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자주 읽으시는 분들도 거의 안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독후감-읽은 책을 글로 정리하기 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는 시간보다 정리하는 시간이 두 배는 더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에이- 설마 그럴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만 글로 정리해 보시면 바로 알게 됩니다. .. 눈물납니다. ㅜㅜ
2시간 읽은 책을 정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4시간. 이보다 정보가 적은 책이라면 조금 덜 걸리고, 많은 책이라면 기하급수적으로 더 걸린답니다. 그러니 많은 분들이 도서 리뷰를 주저하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한두권 읽는 책도 아닌데, 그걸 다 정리하려면, 정말 시간 없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요.
…하지만 읽은 책은 꼭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지도 모르거든요.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없고, 우리 머리는 모든 책을 기억할만큼 뛰어나지 않습니다.
포토 리뷰 – 가장 간단한 책리뷰 방법
그렇다면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포토리뷰입니다. 처음 책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권해드리는 방법인데요, 책을 읽은 다음,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뽑아 사진으로 찍고,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블로그에 남기는 방법입니다. 일단 글을 많이 쓰지 않으니 손이 안가고, 사진으로 찍으면 되니 무척 간편합니다.
단점은 문학 서적같이 인상적인 문장 중심으로 정리할 경우에는 적합하지만, 정보가 많은 책을 정리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 모든 것을 찍어 둔다면 그건 책을 복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책을 읽으면서 정리한 프레임에 맞게 구성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리뷰를 쓰는 습관을 들이는 방법으로는 아주 좋습니다. 저도 일단 책을 읽으면서 주요한 부분을 표시하고, 표시한 부분은 나중에 다시 읽기 위해 사진으로 찍어두곤 합니다. 이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기 싫은 그런 책을 읽었을 때에도 적용할 수 있기에, 기본적인 방법으로 익혀두시면 편합니다.
* 제가 쓴 『유기 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포토 리뷰를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 자그니 블로그 (zagni.net)
프레임 리뷰 – 리뷰의 정석, 그렇지만…
프레임 리뷰는 책에 씌여진 정보를 재가공해서 재구성하는 일입니다. 자신이 파악한 프레임대로 책을 요약, 분석하는 작업이죠. 흔히들 알고 계신 독후감이 바로 이 프레임 리뷰입니다. 그만큼 자주하는 리뷰이긴 하지만… 아시겠지만, 이 리뷰는 투여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책의 컨셉을 파악하고, 구성된 프레임을 요약한 다음, 여기에 모자란 부분을 좀더 조사해서 더 읽을 거리로 남깁니다. 개인에겐 꽤 도움되는 작업입니다. 무엇보다 책을 이해하고, 기억하기가 좋습니다. 리뷰를 쓰려면 어쩔 수 없이 책을 한 두번은 더 들여다 봐야 되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시각으로 재정리했기에, 나중에 필요하면 책을 다시 읽을 필요없이 리뷰한 글만 다시 살펴봐도 됩니다. 정말 자신이 써놓은 글만 다시 읽어도, 아-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구나-하고 모두 기억나니까요. 하지만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몇권 정리하고 나면 피가 마르실 거에요.
당신의 리뷰를 정보로 만들어라
조금 어렵지만 가장 권장할 만한 방법은, 자신이 읽은 책 내용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해, 새로운 정보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책 지식이 머릿속에 갇히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앞서 여러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책에 나와있는 정보도 결국은 작가의 관점을 통해 하나로 만들어진 지식. 그러니 크로스 체킹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크로스 체킹은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책들을 함께 읽으면서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뇌의 공포』와 『게임 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같이 읽는다면 어떨까요?
『하류 사회』와 『부의 미래』를 함께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하나는 지식 산업의 발전과 경쟁 원리의 도입으로 인해 비참해진 현실을, 다른 한 책에선 그런 시대가 결국 사회를 지배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두 책이 전해주는 정보 속에서,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하나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 지나친 이야기일까요?
결국 정보성 리뷰를 작성하는 과정은,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 재료들을 요리해, 자신만의 또다른 정보로 만드는 과정인 셈입니다. 그것이 바로 예전에 얘기했던 편집이며, 정보 생성 도구로서의 독서일 것입니다. 자신의 관심사가 반영된, 나름 재미있는 글쓰기이기도 하구요.
* 제가 쓴 『영화 왓치맨 오프닝을 통해 본 미국 현대사』글을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 자그니 블로그 (zagni.net)
* 그나저나, 왜 우리에겐 ‘굿리즈(http://www.goodreads.com/)’같은 독서 커뮤니티가 없는 걸까요? 독서 리뷰용 앱도 여러개 검색해 봤지만 도저히 쓸만한 것을 찾기 어렵고, 유저스토리북은 앱도 없고 업데이트도 안이뤄지고 있고… 그저, 슬프다고 할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