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링크)에서는 시간 관리의 두가지 기본 방식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실전에 들어갈 차례. 하지만 이럴 때마다 항상,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곤경에 빠지고는 합니다. 바로, 시간 관리를 배우기 위해서 시간을 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조금 더 간편하게,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시간 관리법은 없을까요? 완전하진 않지만, 바텀 업-방식의 시간 관리법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지금부터 필요한 시간은 딱 30분, 30분만 내주시면 간단한 시간 관리 방법을 배워서 가져가실 수가 있습니다. ... 물론, 몸에 익숙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요.
바텀 업 - 일단 다 치우고 시작하자
우선 준비해야할 것은 종이 한 장과 2x7cm 크기의 포스트잇 여러 묶음. 기본적으로 바텀 업 방식은 책상 정리하는 방법과 매우 비슷합니다. 예전에 책상정리 하는 방법에서 썼던 대로, 우선 해야할 일을 모조리 한 곳에 모으는 것에서 시작하거든요. 물론 이 경우에도 모든 것을 다 모으겠다-라고 굳이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해야할 일을 포스트 잇에 적으면서 종이에 붙여보세요.
자- 이것저것 나올 겁니다. 누군가에게 연락하기, 보고서 작성하기, 기안 내기 등등 업무적인 일부터 공과금 내기, 어머님께 전화하기, 아이 수업 준비물 챙겨주기 등등 개인적인 일까지. 일단 순서는 생각하지 마시고,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다 붙이세요. 보통 20여가지가 나오며, 많은 분들인 50여가지 이상도 적으시더군요.
그 중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우선 버립니다. 실은 이것이 은근히 중요합니다. 잘 생각하셔서, 꼭 필요없는 것은 버리시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이번 주에 꼭 해야할 일 하나만 먼저 선택해주세요. 잊지 마세요. 딱- 하나입니다. 이번 주에 꼭 해야할 일 딱 하나. 그 다음은 오늘, 또는 내일 중으로 해야할 중요한 일 2-3가지를 고르는 겁니다.
자- 이제 이걸로 끝입니다. (응?) 물론 농담이지만요... ^^; 그렇지만 거짓말은 아닙니다. 방금 고르신 네 가지, 딱 그것만 해결해도 하루는 충분히 알차게 보내신 거나 마찬가지이니까요.
당장 할 것, 조만간 할 것, 언젠가 할 것
물론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고, 딱 그것만 했다가는 위에서 쪼이기 쉽상입니다. 사실 일이 바빠지는 것은, 그날 아무리 '이것만 하겠다'라고 내가 정해도, 쉴새없이 밀려드는 메일과 전화와 요구사항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는 절대 규칙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법, 몰려오는 일만 처리한다고 해도 하루는 금방 지나가 버리지요.
중요한 일만 처리하기에도 바쁜 때에 밀려오는 일들, 어떻게 처리해야만 할까요? 예, 여기서 다시 아까 할 일을 붙여놓은 종이로 돌아갑니다. 이제 그 종이에 붙은 포스트잇을 세 가지로 나눠서 분류해주세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조만간 해야할 것, 언젠가 할 것으로. 바텀 업- 방식에서 중요도는 굳이 매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미 가장 중요한 것들은 뽑아냈으니까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치우기, 답장 쓰기, 쓰레기 버리기, 전화 걸기, 물건 정리 하기 등등...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지금 당장 처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일단 처리해 버리세요. 매일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면 역시 여기에 해당합니다.
조만간 할 것들은 대부분 내가 할 주요 업무에 해당하는 일들입니다. 기획서 쓰기부터 프리젠테이션 준비라던가, 다른 업체와의 계약 등등- 이런 것들은 잘게 자르기 시작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업체와 계약건이 있습니다. 그럼 이 계약과 관련되어 할 일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잘라서 적기 시작합니다. 메일 쓰기부터 미팅 약속 잡기, 제안서 작성, 제안서와 관련된 회의, 미팅 때 들고나갈 자료 준비, 프리젠테이션 준비 등등... 그러니까, 바로 이 일을 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어떤 것을 해야하는 지를, 명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가 할 것들은 대부분, 기획이나 자기 계발, 가족이나 커뮤니티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미 버릴 것은 버렸으니 꼭 하고 싶은 일들만 모아놨다고 봐도 되겠죠? 여행 가기나 맛있는 음식 먹기도 괜찮고, 새로운 신제품에 대한 구상이나 책 읽기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일들은 모아뒀다가, 기회가 닿을 때 바로 해치우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차근차근 한번만 돌아봐도 삶이 바뀐다
자- 이걸로 간단한 시간관리법은 다 끝났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무한 반복이랍니다. 해야할 일이 생각나면 무조건 포스트잇에 적어서, 분류해서 붙이세요. 그리고 그 일을 하면 됩니다. 사실 알고보면 할 일 관리법...이나 별로 다르지 않죠? ^^ 시간 관리라는 것이 결국,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니까요.
여기서 사족처럼 하나만 더 이야기 하자면...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자신이 한 일을 한번씩 점검해 본다면, 뭔가 꽤 바뀌어 간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제가 해야할 일을 포스트 잇에 적고, 그것을 작은 수첩에 붙여서 들고 다닙니다. 수첩 한 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대략 10장의 소형 포스트잇. 그리고 그 이상은 적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언젠가 할 일은 수첩 다른 페이지에 모아서 붙입니다.) 그 이상은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매일 밤, 플래너의 오늘 한 일 목록에 옮겨 붙입니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에는 그 주에 내가 뭘 했는지, 이번 달에 하려고 했던 것들에 가까워지긴 했는지- 돌아보곤 한답니다. 그걸 보고 있다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다 들곤합니다. 이건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이건 왜 이렇게 처리했을까- 이건 안해도 좋았을텐데-까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 때도 있고, 멍하니 그냥 흘려보낸 것 같은 한 주도 있습니다. 다행히 중요한 일들을 까먹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네요. 그리고 그렇게 한 주를 마무리 하면서,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물론 언제가 할 일 페이지를 뒤척여 보는 것도 잊지 않아요. 그 페이지에는 일종의, 제 꿈이 담겨 있습니다.
그 페이지에는 특이하게, 어떤 것을 하고 싶을 때, 썼다고 또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써놓고도 또 써서 붙이고는 합니다. 그렇게 같은 소원, 또는 할 일이 많아질 수록, 그걸 제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뜻이 되거든요.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것은,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바로 질러버리게 되는 힘을 주곤 한답니다.
아아, 30분이라고 해놓고 조금 더 시간을 뺏은 것 같네요. 어쨌든, 알고보면 굉장히 간단한 방법입니다. 이 밖에도 바텀 업-을 이용한 여러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만 응용하셔도 어느 정도 정신 차리고 살아가실 수는 있을 거에요. 이 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싶으시다면?
...나중에 적을 탑 다운- 방식의 시간 관리 방법에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