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고아란 게임이 있습니다. 잘 만들었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극찬한 게임입니다. 너무 추천을 많이 받아서 사놓긴 했는데, 사놓고 안하고 있었습니다. 이유가 조금 엉뚱한 데... 아이콘 때문입니다.
저기 왼쪽에 있는 것이 이 게임 아이콘인데, 저런 디자인을 싫어합니다. 동그란 것이 잔뜩 몰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저런 아이콘을 보면 기분이 나빠져서. 느낌도 뭔가 이건 무서운 게임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저 같이 공포물 싫어하는 사람은 차마 클릭하지 않게 되는 아이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설치했다가, 앱 정리할 때마다 지웠다가, 워낙 유명하니 다시 검색해서 설치하고, 다시 지우고 ... 이러길 몇년(?)째 하고 있었네요.
이번에 후쿠오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할 게 없어서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나갔었나 봐요. 평소라면 손가락이 안 올라갔을텐데, 어느 순간 클릭하고 실행. 그리고 ... 제 자신을 몇 대 때려줬습니다. 이 바보야. 너 그동안 뭐한거냐고. 햐아. 사람들이 칭찬한 이유가 있었네요. 플레이 시간이 짧은 것이 흠이지만, 짧고 아름답고 기묘한 동화 한 편을 읽은 느낌.
게임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헷갈리지만, 게임 퍼즐이 내포한 규칙만 이해하면 나중에는 점점 빨리 풀게됩니다. 신기한 느낌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감각을 비틀어서 퍼즐을 만들어 놓은 탓입니다. 그래서 2차원 게임이 4차원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엄청나게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뭐, 어차피 컴퓨터 그래픽에 불과하고, 그걸 우리가 상식을 투영해 읽고 있었던 것에 불과합니다. 그걸 이용한 퍼즐 게임은 꽤 나왔죠. 하지만 이 게임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 그래픽, 음악은 그런 장난 위에 살포시 얹혀져 우리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걸어 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한 머릿속은, 멋대로 이건가? 저건가? 하고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하죠. 저건 뭘까, 이건 또 뭘까-하면서요.
하나로 이어졌을 지도 모를 이야기가 산산조각 흩어지고, 흩어진 부분이 다시 움직일 공간이 되면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메꿔야 할 구멍이 많아진 탓입니다. 주인공의 움직임은 계속 연결되어 있는데, 우린 시/공간을 잘라 그가 움직일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꽤 재미있으면서도, 묘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달까요. 이야기가 짧은 것은 아쉽지만, 딱 적당한 때에 잘 잘랐다고 생각합니다. 퍼즐 규칙이 비교적 쉬운 편이라, 더 반복됐으면 오히려 재미를 떨어뜨렸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쉽긴 합니다. 플레이 시간 자체도 중요하긴 하니까요. 내 생애 최고의 게임이다, 그렇게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게임이 끝난 뒤에도 계속, 왜 그 애는 그랬을까, 그 사진은 뭘까, 그 생물은 뭘까-하고, 마치 어린 시절처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됩니다. 답이 없는 질문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구멍을 메꾸기 위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이 게임을 평생 잊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