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취미가, 올해부터 다시 제게 돌아왔습니다. 이젠 프라모델을 만드는 일은 다시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다시 만들게 됐습니다. 몇달전 영상 촬영차 방문했던 드자이너 김군님에게 얻어온, SD버전 돔 프라모델 덕분입니다.
몇달전까지만해도 밤에 전화를 기다릴 일이 있어서, 무료한 시간을 뭐하고 떼울까-하고 생각하다, 얻어온 이 프라모델이 있더군요. 그래서 별 생각없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재밌는 겁니다. *_*
솔직히 말하자면 이전에도 프라모델을 만들까-하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닙니다. 그때 시도했던 모델이 FSS에 나오는 레드 미라쥬. 일본여행할때 싸게 팔기에 충동적으로 질렀는데, 지금 생각하면 선택이 안좋았죠. ... 만들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_-;
그 이후로 프라모델은 꿈도 안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딱 좋더군요. 부품도 적고 만들기도 간단하고.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30분~1시간. 필요한 공구는 니퍼 하나 뿐. 그리고 이제야 알았는데, 요즘 나오는 프라모델들은 접착제를 안써도 됩니다..ㅜ_ㅜ. (건프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의아해 하시겠지만, 정말 몰랐습니다.)
슈로대에 나오는 로봇..
그 다음부터 조금씩, 하나 둘 SD 건프라를 사모으며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취미의 장점은, 우선 생각보다 돈이 안듭니다. 물론 흔히 알려진(?) 건프라 매니아분들은 많은 돈을 쓰기도 한다고 하지만... SD모델의 경우 가격이 6000원~12000원 정도. 월급 받는 성인이 지르기 어려운 가격이 아니죠. 그리고 우리는 조립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아야 1주일에 하나, 보통 한달에 하나 만드는 것이 전부입니다. 거기에 전 처음부터 건프라 수집 대상을 '우주 세기'로만 한정 시켰기 때문에, 그리 수집에 욕심낼 필요도 없었구요. (사실 우주 세기 건담이 아니면 잘 알지도 못합니다..)
건프라를 다시 만들면서부터, 몇가지 잊었던 즐거움을 되찾았습니다. 하나는 소소한 나만의 것을 만드는 기쁨. 소장용보단 그냥 뭔가를 하나 만들었다는 재미가 더 크더라구요. 그래서 완성품은 그냥 다른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다른 하나는 물건을 고르는 기쁨. 저는 시간 날때 오프라인 매장에 들려서 한두개씩 사모으는데, 그렇게 고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비록 온라인보다 오프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이런 고르고 구경하는 재미를 뺏기기는 싫었습니다.
아, 물론 문제는 있습니다.
결국, 이런 녀석까지 손대게 됐다는 거죠. 하이잭 MG 버전입니다. 좀 큰 것도 만들어보고 싶은데, 눈이 안좋으니 아예 1/100 사이즈에 손을 댔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짬짬이 조립. 대충 5시간정도나 -_-; 사용했네요. 하지만 놀랐습니다. 요즘 프라모델은, 정말정말 많이 발전했더군요. 만들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다시 프라모델에 손댈 때에는 잘 만들겠다는 마음보단,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에 다 만들겠다는 마음보단 틈틈히 시간나는 대로. 그리고 잘 안되도 '뭐 어쩌라구?'라는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커터로 부품을 안다듬어도 괜찮고, 굳이 색을 칠할 생각도 하지 않고, 사포니 퍼티니 다 잊고, 데칼의 균형이 안맞아도 너그럽게 넘기고...
그래야 취미 생활답게 끝날 수가 있거든요.
그 마음을 잊어버리면.. 다시, 아무런 프라모델도 만들 수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도 잠깐이라서. ㅜ_ㅜ
결국 지난 6개월동안, 딱 이 정도밖에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 그래도 보고 나니 뿌듯하네요. 혹시라도 옛날에 조립식을 좋아하셨다면, 간단한 SD 건프라부터 다시 한번 입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이건 절대로, 나 혼자 죽을 수는 없다-라는 심정으로 올리는 글은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