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유료 콘텐츠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하나 나왔습니다. 미국내 최대 쇼핑 시기인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동안, 태블릿 PC를 이용한 구매가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의 온라인 쇼핑은 전년 대비 20.7% 증가했고, 이중에 모바일 구매를 한 사람은 약 16%로 지난해에 비해 9.8% 늘었다고 합니다. 태블릿 PC가운데 아이패드를 이용해 구매했던 사람이 단연 많았구요.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패드가 짱이다?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모바일 쇼핑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많은 스마트 기기들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 스며들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가트너는 2013년엔 전세계에 12억대의 스마트 기기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보다 50% 정도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 기기를 가지게 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북미를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스마트 기기는 이제 얼리어댑터를 넘어 레이트 어댑터들마저 구입하기 시작하는, 완전히 대중화된 기기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미국 등지에선 이미 난리(?)가 났습니다. 모바일 쇼핑이 본격화되기 전에 미리 기선을 잡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몇 년전 부터 벌어지고 있는 피 터지는 혈투, 이미 아실 분들은 다들 아실거에요.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렇게 반응합니다.

“응? 그거, 당연한 이야기 아니야?”

카카오톡, 그리고 이미 변한 한국 사회

사실 해외에서 호들갑 떠는 일들이 이미 일상화된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모바일 쇼핑을 비롯해 티빙 같은 N스크린 서비스, 모바일 게임, 메신저, 네비게이션, 지도, 커뮤니티 등등 거의 일상적인 라이프 스타일속에 스마트 기기가 깊숙히 스며들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지하철에서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라, 방송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볼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는 다른 곳에 가면 찾기 힘듭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카카오톡이란 존재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마트 기기가 빠르게 보급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통신사 보조금, LTE 서비스, 국민성(?), 과도한 마케팅 등등 말할 것은 많지만, 전 카카오톡 역시 빼놓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톡 같은 앱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는 서비스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이용자가 많지 않으면 망하기 쉽지만, 한번 이용자가 많아지면 이번엔 그 서비스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그 채널안에 들어와있는 사람과 연결이 되고 싶다면,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엔 없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카카오톡은, 결국 국민 메신저가 되어 자리잡았습니다. 카톡이 불통되면 신문에 기사가 날 정도의 서비스로. 실제로 카카오톡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입했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다 작년 이맘때쯤, 카톡은 조그마한 사고를 칩니다. 단순히 메신저 서비스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한거죠. 그리고 팔기 시작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그리고 대박이난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아이 러브 커피 등의 게임 서비스. 어찌보면 완벽한 조화네요. 스마트 기기의 보급, 그것이 일상화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서비스, 서비스를 기반으로 등장한 플랫폼…

이 모든 것은, 다시 한번 우리 라이프 스타일이 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얼마전 있었던 블로거 간담회에서, 카톡은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유통하기 시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작년에 선언했던 것을 이제는 실천(?)하겠다고. 함께 콘텐츠를 사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 함께 살아나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그리고 CJ E&M을 비롯해 여러 콘텐츠 제공업체에서는, 이 플랫폼에 상점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은 콘텐츠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카톡이 자신있게 이것을 하겠다-라고 선언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제까지 많이 해봤는데 좀 팔리더라- 이런 구매 경험을 다른 콘텐츠로도 이어가겠다- 라는 거죠. 카카오톡 블로거데이에서 밝힌 카카오 게임의 월 매출만 400억. 빼빼로 데이때 빼빼로 판매량을 다섯배(50만개)나 늘린 장본인. 그런 자신감 속에 스토리 플러스, 채팅 플러스라는 온/오프라인 사업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카카오톡 페이지- 역시 런칭합니다. 카카오가 밝힌 수익 비율은 5:2:3(제작자:카톡:구글이나 애플).

한마디로 카톡이 콘텐츠 도매상이 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과연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다시 말해, 카카오톡이 쓸만한 정말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요?

