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습입니까?

인연이란 것은 참 신기합니다. 피천득 선생님 말대로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만나야할 사람은 어떻게 되든 만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저희 아버지 어머니(응?).

우연히 앉게된 비행기 옆자리에서, 어머니에게 반하게된 아버지가 쫓아가보니 그녀는 조카의 친구-_-; 알고보니 아버지를 이미 알고 있었음. 아버지가 예전에 짝사랑하던 소녀가 어머니 친구였었거든요…. 옙. 좁디 좁은 제주도라서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이기도 합니다(므흣).

응답하라 1997, 9화와 10화에서 묻고 있는 질문은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질문은 “너를 좋아하는 이유”였지만, 진짜 질문은 바로 “누가 나의 인연인가?”였으니까요. 그러니까 될 사람은 어떻게해도 되고, 안될 사람은 어떻게 해도 안된다는 것.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앞으로 방영될 남은 4화에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연애는 어떤 색깔입니까?

사실 연애를 지배하는 것은 처음엔 취향입니다. 누군가가 끌리는 바로 그 포인트. 흔히들 열정, 친근감, 자애-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달리 말하면 성적인 매력, 친구같은 믿음, 모성애 같은 다정함이겠죠. 물론 연애에는 이 모든 것이 함께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것을 더 가볍게 여기는 가의 차이가 있을 뿐.

응답하라 1997, 연애의 시작도 마찬가지. 응칠의 여성 캐릭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열정, 그들은 오빠들에게 열광하고, 쉽게 바뀌기도 하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반면 응칠의 남성 캐릭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친근감. 일종의 우정. 함께 오래 있었던, 나를 지탱해준 사람. 내가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사람. 그런데 묘하게, 여성 캐릭터들을 보이지 않게 지배하고 있는 또 하나의 가치가 있습니다. 아가페- 내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로 향하고 마는, 어떤 마음.

…그걸 말로 어찌 표현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묻고 대답할 수 없는 것이,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

▲ 어떻게든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 시원이는 지금은 형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사람이 왜 좋습니까?

물론 실제의 연애에선 꼭 이런 취향이 전부는 아닙니다. 현실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엮이며 살아가는 관계속에 기반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상대에게 불꽃이 튀었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 같은 마음을 가졌다고 해도, 이 사람이 나 없으면 못살것 같다고 해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쉽게 귀가 팔랑거리기도 하고,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기도 하고, 때론 세상의 시선에 굴복하기도 합니다.

사실 어찌보면 ‘그냥 좋고, 그냥 싫은 것’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좋고, 싫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이유가 필요한 걸까요. 그래서 만들어진 관계는, 쉬우면서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관계는 어떤 ‘약속’. 그 약속의 말 하나를 듣기 위해 수없이 많은 소년들은 오늘도 밤을 새고, 수없이 많은 소녀들은 오늘도 눈물을 훔칩니다.

…뭐, 그러다 깨지는 것도 순식간이긴 하지만요.

응칠의 캐릭터들의 연애는 어떻게 될까요? 정확하게, 시원이는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요? 사실 대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 누군가에게 반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 연애 속엔 내 자신이 투영되어 있다는 말이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연애-라는 과정을 통해 보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내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또는 상대와 내 사이에서 만들어떤 어떤 새로운 것.

그렇다면 자명해집니다. 시원이는 윤제에게로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시원이는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 그리고 그 본성에는 모성애가 자리잡고 있는 아이. 그것은 서로 사랑하며 살고 있는 부모님에게 배운 것이기도 하고, 화목하게 커올 수 있었던 관계속에서 배운 것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관계는, 바로 시간입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가, 얼마나 많은 사건을 함께 겪었는가, 결국, 내가 누군가와 함께했는가- 이들은 관계를 맺는 것보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고 있는 타입의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합니다. 당신은 그를 왜 좋아하나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백만한가지가 될 수도 있고, 단 한 가지도 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말로 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결국, 그냥 너니까-라는 말 밖엔 할 수 없으니까요.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소중하니까, 너와 함께 만들어진 나를 계속 간직하고 싶으니까-를, 과연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러고 싶진 않을 겁니다.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아무 것도 말해지지 않으면서, 빛이 바래고 마는 걸요.

다시 물어도 대답은, 그래서, 그냥 너니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대답을 들으며 싱긋-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밖에는 없을테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 이 글에 쓰인 화면 캡춰는 티빙 블로그 매니저 자격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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