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어쩌면 작은 행복을 찾았습니다

잠시 도쿄에 와 있습니다. 특별한 일은 아니고, 지난 6월 얼리버드로 싸게 구입했던 도쿄 항공권 날짜가 9월이라…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일단 날라왔습니다. 오기 전날 밤 어쩌다보니 밤을 새서, 매우 피곤합니다. 게다가 아침에는 비행기 출발 시간에 늦었다고 착각하는 바람에 한바탕 쑈를 벌이고, 5년만에 들린 나리타 공항에선 도쿄로 오기위해 고민하다 몇시간을 허비하는 참사(?)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11시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놓고, 아사쿠사에 있는 숙소에 들어간 것은 오후 2시.

겨우겨우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들어갑니다. 싼방을 골랐더니 방이 참 작습니다. 그런데 에어컨이 나옵니다. 노트북을 연결하는데 인터넷이 상당히 빠릅니다. 바로 노트북을 와이파이 AP로 전환시키고, 스마트폰들을 연결해 둡니다. 방은 낡았지만 냉장고도 있고 주방(?) 겸 세면대도 있고, 상당히 깨끗합니다. 담배를 피워도 되는 방입니다. 대충 짐을 풀어놓고 침대에 쉬려고 누웠는데, 으응? 뭔가 행복합니다?

▲ 좁지만 없는 것이 없는 방

누구나 그렇지만 저도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사람과의 인연도 꼬이고, 토요일에 만난 친구는 참 많이 아픈 상태였습니다. 뭔가 미래에 대한 희망, 앞으로 죽자살자 해볼만한 것이 어렴풋이 그려지는데, 그게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진 않습니다. 이것저것 써야할 글은 많은데 그리 쉽게 글을 시작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조금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누워있으니, 그냥 괜히 행복합니다. 긴장을 지나치게 했던 탓일까요. 나만의 공간, 그것도 에어컨이 나오고 인터넷이 빠르게 되는(응?) 나만의 공간이 잠시라도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 숙소 근처의 도쿄 스카이트리

도쿄에 있는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어딜가나 헤매는 제 버릇이 어딜 갈까요. 이번엔 지하철을 거꾸로 탔습니다. 그저 지하철을 거꾸로 탔을 뿐인데, 이 복잡하고 꼬인 도쿄 언더그라운드에선 다시 제대로 돌아갈 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뭐, 언제든 그냥 찾아지는 것이 길이었던가요. 결국 한시간 걸릴 길을 두 시간 걸려, 지유가오카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친구와 맛있는 저녁, 거리 산책.

▲ 지유가오카에서 저녁으로 먹은 야끼소룡포

▲ 케익도 맛있었어요

▲ 심야식당을 닮은 가게

행복이란 것, 어쩌면 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얘기를 나누며 함께 산책할 친구가 있다는 것. 어딜가든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 작아도 편안한 내 공간이 있다는 것. 어찌되었건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 걷고 싶은 낯선 거리가 있다는 것. 숨겨진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 .. 아무리 피곤해도, 뭔가 충실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있다는 것.

오랫만에 맛보는, 어쩌면 작은 행복.
하지만 때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길은 원래, 헤매라고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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