얼핏 보면 분명 도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카톡에 올라가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생기고, 그렇다면 어찌되었던 팔리긴 팔리지 않을까요? 그러다 대박치는 콘텐츠도 생길 것이고, 그럼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카카오톡에서 콘텐츠를 즐기게 되겠지요. 애니팡이 히트하면서 카카오톡 게임이란 존재를 인식시켰던 것처럼.

그런데 실은 카카오톡이 말하지 않은, 전세계 콘텐츠 사업자들이 봉착해 있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간 사업자(퍼블리셔)-가 존재한다는 문제가. 카톡은 카톡이 퍼블리셔가 되길 바라겠지만, 콘텐츠쪽에선 그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게 쉬운 문제면 애플과 구글도 이미 해결방안을 마련했겠지요.

앱은 앱을 제작하는 업체가 바로 애플이나 구글의 스토어에 앱을 올리면 그만이었지만, 콘텐츠 업계엔 중간에 매니지먼트 하는 존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 존재를 무시하고, 콘텐츠 제작자와 바로 연결하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알고보면 어려운 일. -_-; 기획사 없는 아이돌 가수를 상상하실 수 있나요? 그것과 마찬가지랍니다.

▲ 콘텐츠가 ‘상품’인 세상에서, 매니지먼트가 없는 대중적인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작비가 문제되지 않는 영역을 제외하면

그러니까 카톡이나 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카카오톡-이용자…의 관게를 꿈꾸지만, 실제론 창작자-매니지먼트-유통사-카톡-(구글, 애플)-이용자…의 관계가 되는 탓입니다. 뭐, 이건 이용자들에겐 보이지 않는 쪽의 문제려니 그러려니..하고 넘어가겠지만,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습관은 천천히 변한다

앞서 얘기한 모바일 쇼핑이 올해부터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모바일 쇼핑 트렌드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20대/30대고, 이들의 인터넷 구매 경험이나 습관, 일종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스키마-가 모바일 결제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 라이프 스타일 변화는 모두 함께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경험을 가진 세대가 성장하면서 전 세대를 밀어내는 양태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 해외에서 모바일 쇼핑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학생들입니다

▲ 한국 역시 20-30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대는, 과거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콘텐츠를 접했던 세대가…아닙니다. -_-;; 온라인 쇼핑과 게임 아이템을 사는 것은 익숙해도, 콘텐츠를 직접 구매해서 사용해 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카카오톡을 통해 콘텐츠가 노출되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매출 증가(?)등의 결과는 분명히 있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카톡 게임들처럼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콘텐츠 서비스는 ‘이용자끼리의 커넥션’이란 점에서 큰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임이야 서로 경쟁을 하고, 카톡에선 대화를 하고, 쇼핑에선 ‘형태를 지닌’ 물건을 사거나 선물을 하지만, 콘텐츠를 즐기는 경험은 아직까진 개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사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콘텐츠는 매우 적은 것이 현실.

…까놓고 말해 영상에선 성인물, 이북에선 환타지/무협등의 장르 소설등이 가장 인기있는 유료 콘텐츠입니다. 게임과는 아주 다르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혼자 즐기는 콘텐츠가 인기가 높습니다. 만화는 무료 웹툰, 음악에선 스트리밍 서비스가 완전 대세니 좀 다르지만. 그리고 카톡은 ‘단체 카톡방’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서비스안에 콘텐츠 소비를 지원할 만한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기회닿으면 다시 얘기할께요. 아무튼 한국에선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 커뮤니티의 존재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 작가 여친이 화나도 무료로 풀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있는 겁니다..

과연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카카오톡이 콘텐츠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일단은 CJ E&M 같은 대형 제작사(?)나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제도들을 쉽게 떠올릴 수는 있지만… 제가 짧게 생각하기엔, 큐레이션 능력입니다. 뭐를 버리고 뭐를 보여줄 지를 결정하는 일. 좋은 것들을 대폭 지원해서 보여주는 일.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카카오 페이지의 스타를 탄생시키는 것.

…뭐,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일에 판단 착오와 실수는 언제나 기본이 아니던가요. 문제는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근성. 앞으로 카카오톡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떤 플랫폼을 보여줄 지, 한번 진지하게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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