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고 왔습니다

1. 영화 개봉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보러 가긴 또 오랜만이네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좋은 영화여서 좋았다기 보다는, 그냥 좋았어요. 다른 분들에게는 재미있지만 평범한 SF액션 영화 정도겠지만.

 

2. 하필 이 영화를 보기 전, 「신(新) ’20대 80의 사회’, 가짜 직업의 시대(링크)」라는 기사를 읽었어요.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 직업을 다 뺏아갈거고, 우린 기본 소득으로 살게 될 거고, 노동은 사람에게 소중한 거니까 가짜 직업을 주면서 생활하게 만들 거라는 글을.

… 그리고 이 영화를 보니,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질 가짜(?) 직업이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사에선 말하지 않았지만, 결국 ‘가짜’ 직업이란 말은 생산성이 하나도 없는 그런 일이라는 말. 콘테이너 박스에 살면서 VR 공간에서 돈을 벌어 현실에서 게임 액세서리를 지르는 것이 언젠가 주어질 현실(농담).

 

3. 영화 줄거리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만화 ‘원피스’가 생각납니다. 동료를 모아 보물을 찾죠. 일종의 왕도를 걷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래픽은 파이널 판타지가 생각나는데, 여주인공 아바타는 영화 아바타 여주인공과 앞으로 개봉할 ‘총몽’ 극장판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쁘지만, 양키 센스는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4. 나중에 주 5일만 가상 공간에 접속할 수 있게 됩니다. 수많은 투쟁 끝에(?) 얻어낸 주 5일제. 그 많은 전투는 주 5일제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었던 겁니다! 따지고 보면 코인 좀 벌자고 저러는 거라고 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5. 영화 속 게임은 하드 코어 난이도. 한번 죽으면 리셋되고, 리스폰되지 않습니다. 난이도 생각해 보니, 이 영화 속 미션이 장난 아니군요. … 제 블로그에 오는 분들은 제가 지금 무슨 말 하는 지 다 아시겠죠?

 

6. 그러고보니 영화 배경인 2045년은 커즈와일이 인간에게 특이점이 도래하는 시기라고 점찍은 때이기도 합니다. 음, 특이점이 오긴 왔군요. 인간은 모든 것을 초월했어요. 가상 현실 공간 한정으로.

7.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 영화를 보게 될까요 아닐까요? 음, 아마 제 블로그 들어오는 분들이라면, 결국 다 보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건 정말 우리를 위한 영화에요. 스필버그가 선물해준. 실리콘 밸리의 축복과 저주를 다 받으며 자라난 세대를 위한. 아, 왜 미국 사람들이 아타리에 그렇게 집착하는 지도 조금 이해하게 됩니다.

 

 

* 영화 볼 때 아는 것들이 잔뜩 나와서 깔깔대며 웃는데, 웃는 사람이 나와 내 앞에 앞에 앉은 사람 한 명. 둘이 웃음 포인트가 비슷해서 같이 웃다가 영화 끝나고 그 친구가 내 쪽을 한번 돌아보는데, 피부색이 하얀 분이네요. 내가 왜 당신과 동질감을 느껴야 했던 겁니까… 물론 마지막엔 혼자 울었습니다. 할리데이 할아버지, 가지 마요.

* 이상할 정도로 혼자 보러온 남자가 많았던 영화. 제가 몇 십년간 영화를 보러 다녔지만 이렇게 1인 남성이 많았던 적은 처음입니다. 전 나중에 4DX로 한번 더 혼자 볼 예정입니다.

* 건담이면 방패를 쓰라고! (응?)

* 이 영화를 온전히 좋아해줄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둘이 다 늙어서까지 수다 떨 수 있는 이야기가, 이미 산만큼 쌓여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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