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홈, 혁신인가 얹혀가기인가?

얼마전 도돌런처를 깔았다가 지웠습니다. 네이버 앱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그러려니 했고, 다양한 테마를 지원해 폰을 꾸밀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기본 성능이 옵지프로의 기본 런처에 훨씬 못미쳤기 때문입니다. 기본 런처를 쓰다가 도돌 런처를 쓰고 있으면 갑자기 폰이 구형이 되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화면 움직임이 딱딱 끊어지는 느낌.

사실 런처 종류가 대부분 이렇습니다. 런처앱은 스마트폰 기본 화면에서 제공해주지 않는 여러가지 기능들을 제공해 주거나, 아니면 좀더 예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동시에 하나의 폰에 최적화된 것이 아니기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런처도 꽤 많습니다.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여주는 런처들도 있는데, 대부분 오히려 불편해져서 사용을 꺼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페이스북에서 ‘또’ 새로운 런처를 내놨습니다. 이름은 페이스북 홈. 런처만 발표한 것이 아니라 HTC와 함께, 페이스북 홈 런처를 기본으로 탑재한 페이스북폰도 함께 내놨습니다. 여기까진 사전에 유출된 내용 그대로입니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죠. 으응? 그런데 뭔가 좀 다릅니다? 이 런처, 정말 스마트폰을 페이스북 전용인것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페이스북의 얹혀가기 전략, 현명한 선택

페이스북 홈을 깐 스마트폰은 이렇게 변합니다. 예전 스마트폰은 여러가지 앱을 사용하면서 페이스북도 할 수 있다-라는 개념이었다면, 페이스북 홈 런처를 깐 스마트폰은 페이스북을 하면서 다른 앱도 쓸 수 있다-라는 개념입니다. 편리할까요?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환영받을만 합니다. 아니, 정말 좋아할지도 모르죠. 폰만 열면 바로 친구들의 소식도 듣고, 메세지도 주고 받고,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베리 굿. 페이스북을 주로 쓴다면 이만한 런처는 다시 없을 겁니다.

거기에 페이스북홈은 얹혀가기 전략을 택했습니다. 구글 안드로이드폰에서 런처만 자신들의 것으로 바꾸는 거죠. 그것만으로도 폰이 페이스북 전용으로 탈바꿈합니다. 이는 LG나 HTC 같은 제조사들의 전략과도, 구글의 전략과도 다릅니다. 새로운 OS를 만들 필요도 없고, 특정 폰에서만 돌아갈 필요도 없이, 전세계에 깔린 안드로이드폰에서 런처만 깔면 페이스북폰으로 변신하는 겁니다. 그동안 열심히 안드로이드폰을 보급하려고 노력했던 구글과 제조사 입장에선 조금 황당할지도 모를 상황.* 발표 시점에선 미국내 HTC와 갤럭시 일부 제품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안드로이드 4.0 ICS 이상 버전부터 지원합니다.

게다가 지금 사용가능한 페이스북홈의 경우, 앱 자체가 상당히 괜찮게 나왔습니다. 사진을 물흐르듯 보여주는 것도 좋고, 친구들과 바로 메세지를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읽는 도중에도 친구들의 메세지를 편안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앱들의 사용도 조금 정리된 느낌입니다.

페이스북 + 메신저 + 플립보드…의 느낌이랄까요?

무엇보다 굉장히 빠릅니다. 사용자의 터치에 바로 바로 반응합니다. 주커버그의 말대로, 기존에 있던 안드로이드OS가 컴퓨터라는 느낌이었다면, 페이스북폰은 휴대폰의 느낌에 훨씬 가깝게 인터페이스를 정리정돈했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단, 미국등 페이스북이 많이 활성화된 지역에서만요).

아마존 킨들 파이어와 비슷한가요?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확실히 다릅니다. 아마존과는 전혀 다른 노선에 페이스북홈은 위치합니다. 페이스북홈에서는 형식적으로는 그냥 런처입니다. OS를 뒤집은 것이 아니라. 그래서 구글 플레이에서 다양한 앱도 다운받아 사용할 수도 있고, 안드로이드의 알림창 화면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사용 장면은 Verge의 동영상 프리뷰를 확인해 주세요(링크)

페이스북홈, 스마트폰을 쉽게 만들다

페이스북홈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했던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사용자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보면 재미있지만, 보다보면 뭔가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파워 유저(?)중에서 페이스북홈을 계속 사용하실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한국은 카톡을 비롯해 페이스북과는 다른 앱이 실질적인 킬러앱인 상황이라, 과연 한국 시장에선 먹힐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실제로 페이스북 사용시간이 많은 분들,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보단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으신 분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런처입니다. 첫번째 페이스북 폰인 HTC 퍼스트-의 가격이 99달러로 정해진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페이스북이 노리는 것은 하이 엔드 유저가 아닌 일반적인 유저. 간단히 메세지 보내고, 친구 소식 듣고, 전화하는 사람들. 음악을 듣고 약속 장소를 잡고 신나는 경험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

…정말 휴대폰 대리점(?)에서, 그거 페이스북 잘되요? 이렇게 물어보고 선택할 유저들.

이용자들은 간단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좋고, 페이스북은 계속 사람들을 페이스북에 묶어둘 수 있어서 좋습니다. 대신 하드웨어적인 차이는 점점 작아지고, 애플과 구글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입니다. 대신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높아지겠죠.

정말 이런 시나리오대로 흘러갈까요? 우선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선 상당히 먹힐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톡 게임에 지친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마이피플을 대신 깔도록 권한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처럼, 지나친 종속 강요(?)는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충분히 높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선 페이스북이 킬러앱도 아니구요.

그렇지만 페이스북의 시도는 일단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머리를 잘굴렸고, 무엇이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지를 많이 고려했네요. 동시에 이를 본딴, 또는 이에 대비해왔던 여러 회사들도 올해 안에 새로운 런처들을 앞다퉈 내놓겠지요. 그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어떤 런처일까요?

그 경쟁은 새로운 런처의 UI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새로운 UI에 대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서비스의 결합’일 것이구요. 그리고 페이스북홈처럼 스마트폰을 쉽게 만드는 것이 사람들에게 먹힌다면, 그때 스마트폰 시장은 하드웨어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뭔가 살짝 재미있어지기 시작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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