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리더 종료, 우리가 알고있던 웹의 종말

구글 리더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여러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돌아다닐 필요없이, 여러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을 한자리에 모아 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꽤 편리해 보이죠? 맞아요. 편리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구글에서 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종료일은 7월 1일, 이제 코 앞입니다.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서비스인만큼 종료 발표에 대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무리 무료라고 해도, 잘 이용해온 서비스가 갑자기 종료한다니 이용자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죠. 그런데 왜 구글은 이 서비스를 종료하려고 할까요?

구글 부사장이 잡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뉴스 소비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이용해 단편적인 뉴스를 더 많이 소비”한다고요. 예전에는 한 자리에 앉아 집중적으로 뉴스를 읽었다면, 이젠 그때그때 짬짬이 뉴스를 읽기 때문에 구글리더의 가치가 옛날보다 못해졌다는 말입니다.

구글 리더, 라이프 스타일 뉴스의 종말

맞아요. 구글 부사장의 말대로 사람들의 뉴스 소비 습관이 바뀐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예전 뉴스 소비는 라이프 스타일에 끼워져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TV뉴스를 본다거나, 신문을 읽는다거나,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저녁에 TV로 드라마를 보거나 하는 일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익숙해진 분들은 아실 거에요. 미디어 소비가 아침에 세수를 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라이프 사이클의 한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스마트 미디어 시대 =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게된 지금, 뉴스 미디어는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지하철만 타도 아실 수 있을 거에요. 이젠 손에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한땐 지하철 무가지가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그것도 이젠 읽는 사람이 많이 없어져 몇몇 매체는 발행을 중단했을 정도입니다.

그럼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 소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DMC 리포트의 ‘온라인 뉴스 콘텐츠 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주로 뉴스를 읽는 곳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입니다. 읽는 시간은 하루 10~30분 정도지만 시간날때마다 틈틈이 자주 이용을 합니다. 뉴스를 읽다가 재밌는 것이 있으면 댓글을 달거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곳으로 공유를 합니다.

한마디로 이제 웹은 ‘흘러갑니다’. 와이어드에 실린 글 「The End of the Web, Search, and Computer as We Know It」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웹은 끝났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예전 웹은 도서관 같은 곳이었습니다. 자료가 저장되어 있고, 그것을 검색으로 찾아 읽을 수 있던 곳. 하지만 이제 웹은 흘러갑니다. 끊임없이 정보가 생성되며 옛것을 뒤로 밀어냅니다. 라이프 스타일에서 라이프 스트림으로 변화. 그것이 바로 지금의 웹.

▲ 출처_DMC 리포트_온라인(인터넷) 뉴스 콘텐츠 소비실태 조사

스낵 바이트 뉴스의 등장

…그러니 구글 리더 같은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구글 리더는 전문적으로(?) 뉴스를 읽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소중한 서비스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이런 서비스에 관심조차 없습니다. 긴 글을 읽을 시간도 흥미도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온라인 기사들의 성격 역시 변합니다.

우선 기사가 예전에 비해 많이 짧아졌습니다. 포토 기사의 경우 사진 한 장 덜렁 있는 것이 전부일 경우도 많습니다. 대신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옵니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여배우들 사진을 올리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게 여겨지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인기가 있는 것을 모아 바로 기사화 시켜 버립니다. 예전에는 언론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메아리를 했는데, 이젠 사람들이 말을 하면 언론이 메아리를 합니다.

한마디로 뉴스가 주전부리 간식, 스낵이 되어 버렸습니다. 시간마다 잘 차려 먹는 식사가 아니라, 아무때나 배고프면 먹는 과자. 그리고 딱 그만큼에 적당한 기사들로 변해버린 거죠. 이런 현상은 다른 미디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영상은 티빙 하일라이트 클립이나 유튜브 영상처럼 작게 잘린 형태로 소비됩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TED 역시 제한 시간 15분 정도의 강의. SNS에서도 영화속 명장면만 잘라서 보여주는 페이지들이 인기. 길면 안 읽어요.

…그런데 왜 드라마들은 아직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방송하는 걸까요? (농담입니다. 광고 때문에 그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은?

스마트 기기 시대의 콘텐츠는 사실 몇 가지 공통적인 욕망을 반영합니다. 하나는 재미있는 것만 골라 보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화젯거리에 뒤쳐지지 않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다른 하나는 콘텐츠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내가 이 콘텐츠를 이용해 뭔가 관심을 받아보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 3가지라고 얘기했지만,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상에서 아는 사람들끼리만 행해지던 행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욕망에 발맞춰 뉴스는 이미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콘텐츠 역시 바뀌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매체의 형식은 내용을 어느 정도 규정합니다.

물론 영화관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독점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영화 같은 형식은 점점 긴 이야기를 하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콘텐츠를 접하게될 매체는 결국 스마트 기기들이니까요. 스마트폰이라는 매체를 통해 소비될 콘텐츠는 이용자와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으며,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는 어떤 것이 될까요? 제 고민은 이것입니다. 그냥 짧게 잘라 보여주거나,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그런 ‘쉬운’ 것들은 이미 여러가지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SNS 드라마나 미생 드라마 같은 것도 만들어지고 있구요. 하지만 아직 시장을 흔들 정도의 힘을 가진 것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아 이제, 뭔가 재미있는 것이 슬슬 쏟아질 때가 되긴 됐는데 말입니다….

CJ E&M 블로그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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