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재미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도쿄의 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들리고 싶은, 그런 도쿄의 서점들을 잔뜩 소개하는 책입니다. 전 책만큼이나 책을 품고 있는 서점의 풍경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실려있는 서점 사진 한 장 한 장을 깨알같이 살펴보게 됩니다. 심장이 두근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대체 이 많은 서점들이 도쿄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
사실 저는 일본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런 서점 소개도 별 쓸모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글도 모르는데 무슨 책이며, 책을 못 읽는데 무슨 서점을 찾아갈까요. 그래서 여행을 가도 서점에는 잘 들리게 되지 않습니다. 재미로 잡지 몇 권을 사는 것을 빼면, 온통 알아볼 수 없는 글자 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저는 정말 책만큼이나, 책이 있는 풍경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여기 실린 서점들에는, 단순히 책만이 아니라, 그 책에 담긴 마음이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여행 서점, 무검열을 외치는 서점, 옛 건물이 좋아 서점을 차린 곳, 100년이 넘는 서점… 그리고 그 서점이 있는 거리의 이야기까지.
서점 도쿄즈 도쿄의 마우라 사토미씨가 책을 소개하면서 쓴 “책을 읽었을 뿐인데도 친숙한 거리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라는 말에 다른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기분. 물론 제 마음에 콕 와 박힌 말은 “파는 사람은 상품 가격에 책임을 지고, 사는 사람은 그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지불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생활에는 그런 ‘공정한 거래’가 필요하다(p44)“라는 말이었지만.
권말에 붙은 자세한 지도도 좋지만, 중간 중간에 삽입된 거리 풍경을 느끼게 하는 짧은 글들도 읽을만합니다. 책을 산다음 들어가 쉬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도 한두개씩 꼭 소개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커피와 책은 떼기 어려운 관계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일본의 서점 앞에선 망설이셨던 분, 색다른 도쿄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합니다.
도쿄의 서점 – 현광사 MOOK 지음, 노경아 옮김/나무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