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승리, 전산망 해킹 그리고 메멘토 모리

1. 인생을 값어치 있게 살기 위해서는 3가지 문장을 기억하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지금을 즐겨라. 죽음을 잊지말고.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간다. 어렵죠? 마치 인터넷에 떠도는 기억될만한 말만 모아놓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코엘료도 <연금술사>에서 비슷한 말을 합니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데 있”다면서, 모순된 태도를 견지하라고 하지요.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중용’과도 비슷합니다. 양쪽으로 흔들리면서도 계속 균형을 잡는 것. 실은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만 기억해도 될 것 같아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는 나중에 생각한다고 해도, 죽음 자체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태어났으니, 살기를 멈추면 죽습니다. 그리고 어제 페이스북에선 친구의 사진이 한장 올라왔습니다. 컴퓨터가 죽어서 종이에다가 Q시트를 적고 방송을 하고 있다고. 왜인지 아날로그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카르페 디엠, 어쨌든 지금 살고 있는 시간에서 행복을 놓치지 않는 친구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2. 한국 방송사와 은행들의 전산망 해킹은 일본에서도 화제입니다. 어제 NHK는 매시간마다 이와 관련된 뉴스를 뿌리더군요. 사이버 전쟁이란 개념으로 이야기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말까지 인용해 가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진짜 북한이 한 일인지는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일단 접어두기로 합시다. 확실히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요. 누가 했는지 보다 중요한 것은, 어찌되었건 네트워크가 죽었다는 사실입니다. 네트워크는 이제 생명줄과 같아서, 네트워크가 멈추면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심지어 군인들이 버스를 못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죠.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런 네트워크도 심장이 멈춥니다. 다시 살릴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예 데이터를 살릴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클라우드 시대라고 하지만, 네트워크, 아니 디지털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죽음의 승리>-라는 그림처럼, 언제 우리를 찾아와 우리의 소중한 데이터를 모두 가져가 버릴 지도 모릅니다.

메멘토 모리. 디지털 네트워크도 언젠가는 죽습니다.

3. 확인할 수 없는 누군가의 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This too shall pass.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습니다. 나도 잊습니다. 그냥 그때를 넘기기만 하면 됩니다. 지난 농협 전산망 해킹 사태가 그랬던 것처럼,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가 왜 그랬는지 몰라도 됩니다. 이제 북한을 무슨 태풍이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의 이름으로 쓰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해커에겐 가장 안전한 국가 대한민국.

어쩌면 우리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건 전산망이 복구되고, 우리 삶에 별 영향이 없으면 되니까요. 카르페 디엠. 누가 그랬던 상관없이, 내 삶이 흔들리지 않으면 우리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맞아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메멘토 모리. 당신이 죽을 수 있는다는 것은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의미이고,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은 당신도 죽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디지털에는 결코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함부로 말하지 않는 디지털의 유한성. 세상 모든 것은 유한한 것이겠지만, 너무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이 디지털이란 가상의 특징.

우리는 네트워크 속을 살아가면서도, 언젠가 이것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며 살아야만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인터넷이란 것 자체가 ‘죽지 않는’ 네트워크를 위해 태어난 것이라는 점이겠지만요.

* 한줄 요약 : 혹시 모르니 다른 분들도 귀찮다하지 말고 백업 철저히 해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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