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네 책방에 들렸다가 우연히 만난 책. 처음엔 체험담인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소설이네?라고 생각했고, 끝날 즈음엔 자기계발서였구나-하면서 덮은 책. 그리고 다시 책날개를 살펴봤더니 체험담이라고 해서, 살짝 당황했던 책. … 아니 이게 어딜봐서 직접 체험한 내용이야…;;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습니다. 순식간에 읽을 수 있습니다.
2. 책은 뚱뚱하고 삶에 대한 희망도 없고 저렴한 파견직으로 근무하는 아가씨가, 이 따위로 살 바엔 한번 화끈하게 불태워버리고 삶을 마감하겠다-라고 결심한 것부터 시작합니다. 화끈하게 불태우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모으기 위해 긴자의 호스티스, 누드 모델등의 알바를 시작하면서 깨닫게 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
열심히 살다보니 살도 빠지고, 이성에게 예쁨도 받고, 돈많은 부자도 만나고, 절친한 친구도 생기고… 아무튼 뭐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다 이뤄갑니다. 그래서 제 친구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판타지야.”
3. 이 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데드라인 효과. 사실 흐리멍텅한(?) 삶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지 않았을때 일어나는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지는데로 사는 삶.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니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 그래서 스티븐 코비도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라고 궁시렁 궁시렁하고, 많은 사람들이 목적 지향적인 삶을 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지를 찾고, 그것을 위해 살라는 것. 그것(=자신만의 기준)만 있으면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가 분명해지고,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그런데 그렇게 자신만의 기준을 찾기 위해선, 먼저 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많은 것을 읽고, 보고, 듣고… 경험할 것.
4. 그게 쉽지 않은 이유는, 어떤 평온함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섭죠.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도 ‘죽기로 결심’해야 겨우 일상에서 벗어날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런 평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조그만 일탈이 필요합니다. 조그만 일탈을 통해 조그만 성공을 거두고, 거기서 얻게된 자신감이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바뀝니다. 주인공은 긴자 클럽에서 일하기로 시작한 것이 그 일탈의 시작이었고, 우리는…. 음 … 글쎄요?
…여행, 사직서, 책쓰기… 아니면 가지 않았던 곳 가보기, 하지 않았던 것 해보기… 그런 것들이 될 수 있겠죠.
5. 그래도 망설이시는 분이 있다면,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의 저자 톰 켈리가 했던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떤 일이든 시동을 걸기가 어려운 법이다.
경영인이 새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 작가가 빈 페이지를 볼 때가 그렇다.
중요한 것은 우선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선이 되겠다는 욕망은 출발의 장애물이 된다.
…그러니까, 일단 무엇이 되었건 자주, 여러번 해보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두려움을 느낄 시간이 있다면 한 글자 먼저 써내려가기 시작하라는 것. 그러면서 자신만의 기준을 찾고,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하라는 것… 그러면 삶이 허무하지 않을 거라는 것…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던 이유.
어찌보면 별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튼, 재밌습니다. 결말 부분의 흡입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은 흠.
소소한 읽을거리를 찾고 계실 분들에게 권합니다.
* 동네 책방(=동북 문고)을 이사온지 2년이 지나서야 처음 찾아가봤는데, 좋더군요. 확실히 책은 온라인 주문보다, 이렇게 서가를 살피다 마주쳐 산 책들이 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