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스크린, OTT,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고객은 누구인가

지난 5월 예고됐던 CJ E&M 캐치온의 N스크린 영화 서비스, ‘마이 캐치온’이 곧 런칭될 예정입니다. 이번 서비스는 캐치온에서 보급하고 있는 대형 배급사의 최신 영화 150여편등을 PC, 태블릿PC, 스마트폰등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미국 넷플릭스나 아마존의 프라임클럽과도 조금 비슷한 비지니스 모델인데요- 기존 케이블 ‘ 캐치온 디멘드’ 가입자라면 추가 과금없이 사용이 가능하고, ‘마이 캐치온’만 사용할 경우 월 78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CJ E&M 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등 세계 굴지의 기업을 비롯해 SKT, KT, LGU+등 통신사에서도 N스크린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으며, 이중에서도 KT는 특히 의욕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 케이블 업체에선 CJ헬로비전에서 만든 ‘티빙(tving)’이 N스크린 선두주자의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MBC와 SBS가 합작으로 만든 ‘푹(pooq)’도 최근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기존 미디어 업계의 주요 주자들이 모두 N스크린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N스크린 서비스가 만개한 가운데, 막상 중요한 질문을 아무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하죠? 왜 다들 이 질문은 안하는 거죠? 과연 사람들이 ‘N스크린 서비스’를 원할까요?-란 질문을.

▲ 우린 엄청나게 많은 스크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출처)

사람이 아니라 업체가 먼저 시작한 N스크린 서비스

사실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람 보다는, 업체의 이해 관계 때문에 먼저 시작된 사업이거든요.

예를 들어 KT, SKT, LGU+등 주요 이동통신사들에게 죽어라 풀리지 않는 문제는 추가 수입입니다. 사람들이 통신비 정도는 지출하지만 그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려고는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콘텐츠 판매, 데이터 이용요금 등을 수익을 올리려고 합니다. MBC, SBS등도 방송 광고를 통한 수익외에 추가 수익을 얻으려고 예전부터 노력해 왔고, 케이블TV등 망회사 역시 새로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더 가입자가 늘지 않고 있거든요.

▲ 주요 매체의 광고비 현황
인터넷 광고를 제외하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정체 또는 감소 상태에 있습니다.

▲ 케이블 가입자의 숫자도 계속 정체 상태일 전망

물론 이에 대한 이유는 경기 침체와 시장 과포화 상태등 여러가지 주변상황도 존재합니다만, 어쨌든 더이상 수익이 늘어나지 않을 상태에 직면한 것은 콘텐츠, 네트워크, 단말기 제조 업체들이 거의 동일합니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등 플랫폼 업체등도 예전만큼 고성장을 구가하진 못하고 있구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시청자들이 N스크린 서비스를 원할까?에 대한 대답은 Yes입니다. 당연하죠. 한국에서 DMB가 없다는 이유로 팔리지 않았던 외산 휴대폰/스마트폰들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고, 앱스토어에 수도 없이 올라왔고 올라오고 있는 ‘스마트폰 TV 앱’에 대한 인기도만 봐도 사람들의 욕구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 질문은 실은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N스크린 서비스를 원할까?라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것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특히 N스크린처럼 콘텐츠 공급 비용, 운영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비지니스 모델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수요가 있다면 공급이 있는 법. 만약 N스크린 서비스를 다수의 사용자가 원한다면, 당연히 N스크린은 TV의 미래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저 TV의 보조 서비스에 불과할 뿐이라면? N스크린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적어질 것이고, 회사는 충분한 이익을 올릴 수 없을 것이고, 결국 DMB 처럼 그저그런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겠죠.

… 모두가 원하지만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사업으로.

▲ 마이 캐치온 이미지컷

사람들은 N스크린 서비스를 원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 질문에 대한 제 개인적인 대답은, Yes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N스크린 서비스를 원하며, 앞으로 점점 더 원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N스크린은 기본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N스크린 서비스 이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드라마 파일을 다운받아 컴퓨터, PMP등으로 즐겼습니다. 이렇게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것을 공식적인 유통과정에 편입시키고 편의성을 높인 것, 그것이 바로 N스크린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있게 대답하는 근거는 바로 제가 ‘미디어 관성’이라고 부르는 것에 있습니다. 한번 사회에 받아들여진 미디어는 생각보다 오래 그 형태를 유지합니다. 그 미디어 형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계속 그 미디어를 통해 정보/오락/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신문을 보던 사람들은 계속 신문을 보고, TV를 보던 사람들은 계속 TV를 보고, 라디오를 듣던 사람들은 계속 라디오를 듣습니다.

▲ 실제로 지난 10년간 40~60대의 시청률은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30대 이하의 시청률은 극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거꾸로,
2000년 20대였던 사람들이 전원 30대가된 2010년의 30대 시청률은
2000년 20대 시청률과 비슷합니다.
(출처)

…그리고 이제, 시대는 ‘인터넷’이 완전히 환경이 된 시대로 넘어왔습니다. 사람들이 인터넷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며,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터넷-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PC,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던 기기로 계속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어할 것이라 믿습니다.

