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본이란 제품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비접촉식 온도계입니다. 체온을 비롯해 주변 온도, 끓는 물의 온도등을 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작년에 킥스타터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을 받고, 배송이 끝난 제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킥스타터 페이지에는, 이런 글들이 잔뜩 올라와 있습니다.
작동 안한다, 제대로 체온을 못잰다, 다른 온도계를 사서 비교해 봤더니 다르더라, 병원에 근무하는 딸에게 줬더니 이건 장난감 수준 제품이라고 하더라, 아직 제품 못받았다...
진짜 사기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제품에 펀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작년 11월에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이 올려놓은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실 체온계-용도로만 쓰기엔, 제품 펀딩에 필요한 26~33 달러가 싼 가격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저렴한 체온계는 많습니다. 하지만 비접촉식이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단히 체온을 잴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했죠.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신제품에 대해 열정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제품은 그들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사용법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고, 중간 중간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비접촉식으로 아기들 체온을 잰다는 것은 접촉식 체온계에 비해 정확한 결과값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펀딩을 받기 위해 제작자들은 실제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은 기대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럼 사기인가요?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투자자가 4400명이었으며, 그 가운데 사기라고 말한 사람은 3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품 배송 이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은 쏟아져 나왔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사기를 쳤다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다만 사람들의 기대치와 많이 달랐다는 것이 문제겠죠.
이들은 완전하지 않은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이용자들이 제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벽한(?) 제품을 바라는 것도 무리인 것이... 이건 킥스타터 제품입니다. 대부분의 제품은 아이디어 레벨의 물건을 일단 만들어 보는 것에 촛점을 두고 있으며, 모든 '펀딩'는 결국 각자의 책임으로 돌아갑니다(킥스타터 펀딩은 '구매'가 아닙니다.). 킥스타터에는 생각 이상으로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_-;
과장된 꿈이 없으면 돈이 모이지 않고, 돈이 모이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럼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로 끝나고 말죠. 하지만, 대부분 제품 제작 경험이 누적되지 않은 기업에서 만드는 제품들은, 그 완성도에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제품만 만들어서 시장에 내놔야 한다면, 우린 수많은 재미있는 제품들을 아이디어조차 듣도 보도 못했을 겁니다.
원고 쓰려고 자료를 찾다가 열어본 제품에서 실망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발견하고,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써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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