공  HD급 제공
 주요 플랫폼

 PC, TV, 스마트폰, 태블릿PC

 PC, 스마트폰, 태블릿PC

 채널

 지상파, CJ E&M 계열 포함 200여개

 지상파 포함 30여개

 VOD

 지상파, 케이블, 영화 VOD 5만여개

 지상파 계열 VOD 제공 예정(미정)
 주요 상품 가격

 베이직팩 5,000원(정기결제)
 티빙 캐쉬팩 10,000원(실시간+VOD 캐쉬 10000원)

 실시간TV 2,900원(정기 결제)
 다시보기 자유이용 8,900원(정기 결제)

 통합 자유이용 9,900원(정기 결제)

 비고

 CJ ONE 포인트 적립
 VOD 다운로드 서비스 제공
 VOD 시청 기간 1주일

 VOD, 채널 단건 1,000원(48시간)


한마디로 푹은 실시간 지상파 채널 시청을 중심으로, 드라마 다시보기까지 판매하는 모델입니다. 여기에 통합 이용권을 제시함으로써, 지상파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실시간이든, VOD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900원짜리 실시간 시청권은 미끼 상품이고, 핵심은 9,900원짜리 통합 판매 모델.

티빙의 콘텐츠, 푹의 지명도

…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푹은 확실히 묘한 가격입니다. 푹의 실제 상품은 김밥 천국의 천원짜리 김밥처럼, 2,900원짜리 미끼 상품과 실제로 수익에 도움이 되는 9,900원짜리 상품 2가지입니다. 묘한 것은, 푹이 다운로드를 지원할지 아닐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VOD 다운로드까지 지원한다면 9,900원은 확실히 싼 가격입니다. 이건 기존에 서비스하고 있던 콘팅 서비스를 접는다는 얘기겠죠. 크게 아니라 단순 스트리밍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많은 이들의 구입 욕구를 꺽게될 것입니다. 확실한 조사 결과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제 주변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한달에 한두개의 드라마를 챙겨보는 편입니다.

푹 이용자 역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TV를 ‘잠깐’ 시청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통합 자유 이용권이 큰 메리트가 없이 여겨질 겁니다. 그럼 남은 것은 2,900원짜리 기본 이용권인데, 이는 어느 정도는 팔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N스크린 서비스 중에서 가장 저렴합니다.

특히 푹은 무료 서비스를 통해 큰 지명도를 얻었고, 올림픽 시즌에 오픈 기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잘하면 생각보다 많은 회원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자-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저렴하게 유료화된 푹은, 티빙의 고객을 뺏어갈까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티빙 이용자분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TV 대신 티빙으로 TV를 시청하는 분들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서 티빙을 시청하시는 분들입니다. 티빙이 다른 N스크린 서비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한 것이, 바로 이 콘텐츠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특정 프로그램 때문에 티빙을 시청하시는 분들은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이 분들이 푹을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티빙이란 서비스 자체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이 분들도 빠져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푹으로 지상파를 보면서 티빙에서 VOD를 단건 구매하실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지상파를 주로 보면서 TV 대신 티빙을 선택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은, 당연히 많이 흔들리실겁니다.

…어쨌든, 싸거든요-

또 하나의 복병, 망중립성 문제

거기에 또 하나의 복병이 있습니다. 최근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망중립성 문제입니다. 한국 N스크린 서비스 시장은 특이하게, 통신 사업자와 방송사업자, 인터넷 사업자, 기기제조업체중에서 방송사업자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콘텐츠 사업자가 주도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애플 같은 기기 제조사나 구글 같은 인터넷 사업자도 탄탄하게 버티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서비스망 자체가 안정적인 편인데다, N스크린 서비스의 승패를 가르는 것이 바로 콘텐츠인 탓입니다.

그렇지만 올해초 삼성 스마트 TV를 KT에서 차단한 것에서 보듯이, 통신사는 언제든지 콘텐츠 사업자들을 목졸라올지 모릅니다. 지금이야 IPTV 사업들을 같이 움직이고 있고, 지상파 같은 거대 콘텐츠 업체들과 정면으로 맞붙어봤자 손해니(SBS가 KT의 스카이 라이프에 송출한다 안한다하는 상황을 보세요) 가만히 있지만…. 언제든지 통신 트래픽이 많다며 서비스 자체를 방해할 지도 모릅니다.

출처_브루스님 블로그

사실 N스크린 서비스는 통신사-콘텐츠-기기제조사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꾸리기 어려운 사업이기도 합니다. 특정 단말기에서만 돌아가는 서비스도, 특정 통신사에서만 쓸 수 있는 서비스도, 특정 콘텐츠만 볼 수 있는 서비스가 계속 메인으로 떠오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티빙과 푹은, 콘텐츠는 충분하지만 통신사, 기기제조사와 충분히 협조하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언제든지 돌발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티빙에서 SBS가 송출 중지되고, 푹이 방송 제공되는 화질을 낮춰버려야만 했던 것처럼.

N스크린 2차 대전, 모두의 승리가 되기를 바라며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이번 전쟁에서 가입자 이동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습니다(없지는 않을 겁니다.). 티빙을 이용하는 분들과 푹을 이용했던 분들 사이에서는 분명히 니즈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슈퍼스타K를, 티빙스타리그를, 주식방송을, 프로야구를,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겐 티빙 외엔 대안이 없습니다. 반면 지상파 드라마나 경기 중계 정도를 가볍게 보실 분들에겐, 티빙이 비싸게 여겨집니다.

오히려 제가 걱정하는 것은, 푹이 생각보다 유료 회원 모집에 실패하는 상황입니다. 폭의 2,900원 모델마저 안먹히면 한국에선 정말 콘텐츠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말이 되거든요. 사람들은 그냥, 2900원을 내느니 DMB 안테나를 뽑아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티빙도, 푹도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N스크린 서비스는 한국에서 여전히 낯선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스마트폰이나 PC로 TV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한쪽에선 지상파 DMB도 여전히 굳건히 버티고 있고, 콘텐츠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는 문화도 많이 정착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과 푹이 서로 선전할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으로도 더 깨끗하고, 더 즐겁고, 더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그땐 아마, 전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실시간 TV 서비스를 제대로 상용화시킨, 유일한 나라로 말입니다. 그리고 전세계가 우리를 따라오게 될 겁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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