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아이폰6 킬러, 아이폰SE

1. 지난 10일, 한국에도 아이폰SE가 출시됐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 반응도 뜨뜻 미지근하다. 이통사들은 별로 팔 의지가 없는 듯 물량도 많이 들여오지 않은 눈치고, 가격도 다른 나라보다 비싸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지 않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처음엔 잠재 구매자가 2억명은 있다, 올해 천만대는 팔릴 것이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다른 아이폰 시리즈의 1/10 이하다-라고 보고 있다. … 사실 작년에 2억 3천만대를 팔았으니 천만대를 파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있는 나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홍콩 같은 곳에서는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 등 아이폰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나라에선 오히려 많이 팔리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세상에서 아이폰SE가 가장 인기 없는 나라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그렇다면 대체 애플은 아이폰SE를 왜 내놨을까?

 

아이폰se

2. 아이폰을 대중적으로 보급하려고 내놓은 것이라는 예측은 틀렸다. 인도 같은 나라에서 잘 팔리기를 바라기엔 가격이 높다. 남은 이유는 ‘작은 스크린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뿐이다. 그런데 정말 잘 팔리지도 않을 기기를 원하는 10%의 소비자가 있기에 내놨다고?

 

애플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과는 다르게, 계속 대당 실 판매가가 높아진 유일한 기업이다. 엔트리 모델에 일부러 16G 용량을 고수하면서 더 큰 용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64G 용량으로 모는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 팀 쿡의 애플이? 글쎄, 내 입장에선 믿기 어렵다.

 

아이폰SE가 보급형 스마트폰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일단 프로세서 같은 핵심 부품은 아이폰6S에 들어간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디스플레이나 지문 인식 버튼, 전면 카메라 같은 부품들은 아이폰5s에 들어간 것과 같다. 새로운 부품과 재고 정리용 부품들이 뒤섞였다.

 

이쯤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스마트폰 시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애플은 엔트리 모델 전략을 재정의하고 싶어한다. 시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판매량과, 판매단가를 높여만 하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 애플은, 아이폰6를 단종 시키고 싶어한다.

 

3. 새로운 전략은 아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5C를 내놓은 적이 있다. 그때 아이폰5C를 내놓은 이유가, 엔트리 모델로 떨어졌던 아이폰4가 아이폰5 판매량을 잠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제까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존 제품을 뒤로 밀면서 저렴한 보급형으로 팔았다. 그런데 이 정책이 2013년경부터 위기에 처한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플래그쉽 모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의도적 진부화 전략’에 틈이 생겨 버렸다.

 

올해 아이폰7이 출시되면 아이폰6s가 저가형으로, 아이폰6가 엔트리 모델 자리로 내려가야 한다. 2년 약정 기준 0달러나 99달러인 모델로. 그렇다면 과연 어느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릴까?

 

팀쿡의 (이제껏 맞은 적 없었던) 호언 장담대로 놀라운 기능이 아이폰7에 탑재된다면 모를까, 꽤 많은 사람들은 16G 용량의 아이폰6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공짜폰으로 풀릴 테니까. 그렇다고 아이폰6 용량을 8G로 내놓는다는 것은 쓰지 못할 물건을 내놓는 것과 다름 없고.

 

여기 5S의 자리에 아이폰6를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4. 여기에 아이폰SE를 끼워넣으면, 얼추 얘기가 맞는다. 아이폰7이 출시되면 649(16)/ 749(64)/ 849(128), 아이폰6s는 549(16G)/ 649(64G), 아이폰SE는 가격 내리지 않고 그대로 399(16G), 499(64G) 달러.

 

이렇게 되면 아이폰6 가격 인하로 인한 아이폰끼리 잡아먹기를 잠재우면서도, 엔트리 레벨에서 약간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니면 아이폰6도 가격 인하해서 449(16G), 549(64G)가 가능하지만, 이러면 가격대에 혼선이 생긴다. 아이폰SE 가격을 더 내려야만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그래서 아이폰SE는 아이폰6를 죽이기 위한 킬러라고 생각한다. 애플의 잠재 수익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방해가 되는 존재를 제거하기 위한 자객. 아이폰5c가 아이폰4s를 잡기 위해 나왔던 것처럼(아이폰 가운데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서 훌쩍 뛴 모델이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폰4s, 아이폰6다.).

 

지금 애플이 처해있는 위기는,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가 된 가운데, 신규 구입 수요가 거의 없이 교체 수요만 남아있고,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각국 이통사들이 스마트폰 구입 보조금을 축소한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아이폰SE가 얼마만큼 팔릴 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의 역할이 킬러라면, 자기 역할은 다하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뭐, 아니어도 그만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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