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의 특허 전쟁,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소식 전해 들으셨죠? 삼성이 미국에서 벌어진 특허침해 소송에서 완패했습니다. 미국 지방법원 산호세에서 이뤄진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 제품을 고의로 배꼈다고 평결했습니다. 이로 인해 삼성이 애플에 지불해야할 금액은 10억 5천만달라로 나왔으며(향후 깍일수도 있습니다. 엄청 늘 수도 있구요.), 나중에 해당되는 제품들을 판매 금지 당할 지도 모릅니다.

침해당한 애플의 특허는 어떤 것일까?

개인적으론 뭐 이런 것까지 다 특허를 걸었나… 싶긴 했지만, 아무튼 이번에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평결된 특허는 아래와 같습니다(출처). 자세한 내용은 렌즈캣님의 글(링크)을 참고해 주시구요-

디자인 특허

  • D ‘677 특허: 아이폰 전면부 디자인 특허입니다. 주로 구형 아이폰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iPhone의 에지-투-에지 유리, 스피커 슬롯 및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테두리 디자인입니다.
  • D ‘087 특허: 둥근 코너들과 홈 버튼
  • D ‘305 특허: iOS에서 그리드 스타일 아이콘 배열
  • D ‘889 특허: iPad의 에지-투-에지 유리, 둥근 코너들 및 좁은 베젤

이번 특허침해 소송에서 중심이 되었던 내용입니다. 특히 이 부분들은 말이 많았던 것이, 코너를 둥글게 하는 것이 애플만 할 수 있는 거라면 다른 회사들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 등 일반적인 스마트폰 디자인으로 인식되어있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유틸리티 특허입니다. 달리 말해 스마트폰의 SW가 동작하는 방식에 대한 특허들입니다.

유틸리티 특허

  • ‘381 특허: iOS에서의 바운스백 기능 / 스크롤 도중 맨 아래나 맨 위로 올렸을 때 통-하고 튕기는 느낌이 나는, 그 기능을 말합니다.
  • ‘915 특허: 싱글 핑거 스크롤링 및 투 핑거 줌 / 한손가락으로 위아래로 올리면 스크롤 되는 기능과, 두 손가락으로 폈다 접었다 하면 확대/축소되는 기능을 말합니다.
  • ‘163 특허: 탭-투-줌 / 두번 탭하면 확대 되거나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기능을 말합니다.

그리고 삼성이 애플이 침해했다고 주장한 다섯가지 특허에 대해서는, 그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면 애플 vs 구글

이 결과에 대해선 말이 많습니다. 배심원 문제에 판사 문제에 지역 문제에 애국심(?) 문제에 미국의 제조업 부흥책이라는 이야기까지 온갖 뒷추측이 무성합니다만-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진 않습니다(배상금액 책정은 좀 황당하게 되었습니다만). 농부가 땅을 탓하면 농사 못하죠. 그리고 정우성 변리사님의 책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에 나온대로, 삼성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그 또한 문제였을 겁니다.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주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벤처기업, 신출내기 기업, 개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응원할 대목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성공한다면 그 위험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 중소기업에게 돌아온다.

– 정우성,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p99

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표준 특허가 공정하게 제어되지 않고 한 회사의 무기로 쓰인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시장의 룰을 깨트리는, 무서운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회사에 그런 강력한 파워를 부여해줄 세상이 아니거든요. 디자인 특허가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된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아무튼 그건 그렇고, 제가 당황했던 부분은 다른 쪽에 있습니다. 바로, 유틸리티 특허들.

…사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많이 쓰이는 기능들이거든요. 그런데 인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삼성의 패배는, 위에 말한 책에 이미 예상되어 있었습니다.

애플의 특허 공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제품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에 관련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제조사가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회피할 수도 있으므로 재판부가 애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애플에 대한 제조사들의 특허 공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에 관한 것과 밀접해진다면 애플로서는 관련 산업을 접으라는 공세로 비춰지고 이는 재판부가 특허제도를 이용한 선행주자들의 부당한 경쟁행위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 정우성,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140p

그리고 이런 특허 소송을 통해 애플이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구글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직접 기기를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로 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기를 제조하는 회사들이 대신 걸린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황은 아래 그림처럼, 아주 꼬일대로 꼬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어쩌면 보다 단순할 지도 모릅니다. 애플이 구글에서 만든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회사들에게 특허료를(재판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대당 30달러?) 받아내려고 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 애플 입장에선 가장 명확하게 남는 장사입니다. 아이폰을 팔아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팔려도 대당 30달러씩을 벌어들입니다. 동시에 애플은 로열티를 깍아주는 조건으로 삼성등의 회사와 크로스 라이센싱을 맺는 겁니다. 와우, 베리굿!

▲ 지난 6월 틱택톡 IT 방송 녹화때 함께했던 정우성 변리사님

혁신과 특허료의 기로에서

솔직히 삼성이 카피캣이냐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카피캣이라고 대답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대며 아니라고 해도, 나온 제품만 놓고 보면 달리 말하기가 어려워요. 애플의 디자인이 독창적이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삼성이 아이폰을 따라한 것은 맞습니다. 물론 저 같은 사람과 미국 법정-_-이 보기엔 말이죠.

자-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배상액이 어마어마하긴 하지만, 삼성이 못낼 금액은 아닙니다. 카피캣의 오명은 이미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은 이미 아이폰과 완연히 구별되는, 차별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앞으로 삼성이 애플에 특허료를 내야할까요? 따지자면 내야 합니다. 디자인 특허는 몰라도 유틸리티 특허는, 새로운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피해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에 다른 디자인 특허를 어떻게 피해갈 것이냐-하는 리스크도 있고, 다른 나라 법정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겁니다. 판매 금지를 당할 경우 당장 회사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구요.

결국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애플과 라이센스를 맺는 방법입니다. 그건 동시에 애플의 영구지배를 강화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겠죠. 그 라이선스비에 대한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지게 될 거구요. 그래서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가장 재미없는 결론이며, 가장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방향입니다. 애플 진영의 특허 괴물인 ‘록스타 비스코‘가 최근 활동을 개시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특허료를 내든 말든 관계없이, 구글이 하드웨어 회사들과 함께 진정한(?) 혁신에 주력하기를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시장을 만든 것이 아이폰이었다면 그 시장을 폭넓게 넓힌 것은 분명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이제 시계, 카메라, 노트북(?)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이 가지고 있는 특허는 분명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특허들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탈 애플 따라하기 선언(?)이 시작되어야할 시점이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 전쟁의 끝은, 결국 지리한 소송전 끝에 구글과 애플의 합의로 끝날 가능성이 아주 높지만 말입니다.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
정우성 지음/에이콘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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