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이 지난 3월 1일 막을 내렸다. 오늘은 이 MWC 2018에서 볼 수 있었던 스마트폰 트렌드에 대해 정리해 본다.
갤럭시 S9, 얻어걸린 영광
보통 연 초에 열리는 CES 와 MWC, 가을에 열리는 IFA를 3대 IT 전시회로 손꼽는다. 이 중에서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는 휴대전화 기술에 초점을 맞춘 전시회이기 때문에, 글로벌 ICT 핵심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초점은 5세대(5G) 네트워크에 맞춰져 있었지만, 스마트폰을 먼저 정리하는 이유는 당연히 우리 관심이 여기에 더 많기 때문.
먼저 삼성전자가 MWC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S9과 S9 플러스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으며, 6GB 램, 256GB 저장 공간을 가진 최상위 모델은 S9 플러스로만 내놨다. 이전 제품과 겉보기엔 큰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뒷면 지문 센서 위치가 카메라 렌즈 옆이 아니라 밑으로 내려왔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대신 카메라 기능이 개선되고, 특히 갤럭시 S9 플러스는 갤럭시 노트 8처럼 듀얼 카메라를 달았다. 바뀌는 조리개도 직접 보면 신기하다. 슈퍼 슬로 샷을 찍을 수 있지만 잘 안 쓸 것 같고, 애니모지는 동양인이 쓰면 결과물이 무섭다-라는 평가다. 최신/최강 스마트폰이지만 막상 쓰던 폰 놔두고 사려고 하면 굳이 살 이유는 못 느끼는.
일부에서는 갤럭시 S7에 버금가게 많이 팔릴 거라는 전망도 내놓았지만,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데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어서 그렇다. 4천만 대가 갤럭시 S 시리즈 인기 여부를 가늠하는 판매량이라면, 그 이하가 될 거라고 전망해 본다.
화웨이와 LG, 힘 좀 내봐
일단 5G 장비에 집중한 화웨이는, 기대를 모았던 플래그십 스마트폰 P20 대신 미디어패드 M5라는 태블릿 PC와 메이트 북 X 프로라는 노트북 PC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CES 2018 때 야심 차게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가, 미국 정부 압력으로 이통사를 통한 판매가 막힌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
매년 MWC에서 신제품을 소개했던 LG에선, 이번엔 기존에 출시했던 V30에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한 LG V30S 씽큐를 선보였다. 카메라를 선택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장면을 인식해 최적의 촬영 모드를 찾아준다고 한다. G7은 … 일단 그 디자인으로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으니, 말을 아껴본다.
소니, 드디어 디자인을 바꾸다
소니에서는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Z2와 XZ2 콤팩트를 발표했다. 소니 제품 중엔 최초로 3D 곡면 유리를 채택했지만, 이런 점을 제외하면 소니 스마트폰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버린 이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소니 신제품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더해보자.
노키아는 살아있다
최근 부활에 성공하고 있는 노키아에서도 새로운 제품을 발표했다. 작년 4/4 분기를 기준으로 소니나 구글, 레노버 같은 회사보다 많은 스마트폰을 판 회사가 노키아다. 이번에는 피처폰인 노키아 8110 4G와 노키아 1, 뉴 노키아 6, 노키아 7 플러스, 노키아 8 시로코를 선보였다.
노키아 8110 4G는 1996년에 출시된 노키아 8110의 뒤를 잇는 피처폰이다. 노키아 1은 개도국 시장을 위해 내놓은 구글 안드로이드 고 프로그램의 파트너 폰이고, 노키아 7 플러스와 노키아 8 시로코는 베젤리스 폰이다. 이들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 원 플랫폼과 호환되기 때문에, 구글에게 OS 업데이트를 직접 받을 수 있다.
잇따른 노치 디자인
한 장의 사진으로 대신한다. 솔직히 할 말이 없다.
에이수스, 그나마 나은 노치
아수스(ASUS)에서 젠폰5, 5라이트, 5Z를 발표했다. 재미있는 것은 에이수스에서 2014년에 젠폰5라는 이름을 가진 스마트폰을 이미 발표했다는 건데 ... 같은 이름을 가진 스마트폰을 두 번이나 내놓는 것은 처음 본다. 카메라와 노치 ...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노치 중에 그나마 좋은 노치다?
MWC 2018에서 확인한 스마트폰 트렌드
베젤리스 풀스크린, 나은 카메라, 인공지능, 노치 … 확인된 스마트폰 트렌드는 뻔하다. 사실 어떻게 차별화 시킬 것이냐, 혁신이 없다, 이런 것은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이제 가질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바꿀 때 과연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바꿀만한 가치를 느낄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렇게 봤을 때 지금과 같은 흐름은 문제가 있다. 이제 그 폰이 그 폰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내년이면 5G가 일부 상용화될 예정인데, 그럼 또 5G를 지원하는 폰들이 나오기 시작할 거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구입은 조금 미뤄두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