실제로 안대천, 윤태웅, 배지은(2012)의 논문에 따르면 IPTV 이용자들(평균연령 25.4세)의 라이프 스타일은 차이가 있을지 언정, 이용하는 주요 미디어는 인터넷과 휴대폰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라이프 스타일은 달라도
주요 이용 미디어는 인터넷과 휴대폰이다

자-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문제에 봉착합니다. 기술은 충분합니다. 기기도 많이 보급됐습니다. 사람들도 N스크린 서비스를 원합니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N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지갑을 열까요?

게다가 TV를 가장 많이 보는 계층, 시청률에 가장 핵심적인 영향을 끼치는 계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터넷 이용자의 행태와 많이 다릅니다. 이들은 안대천 外(2012)의 연구에서 분류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중 ‘가족 중심형 알뜰 구매자’의 유형으로, 사회 현상에 무관심하고, 보수 신문 열독률이 높으며, 40대 이상의 고령이고, 드라마 선호율이 굉장히 높은 집단입니다(장덕진, 2009). N스크린 서비스의 주요 이용자로 바라보고 있는 ‘인터넷 중심의 신중 구매자’나 ‘혁신적 성공 지향자’ 유형과는 많이 다른 집단이죠.

N스크린 서비스, 문제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

그렇지만 이에 대한 대답도 간단합니다(응?). N스크린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 계층은 이들이 아닙니다. DMC미디어(2012)의 연구에서 드러난 소셜 미디어 라이프 스타일중에서, 20대-30대 트렌디, 합리적 개성, 소비지향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N스크린 서비스의 이용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인터넷 중싱혐 신중구매자(인터넷 정보 탐색에 적극적이고 인터넷 오락을 즐기지만 구매에는 신중함)’들이나 ‘혁신적 성공 지향자(새로운 서비스 가입의 중심 계층, 혁신과 성공 지향적 라이프 스타일)’들의 라이프 스타일과도 일정부분 겹치는 사람들입니다.

▲ 소셜 미디어 이용자의 6가지 유형

새로운 기기에 능하고, 디지털 서비스에 친숙하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려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1차적인 본방 사수 보다 2차적인 VOD 시청에 더 익숙한 사람들. 어느 정도의 경제력은 갖추고 있는 사람들. 이런 것을 기반으로 N스크린 시장이 차지할 수 있는 시장 규모를 ‘별 다른 근거없이’ 예상하면, 유료 가입자 규모는 약 250만명. 년매출액은 때려잡아 약 1500억규모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금 현살과는 엄청나게 차이나죠? ^^;

실제론 이렇게 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활성화된 디지털 콘텐츠 사업의 예를 들어봅시다. 온라인 음악시장 규모는 약 6970억원이며, 유료 회원의 숫자는 대충 425만명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멜론이 47%를 먹고 있고, 그 뒤를 엠넷과 벅스, 올레 뮤직, 소리바다등이 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3000원짜리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자입니다. 그나마 이것도 10년가까이 박박 기어서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대신 VOD등을 통한 2차 소비는 보다 적극적인 소비자에 의해 구매가 이뤄지고, 콘텐츠당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실제론 N스크린 서비스의 유료 회원 규모는 음악 시장의 절반, 전체 매출 규모는 음악 시장의 2배 정도를 목표로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지금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나지만요.

문제는 이런 소비자들을 어떻게 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인가-하는 것에 있습니다. 분명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규모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실제 콘텐츠의 붐업-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들입니다. 시청률이 40%가 넘는 넝쿨당보다 시청률이 5%도 안되는 ‘응답하라 1997’의 존재감이 보다 명확한 곳이 바로, 이들의 삶의 환경인, 인터넷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소비가 합리적이다-라고 인식되면 충분히 지갑을 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낮은 가격? 물론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랬다가 지금 온라인 음원 업체들이나 아티스트들이 겪는 곤란함을 생각하면 그쪽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패키지 묶음 판매요? 지금 IPTV들이 초고속 인터넷에 끼워넣기 형식으로 판매했다가 고생하고 있는 것 안보이시나요. 자- 제 고민은 여기까지 입니다. 저녁 먹으러 나가야 하거든요(응?) .. 물론 농담이구요. 더 이상은 고민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내용들이라서… ^^;

아무튼, N스크린 서비스는 이미 도래했고, 희망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 희망을 흑자-_-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지만요. 하지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쉬운 길로 가서는 안됩니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 서로 곤란을 겪게 됩니다. 곤란을 겪으면서도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이 N스크린 게임의 승자는, 스스로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을 관철시키는 쪽일 겁니다.

그 쉬운 길이 무엇을 말하는 지는, 다들 알아서 생각하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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