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에 윈도10을 깔아봤습니다

넷북에 윈도10을 깔아봤습니다
옛날 옛적 넷북이란 제품 카테고리가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노트북 가격이 훨씬 더 비쌌던 시절, 인텔에서 재고 처리용으로 내놓은 CPU?를 이용해 만들어진 초저가, 초경량 입문용 노트북PC였습니다. 그중 초기 모델 하나가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웠습니다. 삼성에서 나온 센스 N130인가..하는 모델인데...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길래 분해해서 가지고 놀아볼까-해서 들고왔더니, 의외로 멀쩡하게 작동하는 녀석이라 깜짝 놀랐네요.

물론 성능을 보면, 버릴만 합니다. 2009년에 나온 녀석이긴 하지만, 해상도 1024x600... CPU도 맨 처음 나온 아톰 CPU... 램은 1G에 하드는 120G정도 되는 것 같더라구요. 한마디로 서버등 특정 용도를 정해서 사용할 것이 아니면 별 쓸모가 없는 아이. 스펙만 따지면 요즘에 나오는 왠만한 스마트폰 보다도 못한 사양의 컴퓨터입니다.

그래서 어찌할까-하다가, 한번 윈도10을 설치해 보기로 했습니다. 무모한 도전입니다. 예, 진짜 무모한 짓을 .... 했습니다. 제 친구는 농담으로 노인학대라고 하더군요. 늙은 아이 곱게 성불하도록 도와주진 못하고 괴롭힌다고...ㅜㅜ

사실 설치가 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설치가 됩니다. 최저사양보다 밑인데도 설치가 됩니다. 디스플레이 드라이버를 수동으로 잡아줘야 하는 것과, 한글 103 키보드 셋팅이 기본으로 잘 안잡히는, 설치 시간이 꽤 오래걸렸던 것을 빼면 황당하지만, 설치가 되었습니다. 설치해 놓고 저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대체 이 사양에 설치가 되면 어떻하라고....ㅋㅋ

사용이요? 예상하신 대로,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면, 쓰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램이 특히 문제라서 처음 앱을 불러오거나 할 때 시간이 상당히 걸리고, 중간에 꺼지는 일도 잦지만.. 일단 앱을 로딩하고 나면 쓰는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아무튼 급한대로 쓸 수는 있습니다. 별로 쾌적하진 않지만.

대체 이런 사양에서도 돌아갈 정도면, 윈도10은 어떤 물건인걸까요? 정말 여러가지 기기에, 각각 최적화된 윈도 10이 장착되는 것도 꿈같은 일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민했습니다. 램 좀 늘리고 SSD로 바꿔주면 은근히 쓸만할 것도 같은데, 그래볼까 말까-하구요. 램값은 2만원 정도면 업글 가능하고, 마침 집에 노는 SSD 120Gb짜리도 하나 있습니다. 오랫만에 하드웨어 장난 좀 쳐볼까...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대체 왜 그런 짓을...하는 생각이 듭니다. 넷북 이후 노트북 가격이 기하급수로 떨어져서, 요즘엔 20만원대 노트북을 구입해도 이 녀석보다 낫거든요.

물론 재미로 하겠다는데 말릴 사람은 없습니다만.... 욕망과 실용성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실용성을 택합니다. 나이가 든 탓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윈도XP로 복구. 이 녀석은 시계 겸 트위터와 페이스북 읽는 머신으로 용도 변경. 해상도가 낮으니 큼직하니 글씨 읽기는 좋네요...-_-;

그나저나 윈도 10, 잠깐 넷북에서 써봤는데도 느낌이 좋네요. 윈도8이 메트로UI에 기존 바탕화면 모드를 끼워넣은 느낌이라면, 윈도10은 바탕화면 기반에 메트로UI가 떠 있는 것 같습니다. MS가 길을 제대로 찾았네요. 올 가을에 있을, 윈도10 공식 발표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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