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가 질색인 당신의 이야기 – 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

보다가 낄낄대고 웃었습니다. 독일인다운 시니컬함이 잔뜩 묻어나는, 테크 칼럼집입니다. 이러니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들어있을 것 같지만 전혀. 이 책의 내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아래는 이 책에 대한 작가의 요약.
  • 기술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 계속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고 있고, 주변 환경들도 변하고 있다.
  • 기본적으로 석기시대가 모든 면에서 훨씬 좋았다.
  • 사람들은 늘 작동되지 않는 기기들 때문에 속을 끓이며 산다.

작가는 유쾌하게 자신을 둘러싼 모든 디지털 기기들을 ‘깝니다’. 스마트-및 인공지능이란 이름이 붙은 기기들의 멍청함부터 시작해, 충전 케이블, 스마트폰, 낡은 전자 기기들, 스마트한 자동차와 네비게이션, 아이패드, 디지털 복사기, 노트북 기타 등등 상당히 많은 것들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난 그냥 하나만 제대로 되기를 원했다고.

그러니까 냉장고는 음식 보관을, 자동차는 제대로 굴러가는 것을, 복사기는 복사를, 스마트폰에는 통화를… 그냥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되기를 원했는데, 그건 안되고 온갖 스마트함이란 이름으로 인간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마인드. 그리고 그렇게 스마트함으로 무장하는 이유는 ‘조금 더 새것’으로 포장해 물건을 팔기 위한 것.

어떤 이들은 저자가 멍청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내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특히 서랍장 어딘가에 예전에 쓰다가 이젠 안쓰는 기기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거나(=시체들의 무덤), 쓰지도 않을 것들을 그때는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잔뜩 사모으게 됐다거나….;;

실용서를 원한다면 재미없겠지만, 즐겁게 읽힐 읽을거리를 원하셨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테크 컬럼들입니다. 가끔 스마트한 기기들이 너무 짜증나게 느껴질 때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시원하게 던져버리시길. 그토록 디지털 기기를 까는 이 책을, 아이패드 미니로 읽었다는 것이 또 반전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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