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전기차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얼마 전 폭스바겐에서는 100% 전기로만 가는 골프 블루 e모션 모델을 내놨습니다. 프로토타입도 아니고, 내년부터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차량입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선 이제 전기자동차를 내놓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닙니다. 특히 1~2인승의 경차 스타일 전기차들은 이미 수십가지 종류의 프로토 타입이 선보인바 있습니다. 토요타에선 아예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집과 차, 사람들을 연결하는 구상까지 실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 폭스바겐 골프 블루e모션

▲ 토요타의 스마트 인섹트, 컨셉 디자인

이렇게 전기 자동차가 많이 연구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이상 예전의 기름 많이 먹는 자동차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으로 세상이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세상은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많이 달라져가고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버린 고유가와 그에 잇다른 곡물 가격의 상승. 예상할 수 없는 기후 변화. 생산력의 성장 자체가 멈춰가고 있다는 끔찍한 전망들.

‘3차 산업혁명’을 쓴 제러미 리프킨의 말을 빌자면, “우리는 석유 시대와 그에 기반한 2차 산업 혁명의 종반전에 접어”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듯, 이젠 자본주의 이후를 고민해야될 시점에 도달한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가 그리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기차는 일견 단순해 보입니다. 연료를 휘발유에서 전기로 바꿨습니다. 끝. 그렇지만 실제 도입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이폰이 한국 사회에 도입되는 것이 더디 걸렸던 것과 똑같은 이유입니다. 자동차 산업은 하나의 거대한 인프라입니다. 전기차 도입은 차량 한 대를 바꾸면 되는 일이 아니라, 한 사회의 인프라를 바꾸는 일과도 비슷합니다.

▲ 조나단 아디리

지난 9월 19일 열린 8회 GGCC의 연사 조나단 아디리(이스라엘 Better Place 글로벌 전략이사)의 강연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베터 플레이스라는 회사의 목적은 “우리 사회가 기름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 그중에서 소비자용 기름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를 바꾸는 것이 목적입니다.

어떻게요? 그야 당연히 전기차를 공급해서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전기차 구입을 왜 미룰까요?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차값이 상당히 비쌉니다. 그리고 충전이나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전기차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대안은 있나요?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와 배터리를 분리해서 판매하자는 것.

▲ 이 사업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릴때 가지고 놀던
배터리 자동차 장난감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베터 플레이스의 사업 모델은 차량은 팔고 배터리는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충전이 필요할 경우, 전용 충전소에서 아예 배터리를 통채로 교환합니다. 그를 통해 빠르고 간단하게 차량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전용 시스템에서 배터리 교체에 걸리는 시간은 1분 이하.

이런 시스템을 고안한 이유는 전기차값이 비싸지는 이유가 바로 배터리값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자체의 가격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비싼 배터리를 사는 것보다, 임대를 하면서 그때그때 교체해서 쓰는 것이 부담이 덜합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면 이런 임대식으로 전기차를 구입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토요타 프리우스를 36개월 할부로 구매해 사용하는 것보다 싸다고 합니다.

또 하나, 이렇게 교환해서 사용할 경우 진짜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관리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된다는 사실입니다. 배터리를 아예 통채로 교환해, 그에 대한 관리는 스테이션에서 책임지는 시스템이므로 가능한 일입니다. 여기에 덤으로, 하나의 스테이션에 자동차가 몰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까지 더해집니다.

예. 괜찮습니다. 이용자들이 가지는 비용, 관리, 충전의 불편함에 대한 부담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위에 보이는 스테이션을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 프로젝트는, 국가 차원, 최소한 지자체 차원의 프로젝트로 변해버립니다.

자, 여기가 갈림길입니다. 설사 위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조만간 저성장 시대로 돌입함에 따라 산업 구조 자체에 대한 구조조정은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어떤 급격한 변화를 수반할 것입니다.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변화는 필연적입니다.

아이폰 도입으로 인해 통신업계가 뒤집히고, 인터넷 때문에 미디어 업계가 뒤집혔던 것처럼.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변화는 없습니다. 이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가 있을까요? 이번 강연이 던진 본질적인 질문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에너지 고갈 시대를 맞을 준비를 당신은 하고 있냐고. 진짜 하고 있냐고.

…물론 어떤 분들에겐, 그런 변화가 기회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 그랜드 그린 챌린지 컨퍼런스(GGCC) 9차는 10월 22일 열릴 예정입니다. 주제는 ‘대안 에너지와 에너지 자립’.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온오프믹스(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 에너지 고갈, 저성장 시대에 대한 보다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 혁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3차 산업혁명 –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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